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끄적/날마다 한 생각

세상은 돌고 도는데 곧바로 못간다?

희망으로 2012. 9. 26. 09:56

세상이 돌아간다.

곧바로 가지 않고 돌면서 간다.

그러니 사람도 돌면서 갈 수밖에...

 

건널목에서 신호등을 기다리면

열에 여덟, 아홉은 빨간불에 막 건너간다.

아줌마 아저씨는 물론이고 학생도 아이도,

서 있는 내가 민망하다.

힐끗 보는 눈초리를 내가 피하게 된다.

뭐야?...’ 그러는 것 같다.

 

아침에 중학교 앞을 지나가는 길

수십 명의 아이들이 우르르 학교로 들어간다.

횡단보도가 두 개,

한쪽엔 깃발 들고 교통정리하고 조금 먼 쪽엔 아무도 없다.

신호등이 소용없다. 완전 장식용,

빨간불이이고 파란불이고 상관없이 연속으로 건너는 학생들

그 와중에 나 홀로 서 있었다.

뻘줌하게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처럼,

두 군데 다 교통정리를 하던지 둘 다 하지 말던지 하지...

 

우리 아이들은 항상 신호등 앞에서 세웠다.

한번은 물어보았다.

너도 신호등 상관없이 막 건너느냐고,

거의 안가고 기다렸다 간다고 대답했다.

아이들을 외계인을 만들어놓았다.

멀쩡한 모범시민으로 만드는 줄 알았더니...

 

세상엔 온갖 법들이 있고 좋은 말들이 있다.

그대로 살면 융통성 없고 성공하지 못한다고 비웃는다.

법을 알고 이용하면 더 유능하고 많은 이익을 본다.

좋은 말, 좋은 구호는 그냥 가끔씩 멋으로 즐기고

아주 철저하게 살지는 않아야 한다고 세상은 보여준다.

 

병원에서 환자복과 시트를 나누어주는 시간을 정했다.

매일 오후 2시에만 일괄적으로,

그런데 잘 안된다. 대부분 유능한 간병인이나 보호자는

세탁된 물량이 들어오는 밤시간에 다 타가고

혹은 아무 때나 요령껏 타간다.

기를쓰고 참고 오후 2시에 가는 나는 번번히 다 떨어지고

없다는 거절을 듣거나 낡은 옷을 타온다.,

위아래 색도 다르고 사이즈도 다른 걸로...

규칙을 정하면 칼같이 지키거나 아님 아예 안 만들었으면 좋겠다.

따르는 사람만 바보같이 되고 요령 없다 소리 듣는다.

화가 난다. 같이 안 지키면서 요령부리면 스스로의 자존심이 망가지고

지키면 손해와 함께 수군거림과 분노를 덤으로 받는다.

세상은 돌아 가고 있는 중이 분명하다.

 

아침 신문에서 래디컬 투게더라는 철저한 신앙인의 길을 주장하는

책 소개 기사를 보았다.

 

<“하나님의 영광을 세상에 더 널리 드러내기 위해 프로그램과 행사를 중단하고, 재정과 건물을 희생하고, 더없이 소중한 명예와 전통을 포기할 수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말 그대로 성경대로 재산도 욕심도 포기하고 철저하게 따르는 길,

아마 대한민국 개신교 모든 신앙인에게 그대로 적용하자고 했다간

90%는 족히 넘게 시험에 빠지거나 물러날 거라고 보인다.

 

세상은 곧이 곧대로,

곧바로 가자고하면 무리에서 이탈되고 심지어 못 살게 된다.

원칙주의자, 원론주의자니 하면서 모두 빠져나갈 길을 만들어준다.

돌고 돌면서 살아가잔다.

 

지상최고의 도덕률과 법을 정해놓고

한쪽으로는 뭉개면서 요령있게 이득을 보면서 살아가는 방법,

나 같은 사람에겐 왜 이리 힘들고 버거울까?

하나만 있으면 좋겠다.

무질서거나 질서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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