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눈발이 세차게 날리고 바람 불어 추운 날!이 되었습니다.
어제밤 느닷없이 막내 나눔이는 오늘 병원으로 오겠다고 했습니다.
...또 무슨 일이? 잔뜩 긴장하면서도 아이를 또 본다는게 설레입니다.
16년을 살고도 아직도 딸만 보면 정신이 나가는 딸 바보는 운명인가봅니다.
터미널까지 나가서 아이를 데리고 들어오는 길에
'나눔아, 작년 결혼기념일 그림편지 어제 떼어냈다.
좀 오래 되었고, 사람들이 그 후론 니가 다시는 안 온줄 오해할까봐...'
그 이야기를 듣더니 아이는 가방에서 무엇을 꺼냅니다.
'아빠 사실은 이거 어제 밤에 그린 창작 우화인데...'
바람이 너무 세게 불어 길에서 볼 수 없어 병원으로 와서
그 창작 우화를 보았습니다.
'헐...' 세상에 엄마 아빠의 이름을 풀이하는 엽기 폭소 만화였습니다!
배꼽을 잡고 웃느라, 또 병실분들께 실례라 참느라 혼났습니다.
다른 사람에게야 뭐 어쩔지 모르지만,
우리에겐 정말 재미있고 슬프고, 어이없는 그림책이었습니다.
이제 그 엽기발랄 창작우화를 공개합니다!
제목 : 우와! 소다! <그림 글 - 김나눔>
제목, 내용. 모두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배짱에서부터 짐작했어야 하는데 미처 몰랐습니다.
다음에 페이지를 넘기면 무엇이 나올지를...
두번째 페이지입니다.
다시 먹는다고 '재식'이라는 딸의 이름풀이, 세상에...
내가 언제 김을 즐겨먹어서 '김' 재식이 되었지?? 그리고 전에 내가 아내의 이름을 정수기 시리즈로
2탄까지 놀리는 이야기 올린적이 있었는데 딸이 그 3탄을 만들줄이야!! 불쌍한 아내...
(1탄 - 우리집 정수기는 얼음도 나온다! 광고에 열이받아 우리집 정숙이는 잔치국수, 비빔밥도 나온다! 그랬지요. 2탄 - '정수기는 '미니(민희)! 미니(민희)로 바꿔요!' 시엠송을 듣고 차마 그럴 수는 없다고, 민희공주님께 사과를 하면서 거절을 했지요. 안그래도 요즘 '정수기는 스테인리스가 대세!라며 또 광고가 바뀌었더군요. 아이구~~ 끝없는 정숙이의 수난, 또 스텐으로 교체해야하나요? 흑흑...)
아내가 이걸 보고 화도 안내고 웃더라구요 글쎄~~ ㅎㅎ
원래 세상 부모들이야 자식들의 밥이고, 온 몸과 세월을 바쳐 희생한다고 했지만,
아들 겨레의 양식이 되어 기쁨으로 변하다니 좀... ^^*
뭐야? 그러니까 1등급 남편은 사라져도 옆집 망아지와 카드놀이나 하면서 잊어버리고 산다구요? ...
설마? ㅠ.ㅠ 그나마 슬픔을 나눔으로 미학이 되었다니 봐줘야 하는건가요? ^^*
끝! 여기까지 딸의 부모 이름풀이 창작우화였습니다~~~
(에필로그)
사실 이렇게 우리를 재미있고 행복하게 해주는 딸 때문에 가슴앓이도 많이 합니다.
올 연말에 지원할 예정인 기숙사 있는 고등학교, 청주의 한국교원대부설고등학교가 좀 커트라인이 높습니다. 게다가 기숙사 입주여부가 계속 학기마다 성적으로 연장 결정이 나기 때문에 늘 쫒깁니다. 게다가 생활 시간표가 거의 새벽부터 밤 자정까지 공부로 돌아가는게 마치 군 내무반 같다고 입이 나옵니다.
지금 중학교 담임선생님과 교장선생님이 그 이야기를 듣고 '힘들텐데...'하시더랍니다. 청주 중학교들도 5%안에 들어야 입학이 가능한 점수대라면서... 300점 내신에 290점 이상이 되어야하고, 자체 국 영 수 고사도 120점 만점에 거의 10%안에는 들어야하나봅니다. 저는 계속 우기고 있습니다. 너 세끼 밥 먹이는게 아빠의 기도제목이다! 그러면서...
어차피 많은 짐들과 사계절 살림, 또 여차해서 낙방하면 자취하면서 다른 학교를 다녀야하기 때문에 방은 계획대로 준비를 할 예정입니다. 아이도 주말에는 나오면 좀 딩굴며 쉬었다 가야 하니까요.
이 긴장된 올 한해를 이렇게 웃고 서로 다독이면서 잘 해보려고 합니다.
출발이 좋습니다. 생각도 못한 부모 놀려먹기 그림우화를 들고 보너스처럼 병원으로 온 딸아이가 고맙지요!
기도와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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