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속에 멍드는 이웃
계속되는 빗소리에 잠을 깼다. 새벽 1시45분...
꿈인지 그냥 생각인지 애매한 기억들이 다시 잠들지 못하게 한다.
시장어귀에서 흔히 말하는 노점도 못 되는 광주리 몇 개를 놓고
채소나 나물종류를 다듬어 파시며 생계를 유지하시던 할머니뻘 아주머니
이 계속되는 장마 속에서 온전히 생활비를 벌기가 쉽지 않으실 게
너무도 뻔해서 자꾸만 잊어지지 않는다.
예전 상계동의 그 교회를 나오시는 분들 중 대다수가 행상 노점 일용직
그런 걸로 하루하루를 사시는 분들이 대부분이었다.
비가 오는 날이면 하루 이틀은 밀린 살림도 치우고 모자란 잠도 자다가
계속 일을 못하면서는 기어이 생활비가 바닥나서 빌리러 다녔다.
그런 집에 아픈 사람은 왜 그렇게 꼭 한명씩은 있었는지...
그때 목사님은 우리교회가 비슷비슷하게 다 가난하고
너무 부자인 사람들이 없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하셨다.
가난한 게 뭐가 좋겠냐만 한쪽에선 생계를 하루 단위로 살아가는데
다른 한쪽에선 더 넓은 아파트평수로 옮겨가고
새로 산 자동차나 좋은 곳으로 구경 다녀온 이야기로 정신없다면
목회자로써 기도를 하기도 많이 힘들고 심방도 불편할 수 있는데
전혀 그럴 일이 없어서 아예 마음 편하다고 하셨다.
부자가 무슨 죄일까,
많이 가져서 쪼달리지 않고 사는 게 무슨 부끄러움일까?
그러나 한 어머니가 너무 다른 수준의 생활을 하는 두 아들을 보면서 겪는
마음 앓이는 그리 편하지는 않을게다.
더구나 넉넉한 아들이 생계를 걱정하는 아들을 외면하고
무슨 옷을 살까 어디를 구경 갈까 더 넓고 비싼 아파트를 재테크삼아 또 살까
이런 고민도 아닌 고민을 자랑삼아 늘어놓는다면 얼마나 더 기막힐까...
그러니 목사님은 차라리 위로하고 다독거리기만 해야 되는 가난의 평등이
어쩌면 마음 편했으리라, 새벽마다 무릎 끓고 기도하기도 쉬웠으리라.
롯이 시어머니 음식을 위해 벼이삭을 주우러 다닐 때
롯을 가엾게 여긴 부자는 일꾼들에게 벼이삭을 너무 싹쓸이로 치우지 말라고 했다.
배려를 한 것이다. 가난한 이웃이 자존심 상하지 않으면서 생존을 하도록,
300년을 이어 내려간 경주 최부자는 집안규칙 6가지 중 여섯 번째로
사방 백리 안에서 굶어 죽는 사람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못을 박았다.
예수그리스도가 없는 사람도 이랬건만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고 한
예수를 품고 사는 사람이야 더해야겠지만 때론 교회안의 빈부격차도 만만치 않다.
함께 지내는 것이 평신도도 목회자도 불편해서 부자는 부자들끼리 몰리고
가난하고 병들고 배운 것이 없는 사람들은 그들대로 따로 모이는 교회를 만들기도 한다.
정말 하나님도 예수님도 바라는 모습은 그런 게 아닌데도 불구하고
세상은 사람들의 욕심을 따르고 수준을 맞춘다는 속성을 따라 그렇게 된다.
정작 예수님은 하늘 보좌도 벗고 찬란한 시온성을 떠나 낮고 낮은 땅,
그것도 말구유를 통해 눈 먼 자 가난하고 병들고 외로운 고아 과부들을 구하러 왔건만
그를 따른다면서도 생활 속에서 은근히 그런 이웃은 외면하며 산다.
아무도 초라하고 병들었다고 교회를 못나오게 막지 않지만
나눌 수 있는 이야기거리 조차 없는 가난한 사람이 부자교회 대형교회를
계속 출석하다보면 얼마나 소외감이 드는지 모른다.
그걸 참고 다녀도 때론 남들이 불편하여 겉과 다르게 속은 회피하기도 하는걸 느낀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옮겨갈 수밖에...
죄는 아닌 게 분명하지만 잘했다 칭찬들을 수 없는 이웃으로 사는 교회형제들이 있다.
그래서 교인의 규칙과 의무를 다했다고 당당했던 사람에게
다 나누어주고 자기를 따르라는 예수님의 말에 근심하며 돌아간 부자도 있었나보다.
병원에 살면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끼니 걱정, 잠잘 걱정을 잊어버리고 사는
내가 많이 미안해진다.
난들 무슨 병원비며 생활비 돈 걱정을 안하고 살 형편일까,
남들의 도움으로 버티며 사는 처지임에도 불구하고 장마가 지든 폭염이 오든
그걸 정면으로 대하면서 겪는 고충은 안하고 사는 게 분명하다.
그래서인가? 이 새벽에 빗소리에 깬 잠은 자꾸 나를 잠 못들게 한다.
아무 실질적인 도움도 못되고 할 수 있는 구체적인 나눔도 하나 못하는 주제에
안양에서 굶어 죽어갔던 젊은 영화작가 같은 사람들이
어디선가 힘들어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조바심이 몰려오고,
병든 가족을 치료하며 먹이고 버텨가는,
내가 만나고 스쳐갔던 사람들의 안부가 마음을 무겁게 한다.
하나님, 예수님, 이 길어지는 장마 속에서 제발 굶는 사람, 더 아픈 통증을
참으며 사는 사람들을 불쌍히 여겨주소서!
하늘과 사람에 대한 원망 담지 않도록 위로해주시고 다독여 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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