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투병일기

목 조여오는 대한민국 복지

희망으로 2013. 9. 14. 10:57

<목조여 오는 대한민국 복지>


어제는 병원으로 공무원들이 들이 닥쳤다.

도청과 시청의 직원들이라면서 5명이 넘게,


"집이 어디세요?"

"ㅇㅇ동인데요"

"근데 왜 ㅇㅇ구로 되어 있지?"

"ㅇㅇ구는 산 적도 없는데요?"


"보자, 벌써 2년이 넘게 입원해있네요?"

"........."

"무슨 병이지요?"

"다발성경화증입니다"


옆에 있던 병원 간호사가 대신 대답했다.

잘 모르는 눈치다.


"희귀난치병이고 중증대사장애, 대소변 장이 마비되었다구요"

"좀 나아지나요?"

"그럼요! 상지 하지 장애 1급에서 치료받고 2급, 3급으로 내려갔지요.

복합장애로 여전히 1급이지만요"


못 믿는듯 캐고드는 태도에 좀 심사가 불편해지더니 

대답하는 내 표정과 말투도 불편해지고 있었다.

나중에 병원측 설명에 따르면 오래된 환자들 짤라서 집으로 돌려보내려고

조사나온거란다.


"치료비는 어떻게 감당하나요?"

"아버지가 국가유공자라서 의료보험 적용받고, 

희귀난치병 등록으로 할인받고, 그래도 비보험 많아서 

여기저기 도움받아 버티지요"


뭔가 꼬투리 잡으려는 식으로 한마디만 더 하면 싸우고 싶었다.


"4대강인지 토목공사하느라 20조가 넘는 돈을 강에다 쳐붓고,

모자라는 예산을 꼴랑 복지비용에서 깎으려고 하나요?

수당 이름 바꾸면서 장애수당 깎고, 발병 2년이면 무 자르듯 재활 치료 숫자 줄이고, 

이제는 입원기간 제한으로 병원에서 내어쫓아요?" 라고,,,


저녁에 아들이 전화가 왔다.


"낮에 도청에서 공무원들이 다녀갔다. 

오래 병원에 있는 사람들 돈 잡아먹는다고 추려서 내보내려고 한다네,"

"어떻게해요..."

"그럼 도청이나 시청 정문앞에가서 자리깔고 환자 눕혀놓고 시위할거다"

"그럼 저도 갈께요"

"야, 너는 군인인데 나라 지켜야지. 됐다! 그런 일 안생기면 좋겠다!"


참 씁쓸하다.

아들과 웃고 끝냈지만 돌아보니 목을 조이고 들어오는 느낌이다.

재재작년에는 수도권에서 예산 삭감으로 병원옮겨달라고 재촉받고 여기로 왔고, 

작년에는 발병기간 오래되었다고 재활치료 줄여서 또 속상했다.

그전에는 나오던 장애수당 깎여서 줄었고...


대한민국에서 갈수록 나아지는 복지혜택으로 마음 놓고 투병하는게 아니라

갈수록 마음 졸이며 모가지 달랑거리는 이중고통을 당하며 산다.


안 아픈 사람들이 행운이다.

그러나 마지막엔 안 아프고 죽는 사람이 몇이나 된다고...

지금 대한민국의 복지 현 주소에 사는게 만만치 않다.


그래도 산 목숨이니 죽는날까지는 살아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