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끌모아 큰 사랑?>
날마다 한 번씩 먹이는 두유에 탄 밀기울
배변 신경이 마비되어 너무 애먹는데 어느 분이 보내주셨다.
정말 효과가 있어보여 이후 구입해서 쭈욱 아내에게 먹인다
그 두유 팩에 붙어 있는 빨대가 버리기 아까워 그냥 던져 모았다.
어느 날보니 수북하게 쌓였다.
하기는 한 달이면 30개, 1년이면 300개가 넘으니!
무섭다. 사소한 것들이 계속 되면 어떻게 되는지 눈으로 본다.
그래서 생긴 말일까?
가랑비에 온 몸 젖는다는 말이?
그러고보니 또 있다.
늘 남의 도움만 받고 쓸모없는 인생같아서 괴로웠다.
그래서 굴러 다니는 작은 프라스틱 저금통에 동전을 모았다.
그야말로 굴러 다니는 동전, 쓰고 남은 동전들을.
딸아이가 설날 세뱃돈 받은 것을 뭉텅이(?)로 찬조해줘서
첫 번째 우물파기 성금을 보냈다.
30만원이면 한 가족이 생존하는 귀한 펌프 우물 하나가 설치된다.
물 길러가는 수고와 씻고 먹는 청결이 해결되는 귀한 일.
캄보디아에 계시는 선교사님이 그 일을 대신 해주신다.
지난 달 한국 들어오신 선교사님이 병원으로 오셨기에
두 번째 모은 우물헌금 30만원을 드렸다.
3년 만에 두 가정에 우물이 선물되었다.
세상에 푼 돈으로 모인 큰 선물이 된 것이다.
그 반대도 있더라.
아내가 아프고 1년 만에 빚이 많아져서 집을 팔았다.
빚 갚고 조금은 남아서 꽤 갈줄 알았다.
하지만 야금 야금 병원비며 생활비로 들어가더니 바닥이 나버렸다.
쓸 때는 푼돈이었는데 목독이 다 날아가버린 것이다.
아하, 모으거나 쓰거나 작은 것이 작은 것이 아니구나 깨닫는다.
사랑도 그럴까? ...그런 것 같다.
김훈씨가 쓰고 임권택이 감독한 안성기 주연의 '화상'이란 영화가 있다.
안성기가 병든 아내를 목욕시키는데 아내가 서러워서 펑펑 운다.
그 장면에서 사람들이 많이 감동했단다.
3년인가의 세월에 뇌종양이라 전신마비환자에 비교하면 쉬운 편인데도...
나는 축 늘어진 아내를 몇 년이나 씻겼다.
몸 가누는건 고사하고 목도 못 가누는 시절을 포함해서.
사람들은 내가 8년이나 되도록 참 대견하게 아내를 잘 돌본다고 칭찬한다.
하지만 정작 내가 한 것은 목욕할 때도 돌볼 때도 작은 것들 이었다.
목욕도 한 번, 간병도 하루치씩, 그렇게 작은 동전 같고 빨대 하나씩 같은.
그게 어느 새 수백번의 목욕이 되었고 8년의 세월이 되었다.
사랑.
그거 그렇게 한 번에 목숨을 던지는 올인도 있겠지만
그저 작은 마음들이 차곡차곡 쌓여서 이루어지기도 한다.
마치 작은 불평 미움들이 쌓여서 파탄이 오기도 하듯
나도 작정하지 않은 큰 느낌을 맛보았다.
- '티끌모아 큰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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