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한쪽만 있는 사람의 쓰임...
같은 병원에 있던 분이 심한 부종으로
큰 대학병원 응급실로 옮겼습니다.
20여일 정도 치료를 받고 퇴원하면서 잠시
들렀습니다.
신장이 나빠져서 가슴위쪽에 관을 시술하고
하루건너 한번 씩 투석을 들어갔답니다.
6개월마다 관을 옮겨 시술하면서
어쩌면 평생을 그렇게 투석을 해야한다니...
부종으로 부었던 얼굴과 손발이 빠지니
많이 마르고 주름이 진 피부에,
당뇨가 워낙 심해서 인슐린을 맞던 분이라
음식을 제대로 먹지도 못해 보기 딱할 정도로
야위었습니다.
폐까지 안좋아서 산소통을 수시로 달기도 했지요.
아내는 그 분을 보더니 우울해졌습니다.
‘집에서 이틀에 한번 씩 병원 가서 투석 받고
하루는 지쳐서 누워 쉬고,
저러고 살아야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한숨을 쉬며 중얼거립니다.
아픈 상황을 보면 그런 이야기를 할만도 합니다.
그러나 세상 모든 사람들이 나름대로 불편과
핸디캡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에 미치면
결코 맞는 말은 아닙니다.
‘무슨 소리야? 그럼 몸이 어디가 아프면
다 죽어서 사라져야 하는 거야?
남편이 정말 좋아할까?‘
나라면 ‘아니!’ 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하루 24시간 중 아프고 힘든 시간 빼고
단 얼마라도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나면
그걸로 어떻게 나도, 가족도 행복을 만들 수 있을까를
찾아보는 게 사람다운 자세가 아닐까요?
그래서 곁에 같이 있었던 시간, 애정들이
나중에 자리를 비운 뒤에 우리를 허무하지 않게 해줄
기억이 되기를 바랍니다.
다리가 한쪽이 없어진 사람이
자꾸만 없어진 다리만 쳐다보고
할 수 없게 된 것들만 붙들고 살면
나머지 한쪽다리마저 무용지물 짐이 될뿐입니다.
그러다 쓸모없어진 그 다리마저 사라지겠지요.
그러나 남은 한쪽 다리로 할 수 있는 것을
계속 찾고 더 보태는 훈련을 하는 사람은
많은 것을 새로 얻을 것입니다.
남은 한쪽 다리는 더 튼튼해질 것도 분명하고요.
세상에는 건강하고 잘생겼고 성공한 사람만 살지는 않습니다.
그런 세상이야말로 건강하지 못하고 재미없는 세상입니다.
아내에게 이런 말을 해주었습니다.
‘아프지 않고 건강한 사람들에게 가장 유익하고
도움을 준 사람은 지금 아픈 사람들!‘ 이라고...
만약 아픈 사람들이 아니었다면
각종 질병이나 사고로 다칠 때 그대로 죽을거라고!
무슨 구급약이나 수술법이 있고 수술도구가 있으며
필요한 갖가지 물품들이 만들어져 있겠어요?
모든 건 다 이전에, 혹은 지금 아픈 사람들이
아픈 채로 연구 대상이 되고 실습 대상이 되고,
혹은 이겨낸 투병자료로 만들어진 것이지요.
물론 그중에는 보이지 않는 희망도 있고 사례도 있지요.
그러니 왜 건강하지 못한 채로 짐이 되어 살아야하나
그런 열등감, 자괴감만 가지는 것은 너무 억울하다고...
어떤 새는 어떤 밀실이나 광산터널 같은 곳에
산소측정용으로 들여보내지기도 합니다.
사람의 목숨을 바로 시험용으로 들어가 볼 수는
없기 때문이지요.
지금 아픈 사람들은 어쩌면 그 새와 같은 유익한
역할을 하고 있는 중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모두 조건이나 능력이 다르고,
당연히 처지나 높낮이도 다르게 삽니다.
부자도 왕도 스승도 있지만,
똑같은 이유로 가난한 사람도 있고,
못 배운 사람, 약한 사람, 낮은 사람도 있습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왕들만 있는 나라에서
‘여봐라!’ 하면 누가 올 수 있지요?
또 다른 왕이 달려오나요?
그럼 단 한명도 진정한 왕은 없어지고 신하가 되고 말지요.
부자들만 있다면 그들의 재산을 늘려줄 물건은 누가 만들고
그 재산으로 사용할 서비스는 누가 하지요?
결국 그들이 직접 만들고 심부름도 하고 사기도 해야하니
그게 부자로 살 수 없게 되는 모순이 일어납니다.
돌담을 쌓을 때 각기 다른 모양 크기의 돌로 쌓은 담이
얼마나 운치 있고 두고두고 질리지도 않으면 튼튼한지
해본 사람은 압니다.
결코 쓸모없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다는
지극히 상투적인 말로 아내를 달래면서
속으로 스스로도 다짐해봅니다.
자꾸만 지금, 여기, 이 모습대로가 아닌
다른 곳, 다른 위치, 다른 조건들을 부러워하며
비관하고 살게 아니라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자신의 쓸모를 인정하며 살자! 라고...
그 마음이 많이 필요한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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