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투병일기

똥 싸면서도 지켜야하는 크리스찬의 품위??

희망으로 2011. 7. 14. 02:02

제목을 왜 이렇게 정했는냐고요?
더도 아니고 덜도 아니고 딱 있는 그대로니까요.

오랜 침대생활과 많은 약 복용으로 장이 약해진 아내는
조금 자극적인 음식이나 기름진 음식을 먹으면 탈이 납니다.
더구나 면역억제 주사약과 항암제를 수시로 맞는 관계로
조금의 바이러스 침투에도 못견디고 장염을 일으킵니다.

오늘도 신것과 김치찌개를 먹더니 탈이 났습니다.
우루루 쏟아지는 배탈로 중노동을 치렀습니다.
몸이 성하고 스스로 걸어 화장실을 가는 사람들에게야
조금 번거롭기는해도 뭔 대수겠습니까?

하지만 서고 움직이지 못하는 아내에게 장염 설사는 그야말로 
폼나는 자존심을 지키기 힘든 큰 일입니다.
기저귀를 벗고 변기에 앉을 틈도 없이 쏟아지는 설사는 
온 몸과 환자복에 그야말로 똥 그림을 그려놓습니다.
치매도 아닌 멀쩡한 정신을 가진 고상한(?) 크리스찬이
그 과정을 생짜로 남에게 처리를 맡기는 일은 보통 힘든일이 아닙니다.

지난번 장염으로 한달을 고생할 때는 아예 침대에서 내려오지도 못한 채
하루에 열번을 기저귀를 갈아차며 변을 보기도 했습니다.
팔에 수액을 꽂은 채로 그 난리를 견뎌냈습니다.
한 방의 사람들이 찌푸리는 고역스런 눈치를 감당하면서...

아픈 배는 새발의 피입니다.
무너지는 자존심과 민망한 감정에 비하면...

그 상황속에서 무슨 말을 할 때 예수나 천국, 믿음의 내용을 꺼내는게
쉽겠습니까?
고상한 영적 생활에 대한 권유가 잘 나오겠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내와 나는 당당함을 넘어 뻔뻔(?)하게
자랑스런 예비천국시민처럼 찬양도 듣고 성경도 보며
기쁜 간증을 수시로 말합니다.

초라하고 자칫 비난받기 십상인 처지들을 생각하면 참 힘들수도 있는
크리스찬의 품위 유지를 위한 몸부림입니다.

이것은 육신으로는 부끄럽고 민망하지만
영혼으로는 그럴수록 매달릴 수밖에 없는 진실입니다.
사나운 맹수에 쫓기는 사람에게 내려온 하늘의 동아줄 한가닥입니다.

두 시간에 가까운 사투(?)를 벌이고
제대로 씻을수도 없는 몸 상태를 버티며
세번이나 연속으로 기저귀를 갈아찼습니다.
몸을 부축하며 물로 씻어내고 환자복을 빨고
뒷처리를 하느라 땀으로 범벅이 된 저는 힘들어도 표정도 감춥니다.
얼마나 참담한 심정으로 이 순간을 버티는 아내앞에서
조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말 이런 처지를 남들에게 다 들키면서도
신앙이라는 거룩(?)한 이미지를 유지해야 하는건가요?
찌들지 않고, 울고불고 악쓰지 않으며  잘 견디는 복음의 사람처럼
그렇게 이미지를 유지해야 하나요?
그게 얼마나 이중 형벌이고 어려운 일인데...

새벽 1시30분을 좀 넘은 시간,
소변을 빼달라는 아내의 신호에 잠이 깨어 
소독을 하다보니 채 씻기지 못한 변이 묻어납니다.
워낙 다급하고 연달아 설사를 하는 바람에 그런 것 같습니다.

일을 치르고 나니 잠이 달아납니다.
이 시간에 어쩌자고 무너지고싶은 화풀이와
그럼에도 여유있는 미소와 유머 하나쯤은 해내는 믿음이 좋은 사람
두가지 갈림길에 서성거리고 맙니다.

정말 똥싸는 상황에서도 우아한 영혼의 세계를 말해야하고
폼나는 크리스찬의 이미지를 유지해야 하나요?
꼭 그래야 안 믿는 사람들이 신앙인의 다름을 인정해주는 걸까요?
참 만만치 않은 미션입니다.

바램은 우리도 형편이 넉넉하고 폼나게 보이면서,
좋은 옷입은 모습도 보이고, 맛난 것도 대접하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고상한 취미생활의 경험으로 이야기꽃도 피우고

뭔가 얻을 것이 있는 사람으로 인정도 받고 싶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런 넉넉한 형편이라면 누군들 감사의 간증을 안할까요?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앞에 닥친 상황은 그리 만만치 않습니다. 
오히려 염려를 해야하는 처지입니다.

믿는 사람이 저런 꼴을 당하는걸 보니 하나님은 무슨 하나님?
졸고 있는 하나님인가보지! 그런 소리라도 할까봐...
그래서 더 억지로라도 태연하려고합니다.
우리때문에 애꿎은 하나님과 주님을 조롱당하게 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형편을 무시하고 아내와 나는 생까며, 
죽으면 몸은 흙으로 돌아가고
영혼은 다시는 이런 난처한 상황이 없을 천국으로 갈거라고
굳게 자문자답합니다.

어서 우리를 불러주소서 주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