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끄적/그저 오늘 이야기...

이럴 때 성경이 참 불편하다

희망으로 2013. 6. 16. 18:50

<말씀은 왜 나를 이리 괴롭힌다냐?>



병실에 새로 할머니 환자분이 오셨다.
오신 첫 날밤에 새벽3시부터 소리를 지르기 시작하셨다.
곁에 누워 자는 아들에게 계속 야단도 치고 애걸복걸도 하고,

“일어나, 일어나라고!”
“등에 아기가 잇어 떼어 줘, 깔려 죽겠다”
“집에 가자, 빨랑!”

아침 6시 가깝도록 할머니는 헛소리를 그 고요한 밤에 해대고,
아들은 그저 자요, 주무세요, 소리만 대꾸처럼 두어 시간이 넘도록 해댔다.

환장할 지경이다. 딴 사람은 누구는 꼬박 밤 세고, 또 누구는 푹 잘만 자기도 했다.
근데 기어이 열이 받쳐 맨발로 일어나 소리를 질렀다.

“제발 잠 좀 자자구요! 새벽부터 할머니 말 해대는 건 환자니까 어쩔 수 없는데,
이제 아침에 겨우 자려는데 왜 성한 사람들까지 그래요? 복도로 나가서 하던지 목소리를 좀 낮추던지요!“

그 할머니 아들과 다른 환자 한 분이 목소리를 높여가며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었다. 
자기는 밤새 모르고 잘 잤다고... 2년 넘도록 한 방에 지낸 분인데 처음으로 짜증을 퍼부었다.

...남 배려도 못하고 상식도 매너도 없는 사람들 같으니!, 5시50분 정도에, 밤새 잠도 못잔날 아침에 말이다.

부글부글 끓는 성질머리를 꾹꾹 누르며 안식일 예배도 때려치울까 하다가 올라갔다.
하필 어저께부터 ‘하나님을 감동시키는 예배자’라는 책을 읽는 중이라는 불운(?) 때문에....

공연한 심술로 예배도 집중 안하고 성경을 뒤적이는데 이 구절이 들어왔다.
아내가 형광펜으로 줄 그어놓은 부분, 로마서 12장15-16절이,

<즐거워하는 자들과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 
서로 마음을 같이하며 높은데 마음을 두지 말고 도리어 낮은 데 처하며 스스로 지혜 있는 체 하지 말라>

뭔 이런 심보가 다 있다냐? 하나님이나 되시는 분이...

안 그래도 사람들이 밉고 상식머리 없는 나쁜 사람들만 주위에 만나는지 투덜거리던 판에,
이럴 때 참 성경이 불편하다. 뭘 경우도 바르게 찔러대는지...

‘우는 자들과 함께, 높은 데 마음을 두지 말고..., 체 하지 말라’
에이, 미워하기엔 틀려먹었다. 
뭐 아침에 그렇게 사납게 퍼붓고는 한시간도 안 넘어서 짜증내며 말해서 미안하다고 
두 사람에게 직접 사과는 했지만, 내 속까지 진심으로 죄송하지는 않았다. 
미운 마음도 남아 있었고, 

근데 털어버려야 했다. 안식일 예배드리며 읽은 성경 구절 때문에, 참, 나...

설교 시간에 늘 하던 목사님이 아니고 외부 교회 딴 목사님이 오셨다.
근데 처음부터 시종일관 ‘할렐루야와 아멘만 수십 번도 더 들어간 숫제 약장사 판 같은 느낌이다. 
마이크 스피커는 왜 그렇게 크게하고 소리는 지르는지,

내가 속으로 ‘아멘교’ 가 태어나겠구나. 싶었다. 그 목사님은 아예 대놓고 말하신다. 
그냥 아멘만 종일 해대도 천국가고 복 받고... 그러면서, 따라하라고 강요를 하신다.

정말 예배시간에 설교는 차라리 없어졌으면 좋겠다 싶은 바람을 또 느끼는 고역의 시간이었다. 
종종 그래서 난 설교시간에 그냥 성경을 읽고 있는 적 여러 번이다. 

중간에 나가버릴까? 그래도 하나님께 드리는 예배인데.... 
고민 중인데 아까 읽은 성경구절 아래에 또 한 줄이 형광펜으로 쫙! 그어져 있다. 

<로마서 12장18절 – 할 수 있거든 너희로서는 모든 사람과 더불어 화목 하라.>

말씀이든 예배든, 온통 머리로만 따지면 나중에 머리만 천국 가는 거 아닐까?
어떤 이들은 온통 울고 웃기만해서 가슴만 천국 가는 경우도 있겠고, 
그런데 그러면 안 되는 거 같다. 
머리도 가고 가슴도 가고 팔다리도 다 가야 온전한 한 사람이 모양새가 나지 않을까.

요즘 읽는 찬양사역자 장종택님의 책에서 이런 부분이 감명 깊었다.

<가짜 예배, 눈물범벅의 회개와 결단의 간절한 부르짖음이 가득한 예배라해도 삶으로 연결되지 않으면, 
결국에 감정에 자극만 찔러 준 추상적 예배일 수밖에 없다.
모든 것 다 아시는 하나님의 관심 밖으로 밀려난, 예배 아닌 예배. 가짜 예배.>
         - ('하나님을 감동 시키는 예배자' 중에서)

삶으로 연결되는 예배, 중요한 기준임에 틀림없다. 어쩌면 그것만이 최고의 선일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그런 신앙과 아닌 신앙의 스타일에 다라 편을 가르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마치 진짜와 가짜, 혹은 수준이 높음과 낮은 차원, 뭐 그런식으로,

그런데 성경에서는 ‘모든 사람과 더불어 화목 하라.’고 경고를 주셨다.
모든 사람과... 머리와 가슴과 팔 다리, 엉덩이도 가고 이쁜 얼굴도 가고!
당장은 무지 불편하다. 성질도 나고, 성경은 왜 이리 힘들게 시키지? 하면서,
그런데 곰곰 생각할수록 참 자유를 주시려고 이런 태클을 거시는 게 맞다.
당장 단 것만 먹다가 중 병이 들고 당뇨 충치로 망가지지 말라고...

으으으... 말씀은 받고, 인간 소갈머리는 수준이 안 따르고, 괴롭다. 안식일에~~
그래도 감사! 감사! 억지로도 인정은 하고 가야겠다. 이럴 때 유머 한 자락이 긴장을 확 풀어주는데, 
뭐 마땅한 이야기 없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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