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돌아간다.
곧바로 가지 않고 돌면서 간다.
그러니 사람도 돌면서 갈 수밖에...
건널목에서 신호등을 기다리면
열에 여덟, 아홉은 빨간불에 막 건너간다.
아줌마 아저씨는 물론이고 학생도 아이도,
서 있는 내가 민망하다.
힐끗 보는 눈초리를 내가 피하게 된다.
‘뭐야?...’ 그러는 것 같다.
아침에 중학교 앞을 지나가는 길
수십 명의 아이들이 우르르 학교로 들어간다.
횡단보도가 두 개,
한쪽엔 깃발 들고 교통정리하고 조금 먼 쪽엔 아무도 없다.
신호등이 소용없다. 완전 장식용,
빨간불이이고 파란불이고 상관없이 연속으로 건너는 학생들
그 와중에 나 홀로 서 있었다.
뻘줌하게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처럼,
두 군데 다 교통정리를 하던지 둘 다 하지 말던지 하지...
우리 아이들은 항상 신호등 앞에서 세웠다.
한번은 물어보았다.
너도 신호등 상관없이 막 건너느냐고,
거의 안가고 기다렸다 간다고 대답했다.
아이들을 외계인을 만들어놓았다.
멀쩡한 모범시민으로 만드는 줄 알았더니...
세상엔 온갖 법들이 있고 좋은 말들이 있다.
그대로 살면 융통성 없고 성공하지 못한다고 비웃는다.
법을 알고 이용하면 더 유능하고 많은 이익을 본다.
좋은 말, 좋은 구호는 그냥 가끔씩 멋으로 즐기고
아주 철저하게 살지는 않아야 한다고 세상은 보여준다.
병원에서 환자복과 시트를 나누어주는 시간을 정했다.
매일 오후 2시에만 일괄적으로,
그런데 잘 안된다. 대부분 유능한 간병인이나 보호자는
세탁된 물량이 들어오는 밤시간에 다 타가고
혹은 아무 때나 요령껏 타간다.
기를쓰고 참고 오후 2시에 가는 나는 번번히 다 떨어지고
없다는 거절을 듣거나 낡은 옷을 타온다.,
위아래 색도 다르고 사이즈도 다른 걸로...
규칙을 정하면 칼같이 지키거나 아님 아예 안 만들었으면 좋겠다.
따르는 사람만 바보같이 되고 요령 없다 소리 듣는다.
화가 난다. 같이 안 지키면서 요령부리면 스스로의 자존심이 망가지고
지키면 손해와 함께 수군거림과 분노를 덤으로 받는다.
세상은 돌아 가고 있는 중이 분명하다.
아침 신문에서 ‘래디컬 투게더’라는 철저한 신앙인의 길을 주장하는
책 소개 기사를 보았다.
<“하나님의 영광을 세상에 더 널리 드러내기 위해 프로그램과 행사를 중단하고, 재정과 건물을 희생하고, 더없이 소중한 명예와 전통을 포기할 수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말 그대로 성경대로 재산도 욕심도 포기하고 철저하게 따르는 길,
아마 대한민국 개신교 모든 신앙인에게 그대로 적용하자고 했다간
90%는 족히 넘게 시험에 빠지거나 물러날 거라고 보인다.
세상은 곧이 곧대로,
곧바로 가자고하면 무리에서 이탈되고 심지어 못 살게 된다.
원칙주의자, 원론주의자니 하면서 모두 빠져나갈 길을 만들어준다.
돌고 돌면서 살아가잔다.
지상최고의 도덕률과 법을 정해놓고
한쪽으로는 뭉개면서 요령있게 이득을 보면서 살아가는 방법,
나 같은 사람에겐 왜 이리 힘들고 버거울까?
하나만 있으면 좋겠다.
무질서거나 질서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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