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900, 2700, 7000, 무리수...
100
1년 52주 곱하기 2년
비닐침대에서 매주 한번씩
때론 물을 날라 아내를 씻긴 숫자
땀 빼고 허기지고 푹 늘어진 숫자
900
처음 하루는 너무 무서웠고
다음 열흘은 많이 힘들었고
그뒤 일년은 울고 불며 씨름하며 보내고
그렇게 병원에서 해 뜨고 해 저문 숫자
아직도 골인테이프가 안 보이는 끝없는 무한수
2700
900 곱하기 3
아침 점심 저녁 밥 먹인 숫자
아침 점심 저녁 양치질 시킨 숫자
아침 점심 저녁 식후 30분 약 먹인 숫자
이렇게 숙달된 기술을 어디다 쓸지...
7000
작은 일은 대충 하루 6번에서 8번,
스스로 보지 못하여 고무호스로 뺀 소변 숫자
이삼일에 한번씩 약의 힘으로 본 큰 일
결정적으로 멀리 못가는 발목에 채워진 오랏줄
무리수, 숫자 불가능
무너지고 세운 절망과 희망의 숫자
갔다가 돌아 온 사선 넘나든 상상의 숫자
많아질수록 신기하게도 횟수가 잊어지는 숫자
다시는 아무것도 기억하고 싶지 않은 숫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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