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밤 땀으로 젖도록 운동시켜주시던 이 목사님께
잘 지내시는지 요즘은 연락도 못드려 죄송합니다.
전신마비가 되어버린 아내를 위해 밤마다 쉬는 시간을 줄여가며
강원도 깊은 겨울밤인데도 땀으로 젖을 만큼 운동시켜주시던 목사님
벌써 헤어진 지 3년이 되어가네요.
목도 못 가누는 산송장처럼 늘어진 아내를
기도원 작은 방에 눞혀 놓고 눈물로 보내던 제게
목사님(당시는 강도사)은 정말 가족도 못할 도움을 주셨지요.
손가락 마디 하나 움직이는데 열흘을 마사지하고 지압하고,
태권도 사범이었던 전문성을 살려 신경마디마다 자극을 해주었지요.
그 덕분에 5개월이나 누워만 지냈음에도
아주 기본적인 근육이 유지되었습니다.
잊지 못할 일은 양손 양팔을 같이 들어 화장실로 옮기다
주저앉아 그대로 방바닥에 소변을 보기도 했고,
그 작은 기도원 간사 월급으로 약사고 기저귀 사라고
만원짜리 몇장을 손에 쥐어주며 힘내라고 해주던 일들입니다.
아내도 그때 일을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시 기억하니 또 마음이 젖어옵니다.
지금 창밖엔 제법 많은 빗줄기가 그치지 않고 있습니다.
비는 감정이 없는 물질에 불과한데도 가끔은 감정이 느껴집니다.
때론 달래주러 오고, 때론 울려주러 오고...
때론 달게 적셔주러 미소지으며 내리고,
때론 진노하는 두려움을 담고 치기도 합니다.
오늘도 아침 할일을 그럭저럭 마무리하고
병원 근처에 있는 한의원으로 총총 달렸습니다.
벌써 삼일째, 늘어진 것 같은 오른손목과 팔의 인대가
물건 하나들다가도 악! 소리를 나도 모르게 내곤 떨어뜨립니다.
진맥을 보신 원장님 하시는 말씀이 오래 된 상태랍니다.
하긴 3년째 자는 것 먹는 것 다 불편한 채로
병원 보조침대 생활을 하느라 여기 저기 고장입니다.
누워서 침 맞고 뜸뜨고 전기물리치료하고
그렇게 한시간 좀 넘게 쉬는 게 꿀맛입니다.
얼마만에 누려보는 보살핌이고, 긴장 풀고 잠들어 보는지...
그러나 그리 오래 못갑니다.
아내는 발톱이 파고들어 곪아 작은 수술을 했습니다.
엄지발톱 3분의 1쯤을 자르고 살 밑에 뿌리까지 집게로 뽑아냈습니다.
벌써 작년에 두 번에 이어 세 번째입니다.
그때는 뿌리까지 뽑지 않고 잘라내기만 했는데 이제 그럴 수 없다네요.
꼼짝 못하고 삼일째 침대를 지고 누워있으니 빨리 가서
소변도 받아내고 약도 먹이고 이것 저것 해야합니다.
산다는 것은 주어진 숙제를 잘 감당하고
최선을 다해 풀다가 ‘그만!’ 하는 날 손드는 시험같습니다.
아직까지는 잘 해나가고 있지만
가끔씩 심근경색처럼 숨이 막히는 증상이 느껴져 두렵기도 합니다.
우울한 피로감들이 몰려오고,
마침내 더 마음만으로는 감당 못할 상황이 닥치면
혹 숨이 막힐지도 모른다는 안해도 될 내일 걱정이 짖누릅니다.
이목사님
그때 끈이 잘린 연 같이 무너진 우리 부부에게
꼭 나을거라며 꿈을 꾼 이야기도 해주고,
기도도 해주며 말씀도 찾아주던 마음이 그립습니다.
오늘같이 비가 계속 내리고,
우리 두 사람이 다 아파서 치료를 받는 날이면 더욱 그렇습니다
목사님도 우리 막내 나눔이를 기억하시지요?
내가 일과 간병을 중복하느라 초등학교 5학년이던 나눔이에게
엄마를 돌보라고 방학 한달내내 기도원에 붙잡아놓고 있었지요.
그 나눔이가 오늘은 또 무슨 일로 잠을 못이루는지 혼자 서성거립니다.
캄캄한 시골 집앞 정자에 나가 전화가 왔습니다.
비가 오는데 우산을 쓰고 모기에 물려가며 혼자 앉아있는 중이라고...
30분을 이런저런 통화를 하다가 끊었습니다.
우리 운명을 그 아이도 동참해서 톡톡히 치르고 있습니다.다.
혹시 기도중에라도 우리가 떠오른다면
이 달려가는 나그네 삶을 온전히 마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하늘아버지께 말해주십시오.
병이야 나을 수도 있고 안 나을 수도 있겠지만
이 길은 중간에 멈출 수 없는 것 아시잖아요.
벗어나서 딴 데로 갈 수는 더욱 없는 것도 아시지요?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귀한 종으로 가는 곳마다 칭찬 받으시기를
저도 기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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