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밤에는 돋보기로 보아야 보일 정도로
비인지 눈인지 구분이 안갈만큼 날리더니
오늘 아침엔 제법 눈이 수제비(?)처럼 뚝뚝 날립니다.
이게 첫눈일까?
기상대 첫눈은 이미 지나갔는데~
창문 너머로는 눈발이 날리는데
창문틀에 놓은 작은 화분엔 앵초 한송이가 피었습니다.
이틀 정도 피었다 지면 또 다른 줄기에서 꽃이 피고,
그렇게 벌써 몇달째 심심치 않게 피어주는
고마운 앵초 꽃!
병원 치료실 입구에 크리스마스 트리가 등장했습니다.
병원이라는 장소에 맞게 환자들의 소원이 적힌 카드가 붙었습니다.
성탄은 아픈 사람들과 약한 사람과 갇힌 사람,
우는 사람들을 위해 오셨다고 하니 가장 반기는 날일지도 모릅니다.
'임마누엘 곧 오소서! 오 구하소서 이스라엘....'
지형으로 이스라엘이 아니라 영적인 이스라엘 우리에게!
몇 사람의 글을 보았습니다.
이 소원을 쓰면서 이 분은 어떤 마음이었을까를 더듬어봅니다.
가족들과 생이별을 하고 때론 짐으로, 때론 소중한 가족으로...
누구 한사람인들 두가지 마음이 늘 오가지 않는다면 거짓말입니다.
다시 돌아가기를 한편으로 기도하며,
예상못한 또다른 증상으로 다운이 되면 다시 고개를 숙이고 마는 날들의 반복입니다.
그 와중에도 다른 이들의 쾌유를 비는 고운 마음도 있습니다.
그러고보니 우리 자리에도 사회복지사님이 소원 카드를 놓고 가셨습니다.
우연히 복도에서 만났는데 아직 안했냐고 합니다.
찾아보니 책 속에 책갈피처럼 고이 들어가 있습니다.
이 빈 자리에 무슨 소원을 적어야하나? 아내와 고민을 해봅니다.
하도 오랫동안 이것 저것 빌고 기다리다가 이제는 내려놓았더니 아무 생각이 없습니다.
한참을 고민하다 그냥 잊혀진 소원을 적었습니다.
예전 '사랑의리퀘스트'와 '수호천사' 등 방송 촬영때
만약 나으면 무엇을 하고 싶냐고 물을 때마다 이 말을 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서 가족들에게 따뜻한 밥 한끼를 해주고 싶다고'...
이제 그 소원마져 어느날부터 슬그머니 내려놓고 너무 떼쓰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리곤 하나가 추가 되었지요.
만약 오래 걸리면, 혹 낫지못한다면 그럼에도 살아갈 힘을 달라고,
웃을수 있는 평안을 달라고!
꼭 살아야만 할 목적도 미련도 있어서가 아니라
살아있는 동안에는 누구에게도 암초같은 존재, 불행의 증인이 되고 싶지 않아서...
그리고 아이들에게 평생 악몽처럼 우리의 모습이 남는 일은 없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적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제가 바라는 소원은 아무것도 소원이 없는 것입니다.
내 자신을 위해서는 말입니다.
회복되어야할만큼 건강이 나쁘지 않는 분들은 그 소원이 없겠지요?
가족들의 짐이 되어 생이별로 병원생활 하지 않는 분들은
역시 돌아가게 해달라는 소원은 없겠지요?
자신의 선택으로 돈을 벌거나 공부를 위해서 떨어져 지내는것은 종류가 다릅니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경우를 말하니까요.
가족을 위해 언제라도 밥 지어줄수있는 부모라면 그런 소원 안하겠지요?
그렇게 아무 소원도 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평범한 축복을 비는 마음입니다.
자신을 위해서는 특별한 소원이 없는 소원...
그런 축복을!
지금은 눈도 오지않고 하늘이 맑아지고 해가 났습니다.
날은 좀 추워도 보이는 느낌은 따사롭습니다.
우리네 사는 날들도 그렇습니다.
비오고 바람불고 눈보라치다가,
언제 그랬냐는듯 해가 나기도하고 따뜻한 담벼락도 발견합니다.
다만 그걸 믿고 성급하게 판단하지 않는 사람에게만
그런 날이 오겠지요?
오늘은 잊혀질뻔한 소원을 다시 부릅니다.
'우리의 소원은 가족들이 둘러앉아 먹어보는 따뜻한 '밥' 한끼!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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