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투병일기

놀며 웃으며 살아가는 병원의 하루!

희망으로 2011. 8. 25. 18:34


올해는 정말 유난히 비가 자주 왔습니다.

빨래방의 비싼 건조기를 몇번이나 이용했는지 모릅니다.

먼저병원에서는 병원에서 설치해준 건조기라 천원이면 되었는데,

여긴 수동세탁기만 있어서 해가 나지 않고 비가 계속오니 

옥상 자연 건조기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어쩌다 해가 나는 날이면 아침부터 후다닥 빨래를 돌려서 옥상으로!!

이렇게 널어놓고 손 탁탁! 치며 빨래 끝~~~

(이 기분은 정말 좋습니다! 근심도 잠깐 잊어버릴 정도로! ^^*)




경사침대에 벨트로 세군데를 묶고 세우는 치료가 있습니다.

가슴, 배, 종아리 부분을 비닐 벨트로 묶고, 

조작기로 세우면 45도 60도 90도 등 원하는 각도로 세워집니다.

기립성저혈압등으로 고생하는 이들을 치료하는 목적입니다.

아내도 저혈압이 심해 간신히 50도 안팎을 소화합니다.

그것도 힘들어 여지없이 중간에 눕혔다가 5분쯤 쉬고 다시 세웁니다.

지금 다리에 보이듯 피가 순환이 안되어 매맞은 사람처럼

시퍼렇게 얼룩집니다.

그래서 옆에 앉아 내내 종아리를 문지릅니다. 




한쪽만 문지렀습니다.

아내에게 비교해서 보여주려고...

한쪽 다리는 살색이 제대로 나오는데 한쪽은 아직 시퍼렇습니다.

이럴때는 아내가 힘들어 속도 울렁거리고 현기증을 느낍니다.

그래서 열심히 주무르고 쓱쓱 문지르고 두드리고~~

30분을 쉬지 않고 하려면 좀 지루하니 별 방법으로 다해보는겁니다.




짜~~안!

드디어 두 종아리가 다 사람의 다리가 되었습니다.

혈액순환이 제대로 되어서 무사히 살색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동안 내 두팔은 낑낑매고 이마엔 땀이 나기도 합니다.

요즘은 에어컨 덕분에 좀 식혀가며 하기도 합니다.

한동안 좀 나아졌다가 다시 뒤로 가는 바람에 

또 경사침대에 매여 세워지는 중입니다.




지금 무엇을 하는중이냐구요?

제가 집사람에게 따귀를 맞고 있는 중입니다. 흑흑ㅜ.ㅜ...

그런데 사실은 제가 장난을 좀 치는 중입니다.

제 한쪽 팔로 집사람의 손을 잡아서 제 뺨을 때리는 중입니다.

"아야! 잘못했어~~ 잘할께! 제발..."

그렇게 소리를 질러가며 곁에 있는 사람들이 들을 정도로!

매도 셀프입니다. 남의 손을 이요한 자작폭력!! ㅎㅎ




이게 그렇게 재미있었나??

아내는 폭소를 터트렸습니다.

하긴 이 상황에 안 웃고 무표정하게 있으면 영락없이 

진짜 손찌검 하는 마누라로 소문 나버릴지 모르니~~

하여간 오랫만에 아내를 웃기고나니 저도 기분이 좋습니다.

비록 뺨은 두어대 맞았지만~~~




한번 시작한 장난이 재미가 들렸습니다.

병실로 돌아와 침대에서 저녁밥을 기다리는데 또 심심해졌습니다.

휴지로 상을 닦다가 갑자기 장난이 치고 싶어졌습니다.

어디선가 본 기억이 나서 휴지를 찢어 눈에다 붙였습니다.

앞 침대에 다른 환자들이 배꼽을 잡고 웃기 시작합니다.

... 그런데 우는 묘사를 하는데 너무 웃고 있잖아??




그래서 좀 우는 표정을 지어보라고 강요(?)를 했더니,

ㅉㅉ... 이게 우는 표정이라고 한겁니다.

이게 우는 사람 표정같아보입니까??

요상한 표정??~~~^^


그래도 즐거운 한 시간이었습니다.

이렇게 병원의 하루는 놀며, 웃으며 지나갑니다.

날마다 이러기는 힘들지만,

가끔 하루씩은 웃기위해 머리쓰는 장난도 절실히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