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끄적/길을 가는 사람...

<밤을 견디는 까닭은 아침을 보고자 함이니...>

희망으로 2015. 4. 28. 00:12

<밤을 견디는 까닭은 아침을 보고자 함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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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복무중인 졸병은 편지가 아침을 데려온다고 했다.
돈 벌러 떠나서 소식없는 아빠를 기다리는 딸은 
한 밤 두 밤 세 밤이 아침을 데려온다고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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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지 않는 사람에게 온 아침은 그를 끌고 가고
인내하고 그리워한 사람은 아침을 데리고 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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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쪽 눈을 잃어버린 아내는 내가 보는세상과 달라졌다.
우연히 한 쪽 눈을 감고 세상을 바라보다 깜짝 놀랐다.
두 눈으로 보던 세상과 딴 판인 흔들리는 사물들은
갑갑하고 좁은 시야가 되어 숨차게 하더니 토할 것 같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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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든 아내는 그동안 이렇게 힘들게 세상을 보며 살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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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서럽고 슬퍼졌다. 미처 몰랐다.
나와 같이 보며 같이 느끼던 세상을 더 이상 같지 않게 되었다.
내가 병들고 그렇게 되었다면 살기를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믿기지 않는 이들은 한 번 시험삼아 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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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두 눈도 안보이는 사람도 살잖아'라는 말로
위로라고 하지는 않겠지?
그건 안 당해본 사람이나 너무 당해서 화난 사람이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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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도 나누지 못하고 떠난 가족으로 우는 사람들이 있고
졸지에 천재지변으로 죽어간 가족때문에 통곡하는 사람도 있고.
온갖 사고와 질병으로, 주고 받은 상처로 허덕이는 사람도 있다.
모두가 아침이 쉬이 오지 않는 밤 시간의 어디쯤을 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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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없이 밤을 지나가는 사람도 있다. 
필시 아침이 오면 그를 끌고 갈 것이다. 예상치 않는 곳으로
눈물 닦으며 참고, 누군가를 위해 애써 기다리는 사람도 있다.
아마 그들을 위해 밤을 데리고 가줄 사랑의 신이 바삐 움직일거다.


아침이 오는 까닭은 고통보다 큰 순종을 선택하기 때문일 것이고
밤을 견디는 까닭은 혼자만이 아닌 누구를 만나고 싶기 때문...

(이미지는 존 제라드의 '천년 동안의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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