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63 - 끌려다니기 싫은 날>
안 좋은 일이 연달아 생기고 있다.
간 밤에는 새벽1시가 넘어 탈이 난 아내는
침대에서 배변을 보고 졸면서 화장실을 다녀와야했다.
'너무 졸려 피곤해' 하면서,
이른 아침 딸아이를 학교기숙사에 복귀시키는데
너무 고단해서 10분만, 5분만 더 누워 일어나지 못했다.
'사는게 왜 이리 고단할까?'중얼거리며,
간신히 씻기고 움직이는데 목에서 어깨까지 통증이 심하다
콕콕쑤시고 멍든 상처를 건드리는것처럼 아프다.
'갈수록 망가질텐데 우짜노' 앞날이 불안하다.
이의신청했던 장애재판정이 조정없이 거절당했다.
전화주는 주민센터 복지사가 목소리를 낮추었다.
'....'
안 좋은 일은 심사를 안 좋게하고,
안 좋은 몸의 컨디션은 또 다른 곳을 망가뜨려 주저앉힌다.
이렇게 꼬인 작은 몇가지는 종일토록 내리막길로 굴린다.
투덜거리고 찡그린 표정은 사람사이를 불쾌하게 만들고,
부정적인 기분은 또 다른 일을 팽개치고 포기하게 한다.
그래서 먹구름은 더 많아지고 비를 내리게 한다.
인생의 불행은 이런 사소함이 부른 안 좋은 날을
구슬꿰듯 엮어서 만드는 작품이다.
좋은 순간과 좋은 날을 모으면 천국이 되기 때문에 방해하면서
살다보면 그렇게 잘풀려서 기분좋은 일들이 줄서는 날과
기대에 어긋나고 억울하면서 줄서는 날들이 교대로 온다.
사실 어느 쪽 일이든 사소하다. 지나고나면 '이또한 지나가리니'일 뿐,
그 자체로 죽고살지는 않기도하고,
살고 죽는다해도 어쩔도리가 없으면 그냥 고스란히 당할수밖에 없다.
안그럴수 있으면 이미 안그렇게 했을테니까.
그러나 대부분 우리는 이 지나갈 작은 일들을 크게 만든다.
지나치게 좋아하거나 자신의 능력인양 오만해지기도하고
지나치게 비관하여 또 다른 불행을 자초하는 불씨로 만들기도 한다.
오늘 이 말이 떠오르고 심장 깊숙히 파고 든다.
- 훈련
그대가 자유를 찾아서 떠나려고 하거든
욕망과 그대의 지체가 그대를 이리저리 끌고 다니지 않도록
먼저 그대의 감각과 영혼을 훈련하는 법을 배워라.
본회퍼의 ‘자유의 도상에 있는 정거장’에 나오는 글 한 부분.
나는 자유가 그립다.
사소한 일들이 종일토록 내 영혼과 육신을 끌고다니지 않도록
그것이 그다지 쓸모없는 기쁜 일이든지
그것이 능히 생명을 죽이지 못하는 궂은 일이든지 둘다의 경우에도,
나는 훈련을 해야겠다.
욕망으로 바탕한 슬픔과 기쁨, 실망과 행복을 넘어서
잔잔할 나의 감각과 따사로운 햇살같은 영혼을 위해!
( 심령의 근심은 뼈로 마르게 하느니라. - 잠언 7장 22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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