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끄적/그저 오늘 이야기...

밀서로 온 주차장 민들레

희망으로 2013. 6. 9. 00:10

우리 병원 옆 큰 병원의 주차장 철망 아래

세멘 바닥에 정신없는 민들레 한송이가 피었습니다.


세상에, 저 혼자 어디서 날아왔는지

그곳에서 싹을 티우고 줄기가 자라고 꽃까지 피웠습니다.

달랑 혼자, 정말 정신나간 꽃처럼,


오며 가며 주차장 매연에 얼마나 버틸까 

오래 못살지, 하면서 한편 버티라 응원했습니다.


거기 혼자 무슨 재미를 느낀다고,

누가 시선주고 어여쁘다 웃어준다고

불행한 사생아처럼 왜 피었는지 밉기도 했습니다.


어쩌다 내리막을 굴러 수렁에 박힌 내 처지 같아서

더 미웠고 더 불쌍했습니다.


그런데도 꿋꿋히 꽃피우고 홀씨 날리더니

날이 차고 말라 장렬히 사라졌습니다.

아무도 원망치 않고

스스로 절망도 않고

자기 삶을 다 살고 갔습니다.


아마도 나를 향해 보란듯 지구에 왔다간

하나님의 밀서였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