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끄적/그저 오늘 이야기...

더 낮은 곳에서 온 편지

희망으로 2013. 7. 1. 18:20

버티다, 

다시 생각해보다가,
또 갈까 말까 고민했다.

6년이라는 병원 살이,
감옥 아닌 감옥같은 세월이 남긴 우울증

정작 환자 당사자인 아내도 잘 버티는데
간병하던 내가 고장이 나기 시작한다.

'안되겠다, 누구를 된통 곤경에 빠뜨리기 전에
예방차원에서 상담도 받고 치료도 하자'

결심하고 병원 문 열 시간만 기다리는데
간호사가 우편물을 서너개 가져다 주었다.

그 중에 하나,
알 수 없는 분에게서 편지가 왔다.

지금 구치소에서 5개월째 재판을 기다리는중이라는
전과 53범의 개심한 미결수라고 소개하셨다.

'해와달' 월간쪽지에서 내 글을 읽으셨단다.
'내 인생의 가장 큰 로또는 하나님'이라는 제목의 글을,

그도 갇힌자고 부자유하면서도 
나더러 힘 내고 믿음 잃지말고 살라고 위로를 한다.

그에게 힘이 되었다는 내 믿음이 
지금은 정작 정신과를 찾아 치료를 받아야할 상태다.

세상은 잠시만 방심해도 추락하고
누군가의 작은 돌질에도 멍드는 불안한 곳이다.

...이것은 하나님이 주시는 메시지일까?
변덕부리지말고, 했던 말 기억하라는?



(아마도 검열과 사서함 경유 발송되어 늦었나보다. 내게 도착한 것은 6월말이 다 되어서였으니..)


뒤에 두 편의 시 글이 있었다. 

그 중 한편의 제목이 '벌레먹은 낙엽의 독백'이었다.
자신의 삶을 스스로 벌레먹은 낙엽이라고 표현하신 듯,

그 글 중에 한 부분이 기억에 깊이 남는다.

'... 나의 영혼에는 아무도 관심이 없다.
상처투성이의 내 모습에 모두 고개 돌려 외면 할 뿐...'

누구가에게 외면당하고 잊혀진다는 건 참 외로운 일이다.
비록 그 첫 원인이 자신에게서 시작되었다고 할지라도,

나도 아무 도움을 줄 처지도 못되고,
따뜻한 사랑과 여유있는 마음이 넘치는 형편이 못된다.


같이 메마르고 같이 갇힌 괴로움을 허우적거리는 중이니,
어떻게 답장이라도 써야할지 난감하다.

상투적인 하늘의 자비나 또 빌어드리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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