<남 미워하려면 제 속부터 다 망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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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실의 한 환자가 다른 환자와 시비가 생겼다.
펑펑 울고 분이 나서 씩씩거리며 못살겠다고 욕을 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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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여기 못살아! 겨울이면 나갈거야!"
"가족끼리도 안 맞아서 힘드는데 남들이야 오죽하겠어요?
그냥 참고 불쌍하다 생각해요"
"그래도..난 못참아! 다 나를 미워하고 나빠!"
"누구를 미워하려면 내 속부터 다 썩어요.
지금 얼마나 힘들어요. 그러니 가라앉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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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환자는 우울증에 가깝도록 감정이 불안정하다.
수시로 사소한 일에도 울고 불고 주체가 잘 안된다.
여러 사람이 간병을 하다가 손들고 떨어져 나가곤 햇다.
갈 때마다 남긴 말이 이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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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자꾸하시면 누가 못 붙어 있어요. 제발 좀 참고 그러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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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간병하는 분은 참 너그럽다. 속이 태평양처럼 넓어보인다.
난 그저 타고나기를 소처럼 인자하고 무뎌서 그런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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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오늘 그 말을 들으면서 많이 놀랐다.
그냥 타고난 성격 좋아서 달래고 소화하며 넘기는 줄 알았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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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미워하려면 제 속부터 다 망가져요... 참으셔야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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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그 법칙을 알고 생각하며 수용하고 있었다니...
신앙 가진지 30년 넘도록 훈련한 나도 잘 안되는데 부끄럽다.
그 분은 신앙인도 아니신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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