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12월 21일입니다.
며칠후면 성탄절이네요.
예전에 직장을 다니고 교회에 다닐 때면
참 많이 바쁘고 귀로 눈으로 분위기를 확실히 느끼곤 했습니다.
'다닐 때'라는 말을 하고보니
직장도, 교회도 안다니고 있다는 사실을 말씀드렸네요.
아내가 자가면역질환의 하나인 희귀난치병으로
사지마비가 되어 병원에서만 생활한지 4년째이거던요.
그러다보니 병원안에서만 24시간 보내다보면
세상의 분위기가 많이 낮설어졌나봅니다.
창원씨는 어떻게 느끼시는지요?
그곳도 한정된 장소,
한정된 사람들만 만나다보면 비슷하겠다 싶네요.
자세히 모르면서 말하다 실수는 안할지 조금 염려도 됩니다.
전에 13년을 갇혀서 지내신 황대권씨의 '야생초편지'라는
책을 보았습니다.
한참 읽다가 빠져들다보니 저도 모르게 그 분이 계신곳이
어디인지를 잠깐씩 잊어버리고 야생초에 같이 빠지곤 했습니다.
그 장소에서 아주 작은 대상과 함께
아주 작은 일들을 함께 느끼고, 함께 몰입하다보니
순간 순간, 벽과 창을 넘어 넓은 자유를 누리는 듯 했습니다.
저도 가끔씩 그런 경험을 합니다.
아주 작은 기쁨, 호기심이 풀리는 순간들,
예상못한 순간에 누군가가 내미는 종이컵 커피 한 잔,
그런 일상의 기쁨과 안정이 큰 고통과 긴 터널을 잊게해주고
어떤 때는 견디게 해주었다는 사실을,
사람이 살아간다는건 어저면 그런 날마다의
소소한 감정의 흐름, 기쁜 일들을 기다리고,
이루어지는 감사, 또 다시 가져보는 바람들,
그것들의 연속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항상(날마다) 감사하라,
범사(모든 일)에 기뻐하라.
쉬지말고(포기하지말고) 기도하라!
이것이 그리스도 안에서(믿음의 길을 함께 가는)
너희를 향한 하나님의 뜻이니라!'
그래서 하늘아버지께서 우리에게 세상을 살아가는데
아주 중요한 노하우라고 알려주셨나봅니다.
날마다, 모든 일에, 함께...
아주 큰 국가의 흥망이 달린일이나,
역사가 뒤집어지는 큰 일들의 결과보다,
오히려 우리의 생존과 다음 생을 결정짓는 것은
작은 것들의 연속과 변함없는 태도가 아닐까
저는 그렇게 느꼈습니다.
전주로 옮기시고 많이 기뻐하신다는 소식을
다녀오신 김자매님의 글을 통해 들었습니다.
얼마나 기쁜지 모릅니다.
새로운 작은 기대들과, 무언가를 기다릴 일이 생겼다는
그 자체가 하늘의 선물 같이 다가오네요.
어쩌면 하늘의 선물이 아닐까요?
하늘아버지는 늘 특별한 방법으로,
우리의 예상과는 다른 선물들을 주시곤 하지요.
짖굿으신 분! ^^*
그 바람들이 기대보다 더 좋은 결과로 나오기를 기도합니다.
혹시나 그보다 아쉽게 나온다면,
또 다른 작은 기대와 바람들이 생겨나서
여전히 생기를 얻는 은총을 빌어봅니다.
저도 초등학교를 채 졸업하지못하고
세상의 한가운데로 던져져서
14살부터 남대문 도매시장의 큰 문구도매상에서
새벽부터 밤 늦은 시간까지 일하며 창고에서 숙식을 했습니다.
하루 3-4시간밖에 자지 못하는 고단한 삶,
벌써 오래전 일이라 기억들도 조각이 나버렸습니다.
그 뒤를 이리저리 신문배달(직업배달)과
온갖 분야의 일을 하면서 원하던 공부를 했습니다.
어떤 경우에도 버려지지 않는 취향인
글쓰고 책 읽는 본성때문에 국어국문학을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제 인생을 통털어 가장 많은 시간,
가장 많이 문학을 대하며 살았던 공부기간이었습니다.
그러나 진정 저를 붙잡아주었고,
지금의 남들과는 조금은 별난 병원생활을 버티게 해주는 것은
술집에서(직장으로 있던 ) 전도받은 예수님과
그 보이지 않는 힘들 덕분입니다.
조금도 망설임없이 제 인생의 '로또'라고 고백합니다.
돈보다 귀한 생명, 그뿐 아니라 가족 모두의 앞날이 달려있는
중요한 동아줄이니 안그렇겠습니까?
창원씨,
저는 지난날은 이미 지나갔으니 손 댈수 없고
미래는 오지 않았으니(가까운 내일조차도) 어쩔 수 없고
단지 오늘만이 무엇이던 할 수 있는 날이라는
아주 상투적이고 뻔한 이야기를 자주 붙들고 외웁니다.
하루 중 그것도 지금! 여기!
이 순간에 할 수 있는 일들은 모두 작고 평범할수 밖에 없는
일들입니다.
한 순간에 뚝딱 집 한채를 지을수도 없으니,
그러나 우리의 작고 연약함들을 들어 나중에 큰 일을 만드시는
하나님만이 놀라운 일을 하시는 분입니다.
마른 막대기와 작은 조약돌 하나로도 세상을 바꾸어 버리시는
하나님께 쓰임받는 창원씨나 저, 우리 모두가 되었으면 싶습니다.
작은 일들에 기뻐하시고 그 일들을 하늘로 가는 창문으로,
동아줄로 기억하시는 창원씨가 될것으로 믿습니다.
또한 공부하시려는 국문학이 그 수단과 도구가 될줄로
기대합니다.
또 편지를 드릴 기회가 있다면 좋겠습니다.
저도 갇혔다면 갇힌 몸으로 사는 중이니 말을 하고도 싶고
듣기도 하고 싶습니다.
저는 무언가를 받는 주소지가 병원으로 된지가
햇수로는 5년째입니다.
그것도 여기 저기로 계속 수십번째 바뀌면서...
지금은 아래의 주소가 제 현주소입니다.
충북 청주시 흥덕구 가경동 1754번지
SM메디타워 씨엔씨재활병원 405호
안정숙(김재식) 입니다.
부디 건강하시고 하시는 공부 이루어지기를 빕니다.
옮기신 새 보금자리가 희망의 출발지가 될것으로 믿습니다!
하나님의 평안이 창원씨와 함께 하시기를!
(우리 가족의 투병생활을 담은 책하나를 보내드리고 싶은데,
어떻게 보낼 수 있을지, 가능할지를 모르겠네요.
그저 혹시 다음에 편지를 드리거나 받을 수 있다면 하나의 이야기거리로
나눌 수도 있겠다 싶어서요.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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