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워, 무서워!”
“왜 그러세요? 할머니?”
“아이구, 벽에 불이 날까봐 무서워 잠을 못 자겠어!”
다 잠든 시간에 계속 뭐라 뭐라 중얼거리며 기어이 사람들을 깨워놓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잠자려는데 갑자기 커튼이 휙! 걷어진다.
“어디가 이상한데요, 할머니?”
“저어기! 불나겠네 무서워!”
기어이 간호사실에서 한 분을 데리고와서 불난다고 일러바친다.
‘뭐지?’ 보니까 핸드폰 배터리 충전기의 작은 전원불빛을 가르킨다.
기가막혔다. 그걸 벽에 불이 붙을지 몰라 무섭다고 열명이나 되는 사람들을 깨우다니...
그것도 밤 12시가 넘은 시간에!
간신히 간호사가 재웠는데 다시 중얼거리며 병실을 왔다갔다 한다. 시계를 보니 새벽 1시가 넘었다.
“내 방이여! 여긴 내 방이라구”
“알았으니 제발 좀 주무세요!”
“근데 내 자리가 없어!”
“미치겠네. 저기가 할머니 자리잖아요!”
성질 급한 한 아주머니가 짜증섞인 소리로 할머니께 타박을 한다.
갑자기 킥킥 웃음이 난다. 얼마전 한 할머니가 아침 동이 틀 때까지 밤새 사람들 잠 못 자게 중얼거린게 떠올랐다. 며칠을 그렇게, ‘집에 가자!’ ‘나 집에 보내줘!’ 라고 하면서,
그러고보니 이 병실 사람들 이런 경우가 처음이 아니다. 벌써 더 심한 경우를 겪어본 베테랑 환자와 보호자들! 흐흐흐!
웃음이 난 건 아마도 저 할머니 지금은 잠잠해졌지만 필시 한시간쯤 지나 또 무슨 꼬리를 잡아 사람들을 깨울 것이다. 나 저 할머니 또 그런다에 천원! 걸 수 있다!
그런데 바깥을 보니 비가 뿌린다. 이상하게 날이 흐리거나 비가 오면 더 심해지신다. 마치 신경통이 있는 분들이 비오는 날엔 더 쑤시듯, 몸의 신경통만이 그런게 아니라 마음의 신경통인 치매도 그러신가 보다.
삶이 망가진 늙은 세월에는 비가 오면 몸도 마음도 앓이를 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