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투병일기

멀고 먼, 병원 오가는 길

희망으로 2011. 7. 20. 20:11

멀고 먼, 병원 다녀오는 길


아침 6시, 머리감고 옷 갈아입고
서둘러 준비하고 밥숟가락 놓자마자 출발 했다.
이른 아침인데도 뜨거운 고속도로 상행길

마음은 차를 타고 가는 게 아니라 
앞에서 끌고 가는 심정으로 조바심내며
일산 국립암센터에 도착했다.

혈액검사를 위해 접수하는데 창구 여직원이
“접수비 기부금에서 뺄까요?‘한다.
“예? 무슨 기부금...”
“현금으로 따로 내던지 기부금에서 빼던지 한 가지만 해야하는데요”
“저 기부금이 얼마인데요?”
“음~ 백만원이네요. 사회복지실에서 넘어왔는데요?”

그제서야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다.
주기적으로 맞는 항암주사가 오늘 내일 하는데
사실 비용 마련을 못했었다.
그래서 지난번 검사 겸 진료 때 사회복지실을 들렀다.
그것도 자발적으로 간 건 아니고
다발성경화증 환우회 간사님이 걱정하는 우리에게
무조건 가서 지원받을 길이 없는지 상담하고 내려가라고
명령에 가깝게 말씀하셔서 들렀다.
워낙 여러 가지로 살펴주시고 기도해주시는 분이라 
도저히 체면이니 배짱부릴 입장이 아니어서...

그랬더니 얼마 후 연락이 왔고
CTS방송에 모금방송을 추진해보겠지만 
그전에 난치병에 사용해달라는 기부금이 200만원이 들어왔는데
한명에 백만원씩, 두 환자를 선정 중이라고 서류를 일단 보내달라고 했다.
진단서 장애인등록증 의료급여증명서 주민등록등본 등...
그 후 회신이 없어서 선정에서 제외된 줄로 알고 올라갔다.
그런데 선정이 되어있고 사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니...

비싼 항암주사를 맞을 때마다 이번에는 어떻게 마련을 하는지
언제쯤 가능할지를 진료중에 물어보시는 담당선생님께 
그 내역을 말씀드렸더니 이미 알고 계셨다.
사실은 그 기부금은 같은 병을 치료하던 한 박사과정의 아들이
많이 좋아져서 감사의 마음으로 그 부모가 내어 놓은 것이었다.
그 기부금을 받은 담당선생님이 우리가 일부 받을 수 있도록
사회복지실에 넘기셨던 것이란다.
...이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전에도 두어번을 이리 저리 끌어다 200만원 가까운 주사비를 
해결해 주셨는데,

나머지 반을 또 마련해야하는 숙제는 남았지만 
등에 올린 짐을 반쯤을 뚝! 떼어 내려놓은 그 홀가분한 심정이라니~~

왕복 다섯시간 차를 타고 세시간을 휠체어에 앉아 버텨야하는 
강행군에도 불구하고 잘 참던 아내는 반가운 소식에 힘이 나는 모양이다.
그러면서도 내려오는 길에 내 눈치를 슬금 보면서 한마디 한다.
“내가 밉지? 몇 달마다 항암주사비 마련하느라 고민을 시키니...
나도 속상하네, 그놈의 피 수치는 왜 자꾸 올라가는거야? 좀 멈추면 좋겠는데
집 팔고 등골 빼고 이제 돈 고생까지 시키네“그러면서,

“아니! 마련하다 못하면 미루고, 미루다 심해지면 그냥 가는 거지 뭐!
일부러 먹을 거 앞에 놓고 굶어죽는 것도 아니고 형편되는 데로 하다가
앞뒤 막히고 사방 막혀서 방법이 없어 끝이 나면,
그건 하나님이 부르시는거지? 내가 가는 게 아니니 우린 죄 없잖아?“
“그런가?”
“그럼! 이 세상에서 최선을 다하며 살다가 불러주셔서 가면 반갑지~~~
감사합니다. 나그네 고단한 길 끝내고 오라시니! 하는 거지“

정말 그런 마음이다.
자식들, 우리를 아는 분들, 같은 병으로 아프고 있는 분들 모두에게
하나님 이름 욕되게 하지 않을 만큼 열심히 사는 모습 보여주다 
하늘로 돌아가면 신날일이지 슬플 일은 아니다.
자녀들에게도 기쁜 마음으로 작별인사를 할 것이다.
‘아이들아 너희도 부끄럽지 않게 살다가 천국에서 꼭 만나자!
니들 그리 안 오면 우리 못 만날지도 모른다!‘ 이러면서...

돌아오는 길, 고단함도 몰려오고, 뜨거운 햇빛에 늘어지면서
병실에 들어섰다. 오후 5시!
같은 방 환자들과 간병하시는 분들이 우루루 한마디씩 하신다.
‘얼굴이 빨갛게 익었네? 아이구 고생 많았겠다!’
‘또 몸살 나는거 아니야?’

“그러게나 말입니다. 연락 오면 며칠 안에 또 올라가서
항암주사 맞고 와야하는 데 걱정이네요. 
미국으로 보낸 피검사 결과 나오는데로요.“
다들 에휴!하시며 입을 다무신다!
천국으로 돌아가는 길이 만만치는 않다.
달마다 일산 국립암센터로 오가는 길도 쉽지는 않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