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하고 평안한 안식일,
조금 억지를 부리며 미화를 해보아도 도무지 거룩하고 평안해지지 않는다.
7층 휴게실에서 드리는 병원의 주일예배에 참석하러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4층에서 올라가는데 엘리베이터가 5층에서 멈추었다.
문이 열리고 아주 큰 휠체어가 낑낑거리며 좁은 안으로 들어오려 애쓴다.
키는 작으신 할머니가 아프기 전에는 장사였을 것 같은 거구의 할아버지를 태우고..
뇌경색이 심하게 오셨던 모양이다.
목에는 구멍이 나있는 것이 석션(호스로 가래를 빼내는 일)을 하는 모양이다.
눈은 감으시고 고개는 한쪽으로 자꾸 기울어 할머니가 연신 손으로 똑바로 세우신다.
마치 지게를 작대기를 바치듯...
80세 안팎으로 보이시는 두 노인분이 안쓰럽다.
나도 아내를 휠체어에서 침대로, 침대에서 휠체어로 오랫동안 옮겨 태워봐서 안다.
지금은 아내가 다리에 힘을 주기 때문에 거져먹기가 되었지만,
제 몸을 스스로 가누지 못하는 사람의 몸이 얼마나 무거운지,
그 동작을 여러 번하면 허리가 얼마나 아픈지를...
공연히 할아버지의 거구가 다 밉게 느껴진다.
나는 정작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인데도...
할머니는 젊엇을 때보다 키가 더 졸아드신 것 같다.
정상으로 허리를 펴면 좀 더 나을 텐데 허리가 꼬부러지신 게 확연히 보인다.
휠체어를 때로는 뒷바퀴를 들어서 각도를 돌리며 옮겨야 할 때도 있고,
턱이진 곳은 앞을 살짝 들어 올린 후 뒤쪽 도 들어 올려야하는 경우가 있는데,
키가 모자라셔서 힘들어하신다.
어깨를 들어 올려 애쓰지만 바퀴가 땅에서 들리지 않는다.
그냥 질질 끌며 옆으로 돌려서 엘리베이터를 타고내리셨다.
예배를 시작하는데도 의자에 앉지 못하시고 휠체어 뒤에 서서
계속 할아버지 목을 곧추 세우느라 힘쓰며 머리를 쓰다듬고 계신다.
아까는 미쳐 몰랐는데 이제보니 할머니가 바지를 환자복을 입으셨다.
환자도 아니신 보호자인데,
젊은 사람들이라면 줘도 안 입는데 할머니는 면으로 된 환자복이 편하신가보다.
문득 저 두 분 앞에 남은 생명의 날들이 얼마나 될까 궁금해진다.
예배 중에도 할아버지는 가래가 끓는지 계속 그르륵 거리신다.
침상에서라면 석션이라도 해서 가래를 빼드릴 수 있지만 지금은 어찌할 수가 없다.
그냥 버티고 참을 수밖에...
저렇게라도 계속 사셔야하는 생명의 의미는 무엇일까?
‘자살은 안 되기 때문!‘ 이라는 그런 종교적 규율 같은 이유 말고,
누구나 공감하는 살아서 가치가 있는 그 어떤 설득력 있는 이유...
이런 장면은 마음이 불편해진다.
눈앞에서 보는 것만이 아니라 이야기 듣는 것도 불편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안 보고, 안 듣는 것이 마냥 기쁘고 안식일 예배를 은혜롭게 느끼게 할지 모른다.
젊고 건강하고 능력도 있고 폼 나는 성도들끼리 교제를 하고 싶은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별나게 나쁜 사람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도 가지게 되는 자연스런 바람일거다.
참 송구스럽다. 저분들도, 전하는 나도...
하나님은 저런 상태에서도 예배시간에 꼬박꼬박 참석하는 것을 어떻게 보실까?
과연 더 귀하게 보실까?
‘그냥 병실에서 쉬지 뭘 오고 그러냐...’ 라고 하지는 않으실까?
난 하나님이 어쩌실지 짐작은 하지만 확실히는 말 못하겠다.
하나님 입장에 서본적이 없으니...
하지만 저 두 할아버지 할머니께는 얼마나 절실한지 좀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저 입장에 가까운 상태로 예배를 참석한 적이 여러 번 있었으니,
얼마나 죽기 살기로 지푸라기를 잡고 매달리는 심정으로 참석하는지를 안다.
그러니 저 고생을 감수하고도 예배시간에 꼬박 오실 거다.
강아지를 키워보면 유난히 따르고 가까이 다가오는 것들이 있다.
지 맘대로 쌩하니 돌아다니는 강아지도 있고,
주인인 사람은 대개 가까이 안겨들고 따르는 강아지를 예뻐하게 된다.
하나님도 우리를 강아지처럼 생각하실 지는 잘 모르겠지만...
세상에 뭔가 많은 것을 보여줄 능력이 있는 젊은 우리보다,
세상에는 그다지 많은 것을 보여줄 것도 없고, 환영도 덜 받을게 빤한 저 두 분이
아마도 우리보다 더 하나님께 가까이 가려고 안달을 하실 게 분명하다.
누가 더 하나님께 이 안식일에 관심을 받을까?
요즘 나는 자꾸만 정상적이고 능력이 많은 사람들에 스스로 치이고 주눅 들며 살고 있다.
그런데 오늘은 더 무기력해 보이는 분들에게 하늘 관심도 빼앗겼다.
세상에서도 하늘에서도 만년 2등만 하게 되었다는 서글픔...
하지만 하나님은 또 다른 마음도 주신다. 사랑의 하나님답게!
한쪽으론 세상의 성한사람보다는 하나님께 더 관심 받고 살고 있다는 사실과,
또 한쪽으로 저 두 어르신보다는 좀 더 이 땅에서 할일이 남았고,
사람들에게도 쓸모 있는 형편이라는 틀림없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셨다.
<지혜는 사랑의 토양에서만 꽃피는 신비한 진리> 라는 걸 오늘 알았다.
결론은 확실히 안식일은 복 받는 날이 맞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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