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끄적/길을 가는 사람...

티끌모아 큰 사랑?

희망으로 2015. 4. 9. 10:22

<티끌모아 큰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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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한 번씩 먹이는 두유에 탄 밀기울
배변 신경이 마비되어 너무 애먹는데 어느 분이 보내주셨다.
정말 효과가 있어보여 이후 구입해서 쭈욱 아내에게 먹인다
그 두유 팩에 붙어 있는 빨대가 버리기 아까워 그냥 던져 모았다.
어느 날보니 수북하게 쌓였다.
하기는 한 달이면 30개, 1년이면 300개가 넘으니!
무섭다. 사소한 것들이 계속 되면 어떻게 되는지 눈으로 본다.
그래서 생긴 말일까?
가랑비에 온 몸 젖는다는 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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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보니 또 있다.
늘 남의 도움만 받고 쓸모없는 인생같아서 괴로웠다.
그래서 굴러 다니는 작은 프라스틱 저금통에 동전을 모았다.
그야말로 굴러 다니는 동전, 쓰고 남은 동전들을.
딸아이가 설날 세뱃돈 받은 것을 뭉텅이(?)로 찬조해줘서
첫 번째 우물파기 성금을 보냈다. 
30만원이면 한 가족이 생존하는 귀한 펌프 우물 하나가 설치된다.
물 길러가는 수고와 씻고 먹는 청결이 해결되는 귀한 일.
캄보디아에 계시는 선교사님이 그 일을 대신 해주신다.
지난 달 한국 들어오신 선교사님이 병원으로 오셨기에 
두 번째 모은 우물헌금 30만원을 드렸다.
3년 만에 두 가정에 우물이 선물되었다.
세상에 푼 돈으로 모인 큰 선물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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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반대도 있더라.
아내가 아프고 1년 만에 빚이 많아져서 집을 팔았다.
빚 갚고 조금은 남아서 꽤 갈줄 알았다.
하지만 야금 야금 병원비며 생활비로 들어가더니 바닥이 나버렸다.
쓸 때는 푼돈이었는데 목돈이 다 날아가버린 것이다.
아하, 모으거나 쓰거나 작은 것이 작은 것이 아니구나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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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도 그럴까? ...그런 것 같다.
김훈씨가 쓰고 임권택이 감독한 안성기 주연의 '화상'이란 영화가 있다.
안성기가 병든 아내를 목욕시키는데 아내가 서러워서 펑펑 운다.
그 장면에서 사람들이 많이 감동했단다. 
3년인가의 세월에 뇌종양이라 전신마비환자에 비교하면 쉬운 편인데도... 
나는 축 늘어진 아내를 몇 년이나 씻겼다. 
몸 가누는건 고사하고 목도 못 가누는 시절을 포함해서.
사람들은 내가 8년이나 되도록 참 대견하게 아내를 잘 돌본다고 칭찬한다.
하지만 정작 내가 한 것은 목욕할 때도 돌볼 때도 작은 것들 이었다. 
목욕도 한 번, 간병도 하루치씩, 그렇게 작은 동전 같고 빨대 하나씩 같은.
그게 어느 새 수백번의 목욕이 되었고 8년의 세월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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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그거 그렇게 한 번에 목숨을 던지는 올인도 있겠지만
그저 작은 마음들이 차곡차곡 쌓여서 이루어지기도 한다.
마치 작은 불평 미움들이 쌓여서 파탄이 오기도 하듯
나도 작정하지 않은 큰 느낌을 맛보았다.

- '티끌모아 큰 사랑!'

(참고로 사진속의 우물은 캄보디아에 사역하시는 선교사님이 공급하고 계십니다. 한 분 두 분 계속 이어진 후원이 벌써 180호를 넘었습니다. 정말 그곳에 거주하는 온 가족들의 위생과 생명을 돕는 일입니다. 없어지지 않고 돈으로 주지 않는 장기 지원 후원사역입니다. 혹시 뜻이 있으신 분들은 아래 전화로 연락주시면 됩니다. 본인 선교사님은 직접 후원금을 받지 않습니다. 신앙모임인 갈릴리마을에서 선교사님의 사역을 후원하는 형태로 보내드립니다. 전화는 <갈릴리마을행정본부 010-6373-2071> 끝 사진은 2년 전 잠시 귀국하셨을 때 병실로 와서 아내를 문병해주신 선교사님 )

김재식님의 사진.
김재식님의 사진.
김재식님의 사진.
김재식님의 사진.
김재식님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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