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투병일기

비 오고 해 나오고, ...별난 하나님!

희망으로 2011. 7. 13. 12:25

재활치료 사이에 병실로 돌아왔습니다.

커텐을 치고 소변을 빼는 넬라톤을 하다가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습니다다.


"이상하게 무슨 고민으로 몸살이 나고 죽을만큼 힘들고 나서

듣는 찬양은 왜 이렇게 절절히 와닿는지 모르겠어?"


요 며칠 나를 흔들고 간 괴로움들을 떨치느라 

종일 복음송과 설교집을 끼고 살던 내가 한 말에 

아내는 '원래 그런거야!' 마치 고수처럼 다 안다는 듯 웃습니다.


정말 늘 그랬습니다.

가슴이 멍든 것처럼 막막하고 미어지는 시간들을 넘기고 난 후

잠잠해짐 바다에 쏟아지는 햇빛처럼 평안이 몰려옵니다.

잘 알던 찬양도 새삼 눈물이 핑 돌고,

성경구절들이 산 생선처럼 펄떡 뛰며 가슴을 두근거리게 합니다.


"혹시 하나님이 계획적으로 코스 요리를 주시는거 아닐까?

세상살이 재미에 빠져 하늘을 안보기 시작하면 여지없이

한방 먹이시곤 달래주시며 하늘을 찾게 만드시는..."


돌아보니 참 자주 그랬습니다.

이제 더는 하루도 못견디겠다고, 한발자국도 더는 못가겠다고,

그렇게 좌절하고 외롭고 그렇게 몸부림치고나면 

여지없이 찾아오던 위로의 작은 일들, 사람들, 이어지는 기쁨...


"하나님은 취향도 참 독특하시다. 

그냥 사랑하는대로 팍팍 주시면 될걸, 

꼭 비 오고 해 나고 순서대로 하시는지~~" 


말해놓고도 어쩌면 진짜로 그러시는지 모른다 생각에 움찔합니다.

마음에 찔리는게 있지요. 

이 정도면 날마다 하늘나라 안기다려도 살만한데! 하며

슬슬 건방을 떨기시작했던것 같습니다.


"그래도 참 좋다! 이 평안한 마음과, 

나 이 세상 떠났을 때 돌아갈 나라가  다시 그리워지는 은혜가!"


...그러다 갑자기 어떤 일이 걸려 눈물이 핑 돕니다.

여러번 그런 굴곡마다 딸아이가 어려움을 같이 겪고,

같이 마음 고생을 했던것이 떠올랐습니다.

열다섯 그 나이에 굳이 이 모든 파도를 같이 넘거나 

하늘 평안을 체험해야된다는 것은 심하다 싶어서...,


"나 이렇게 꾹꾹 참는게 습관이 되어 속에 눈물이 홍수나겠어,

못 나오고 다 차있는 소금끼 가득한 눈물이 터지면 어쩌지?..."


아내도 지난 시간들이 기억나는지 눈가가 붉어집니다.

커텐을 치고 소변을 처치하면서 훌쩍거리는 우리가 옆 침대분들에겐

어떻게 보였을까 민망하기도하고 우습기도 합니다. 


잠언서 20장 21절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처음부터 빨리 모은 재산은 행복하게 끝을 맺지 못한다.

이재철목사님은 그 이유를 두가지라고 하시면서

하나는 서두르면 그 과정이 견실치 못하고, 

그 부실한 과정은 언젠가는  사상누각처럼 무너지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또 하나는 속히 성공을 이룬 사람은 자신을 과신하고,

남들을 얕보다 인간관계가 왜곡되어 복이 나중에 화가 되기도 한다고!


그래서 하나님은 약속과 성취의 사이에 긴 인내를 가지게해서

화를 당치 않게 복을주신답니다.


-여러분이 하나님의 뜻을 행하고서,

그 약속해 주신 것을 받으려면, 인내가 필요합니다. 

히브리서 10장36절


지금 우리 가족은 인내의 터널을 지나가는 중입니다.

복이 복으로 끝나게 하시려는 사랑의 하나님께서 인도하시는 중입니다.

모든 사람들이 그렇겠지요?

비 오고 해 나는 과정을 겪는 이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