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해봐도 익숙하지도, 편하지도 않는 병원나들이'
어제밤부터 준비를 했다.
밤 9시가 좀 넘자마자 잠을 강제로 청했다
업치락뒤치락하다 잠이 간신히 들었는데 누군가 이야기소리에 잠이 깼다시간을보니 새벽 1시,
큰일났다. 이 시간에 잠이 깨어버렸으니 이제 어쩌라고
좀처럼 싫은 소리 하지 않는 성격인 나도 짜증이났다
"저 내일 일찍 일산까지 외래치료를 다녀와야하는데요, 잠 못자면 너무 애를 먹어요 제발 좀..."
말은 공손했지만 새벽 1시에 자다가 깨서 하는 말이 어떤 투로 나왔을지 너무 뻔하다.
올라가는 길에 집사람은 그 환자 간병인이 죄송하다고 사과를 하고갔단다.
그럼 뭐하나? 난 그 뒤로 한시간에 한번씩 시계를 보다가 5시부터 일어나 앉아버린걸
밥숟가락 놓자마자 아내를 차에 싣다시피 서둘렀지만 도착은 또 10시가까워서였다
주차장 자리찾기, 채혈실 줄서기~ 눈에 선한 늦은 댓가들...
기다리던 진료시간
"혹시 근처에서 하루밤 자고 내일 결과 볼수없어요?"
담당선생님의 말씀에 왜그러신지 다시 여쭈어보았더니,
어쩌면 이번에는 항암주사를 맞아야할지도 모르겠단다.
추석명절이 연달아 있어 또 올라오기 힘드니 아예 맞고 내려가면 어떻게냐며...
아무래도 그건 너무 힘들것같아 아예 오늘 맞을수 없냐고 해서
결국 예상못했던 항암주사 4시간짜리를 맞기로 했다.
주사비용은 어떻게 되겠냐고 물으시더니 같은 병을 가지신 분이 맞고 남았던 주사약을
허락을 맡고 집사람에게 주도록 해보신다고 했다.
총 600밀리를 맞아야하는데 100밀리짜리가 있다면서!
그래서 500밀리값만 냈다.
그것도 사회복지실과 암센터 신우회에서 일부 마련해주신 것으로...
이렇게 또 한번의 주사를 맞고 넘어가게되었다.
돈걱정, 시간걱정으로 얼굴색이 어두워졌던 아내를 달래서 주사실에 눞혀놓고
정신없이 돌아다녀야했다.
장애등급 재신청 서류를 가지러 먼저 있었던 재활병원을 가야하는데 본인이 못가면 복잡해진다.
점심도 두시넘어 간신히 먹고 조바심으로 먼저 있던 재활 병원으로 택시로 갔다.
우여곡절 끝에 안된다는 서류를 간신히 넘겨받고 넉달만에 예전 병실사람들을 만나
간단히 인사도 나누고 커피한잔하고 다시 암센터로 택시로 이동했다.
아직 반도 못들어간 주사약을 보고있다가 아내에게 말했다.
"나 예전에 올라가던 뒷 산을 한번만 가보고 올께"
그 산을 오르내리며 이악물고 참든 과정을 알기에 아내는 선뜻 허락한다.
가을 느즈막히 와서 겨울이 한참인 다음해 1월까지 눈길도 마다하고 오르내렸던암센터 뒷산 정발산!
오르면서 감회가 새로웠다. 그때는 다음해 겨울을 볼 수 있을까? 그랬는데,
벌써 겨울을 두번이나 넘겼다.
오르는길에 눈에 띄는 팻말,
'길만 따라 가십시오' 라고 되어 있다. 그때도 보았던 글귀다.
그때도 그런 생각을 하면서 보았는데 지금도 그 생각이 저절로 떠올랐다.
길에도 두가지가 있지, 사는 길과 죽는 길...
난 사는 길만 따라가고싶다! 그랬던 기억이
(2009년 초겨울, 아내를 울리고 병원을 나와 이 길을 올라가며 나는 속으로 울었다. 그러면서 다시 돌아오기위해 아내에게 영상편지를 찍었다. 그냥 사 과를 하기엔 민망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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