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끄적/길을 가는 사람...

100, 900, 2700, 7000, 무리수...

희망으로 2011. 5. 12. 21:40

100, 900, 2700, 7000, 무리수...

 

100

152주 곱하기 2

비닐침대에서 매주 한번씩

때론 물을 날라 아내를 씻긴 숫자

땀 빼고 허기지고 푹 늘어진 숫자

 

900

처음 하루는 너무 무서웠고

다음 열흘은 많이 힘들었고

그뒤 일년은 울고 불며 씨름하며 보내고

그렇게 병원에서 해 뜨고 해 저문 숫자

아직도 골인테이프가 안 보이는 끝없는 무한수

 

2700

900 곱하기 3

아침 점심 저녁 밥 먹인 숫자

아침 점심 저녁 양치질 시킨 숫자

아침 점심 저녁 식후 30분 약 먹인 숫자

이렇게 숙달된 기술을 어디다 쓸지...

 

 

7000

작은 일은 대충 하루 6번에서 8,

스스로 보지 못하여 고무호스로 뺀 소변 숫자

이삼일에 한번씩 약의 힘으로 본 큰 일

결정적으로 멀리 못가는 발목에 채워진 오랏줄

 

무리수, 숫자 불가능

무너지고 세운 절망과 희망의 숫자

갔다가 돌아 온 사선 넘나든 상상의 숫자

많아질수록 신기하게도 횟수가 잊어지는 숫자

다시는 아무것도 기억하고 싶지 않은 숫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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