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은 바람을 따라가는게 아니었다.>
바람이 먼저 불어 왔다.
때론 부드럽게 때론 거칠게
생각이 바람을 타고 왔었는지 끌려 왔었는지 분명치 않았다
바람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몰랐고 궁금하지도 않았다
어느 날은 실려서 가고 어느 날은 밀려서 걸었다.
그러다 문득 어떤 곳에 우뚝 멈추어 섰다.
그런데 그때까지도 몰랐다.
바람의 겹속에 생각이 끼어서 같이 따라다니는 줄은...
한 번은 바람이 지독히 오지 않았다.
몹시 무덥고 불안해서 견딜 수 없었다.
그냥 남겨진 채로, 그냥 버려진 채로 길을 잃을 줄은 몰랐다.
또 몰랐던 것이 있었다.
바람만 잃어버린게 아니라 생각도 사라진 줄은...
애당초 처음 만나서 가슴이 두근거릴 때 알았어야 했다.
바람은 붙잡아 맬 수 없다는 것을,
그러니 단단히 계약을 하던지
아니면 마음을 주지 않았어야 한다는 걸
그러니 생각도 그럴 것이라는 건 당연했다.
바람은 내 마음대로 멈추지도 보내지도 못하고
잡을 수도 없다는 걸 한참 후에 알았다.
그러나 생각은 잡았어야 했다.
생각에는 생활도 따라가고 생명도 따라가는 걸 몰랐다.
바람은 지 마음대로 오고 가더라도
생각은 그러지 말고 최소한 어디서 왔는지,
그리고 어디로 갈 건지 꼭꼭 물어서 같이 가야 했었다.
생각 없는 사람처럼 살고나서 이렇게 후회할 줄 모르고...
그 때문에 슬퍼하고 상처받은 친구가 너무 많다.
바람처럼 신나게 오락가락 하는 동안 상처 받은 가족도 있고
어쩌면 아무 말 없어도 이미 새까맣게 말라가는 중인지도 모른다.
생각과 삶이 비록 바람처럼 비슷하게 오고시작되었어도
생각과 삶을 바람과 함께 정처 없이 흘려보내서는 안 되는 거였다.
아무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바람에게 있는 자유는
사랑하고 미워하고 용서받으며 함께 살아가야할
우리에게는 없는 걸 몰랐다.
우리의 자유는 내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너에게,
그리고 하나님에게, 그렇게 3등분으로 나누어진
퍼즐 조각이었던 것을 몰랐다.
스테인드글라스처럼 빛을 받으면 제각각 드러나는
그런 독립된 조각의 아름다움이 있는 걸,
그렇게 모여서 큰 하나의 그림이 되는 것을!
(사진은 서울종교교과교육연구회 카페에서 나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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