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끄적/그저 오늘 이야기...

상한갈대님의 글에 감사로...

희망으로 2012. 3. 16. 22:54

brokenreed 2012-03-16 15:10:21 [삭제]

ㅋㅋ
제가 자주 쓰는 말입니다.
여행은 돌아올 곳이 있기 때문에 여행이다....안 그러면 방랑이나 유랑이다...

집사님
오늘은 날도 흐리고 비도 오고 찌질한 날입니다.
날도 궂고 인생도 찌질하지만....그래도 집사님이 계시니까 참 좋습니다.

하늘의 위로는 많은 사람들이 전했을 터,
저는 인간의 위로를 전합니다. 내내 평안하십시오.

 

[답신]

brokenreed 님


이렇게 지독히 오래 걸리고,
그럼에도 꼭 가야만 하는(진짜 가고 싶기도 하는...) 여행 중입니다.
이 여행말고도 잠깐씩 갔다가 제자리로 돌아와서
'휴~ 좋다!'하는 여행도 하고 싶어요 ㅠ.ㅠ

 

오늘은 종일 흐리더니 지금 이곳 청주도 비가 내립니다.
둘째아들이 느닷없이 휴가를 내서 병원으로 왔네요.
간밤에 와서 지 형 자취방에서 자고 오전내 딩굴다가
점심시간이 넘어 두 놈이 불쑥 병실로 들어와서 놀랐어요.
이 두 놈이 하는 말, '서프라이즈~~' ...

 

곧 있을 사촌누나 결혼식에 입고 갈 양복 한벌을 사주었습니다.
우리 대신 가족 대표로 보내야할 사절단이라서...
잘 입은 양복에 아내는 흐뭇해 합니다.
한편으론 갈대님처럼 돈 계산에 마음 졸이면서~~ㅎㅎ

 

 

 

 

 

 

 

새로 얻은 큰아이 자취방에 필요한 살림살이들을 사서 갔습니다.
후다닥 돌아와야하는 빠듯한 시간에 이것저것 정리하고
비오는 귀가길을 바삐 돌아왔습니다.

 

지금 하나님의 위로는 넘치고 흔들림 없습니다.
그럼에도 사람의 감정이란게 마음 아픕니다.
아들들 옷 사입혀 내가 못가는 경사를 보내야하는 이 현실이...

 

라면 끓여먹고 중국집 시켜먹고, 이거 욕할 마음 없습니다.
오늘 밥솥도 사주고 후라이팬도 두가지 사서 씽크대에 넣고 왔지만
공부하고 고단한 사내놈들이 꼬박 밥해먹으란 소린 안하고 싶습니다.
살림 깔끔하게 안한다고 잔소리 하기도 싫습니다.
안죽을 만큼 살고 버티고, 남에게 피해주지 않으면서,
가장 하고 싶은 일 우선으로 하면서 살면 되는거지 무슨 모범생??

 

그래도 이건 흔하게 편하고, 흔하게 누리는 가족들의 상황은 아니지요.
저녁먹고 밥상 물리고 온가족이 티비보면서 낄낄거리고,
문득 성적 물어보다 열받고 잔소리하고! 뭐 그런 기준으로 보면...

 

인간의 위로를 주시니 고맙네요.
어쩐지 뭔 말을 해도 흉을 안볼것 같아서,
그거 알아요? 아무리 뛰어난 언어로 전달해도
한 순간의 표정이나 사진을 못따라가는 힘을,


예나의 표정과 순수함이 울컥 위로가 되는 신기함을 느낍니다.
백번을 보아도 빙긋 미소가 나오는  대단한 컨텐츠!
하나님이 주신 생명의 처음 아름다움, 잃어버린 보석 같아서요.

아마도 어른들이 너무 멀리 떠내려오면서 물들어서 그런가봅니다.
얼른 본향으로 돌아가서 예나처럼 본질적인 '보기에 좋았던' 시절을
회복하고 싶습니다.

 

오늘 비오는 날이 꽤 복잡한 심정인가 봅니다.
울고 싶은데 누가 좀 때려주었으면...


(갈말 게시판의 몇몇 글들이 마음을 더 무겁고 답답하게 하네요.
잘난척 하고 댓글을 '시일야방성곡'처럼 달까 하다가 이내 그만둡니다.
그러기엔 지금 제 처지가 영 아닙니다.
이렇게 나를 말도 못하게 구석으로 몰아넣는 이유는
하나님이 저를 무지 사랑하셔서 그런가 봅니다.
제발 좀 겸손하고 주님을 닮아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