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둥수용소 내 맘대로 읽기 – 열둘>
12.
13장 ‘위현에서의 마지막 날들’ : ‘가짜 삶’에서 ‘차가운 삶’으로...
수용소에서 견디는 동안 그들은 자신들에게 늘 이렇게 말했다.
“이건 ‘가짜 삶’이야! 곧 끝나고 예전 삶을 회복할거야!”
그들은 수용소 생활이 길어지면서 점점 회복에 꿈을 더 보태고 있었다.
현재의 삶이 고단하고 절망적일수록 상대적으로 기다리는 삶의 내용은
점점 더 아름답고 넉넉하게 만들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전쟁이 끝나고 그들에게 닥친 것은 결코 그 꿈이 아니었다.
그동안 악몽 같던 삶에도 그들은 적응하고 어느 새 습관이 되어 있었다.
좋든 나쁘든 인간은 현실에 익숙해지게 마련이다. 그래야 생존하니까.
그리고 다시 고스란히 회복되리라 믿었던 세상은 달랐다.
변한 여건, 망가진 이전 삶의 조건, 남은 것은 ‘차가운 삶’이었다.
수용소가 아닌 우리네 바깥 삶도 어저면 별 다름이 없을 것이다.
우리는 별로 아름답지 않은 이 세상의 삶에 너무 찌들고 몸에 익은 습관으로
천국조차 힘들어할 지도 모르고,
또 막상 천국은 우리가 고생할수록 부풀려서 너무 꾸며 놓은
그런 그림이 아니고 단순 소박한 세상일지도 모른다.
14장 ‘모든 것이 끝난 후’ : 천국에서도 우리는 세상의 후유증을 앓지 않을까?
수용소에서 돌아온 저자는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았다.
산둥수용소에서의 생활이 아주 심하게 나쁘지 않았다고 남의 눈총을 받았고
너무 급격하게 다른 생활의 변화도 불편했다.
미래의 희망이 없으면 지금의 삶도 행복하지 못한다.
수용소에서 살 대 그들은 미래의 희망이 늘 가슴에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고단하지만 한편으로는 의욕도 있었고 행복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돌아온 자리는 넘쳐나는 환경에도 불구하고 그리 편치 않았다.
더 이상 꿈꿀 대상도 필요도 없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돌아온 미국은 더 큰 하나의 수용소 였다.
황폐한 나라를 돕는 인도주의적 계획을 ‘우리 것을 퍼다 줄 수 없다!’고 했다.
많이 가진 나라임에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는 물품을 거부하며
더 움켜쥐려고 발악하고 있었다.
그들의 말은(변명은) 이랬다.
“우리는 미국이 세계를 향해 주어야하는 것은, 우리가 가진 영적 우월성이라고 믿습니다. 단순히 물질적 영역에서 누리는 혜택을 주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그 집회를 마친 그 여선교회 무리들은 잘 차려진 식당으로 향했다.
왜 이 말에서 북한 주민을 돕는 것을 퍼주기라고 했던 한국개신교가 떠오를까...
이 책을 끝내면서 모순을 안고 사는 인간과 세상에게 남기는
유일한 희망의 메시지는 이렇다.
“진정한 신앙인은 의미와 안정성의 중심을 자신의 생명에 두는 대신 하나님의 능력과 사랑안에 둔다. 그는 자신에 대한 과도한 관심을 포기했기 때문에 그의 삶에서 진짜 중요한 것은 하나님의 뜻과 이웃의 복지가 된다.”
[시카고 트리뷴지는 이런 인도주의적 계획을 잘못된 ‘사회 개량주의’라고 여기며 공격하고 있었다. (중략) 잘 속아 넘어가는 사람, 그 사람 주위로는 교활하고 뒤룩뒤룩 살진 외국인들이 모여 그의 소유를 빼앗고 있었다. 그림 위에 이렇게 적혀 있었다. “우리 것을 거저 퍼다주어서는 안 된다.”- 444쪽]
[건강한 영성, 즉 냉담하지 않은 영적 태도는 물질을 나누라는 명령을 인정하고 그 대상에 집, 음식, 난방, 안락함까지도 포함시키는 태도다. - 448쪽]
[물질적 영역과 영적 영역, 세속적 영역과 종교적 영역은 서로 배타적인 것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간절히 필요로 한다. 이것들은 창조적이고 유기적인 인간 삶의 다른 측면일 뿐이다. 따라서 이런 측면들을 서로 분리하려고 시도하는 철학자와 신학자들의 사회에는 화가 임하리라! - 449쪽]
[우리가 현실을 열심히 살 수 있으려면 미래에 대한 소망이 있어야 한다. 현재의 삶에 활기와 열정을 불어 넣는 것은 과거가 아닌 미래다. - 4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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