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인이 말했다
아무리 좋은 집과 정원이 있어도
그곳에 사람이 없다면 시가 나오지 않는다고
무릉도원 같은 절경이 있고
사시사철 벌 나비가 날아다녀도
그곳에 땀 냄새 나는 사람 하나 없으면
시는 쓸 수 없다고
경주시장 진입로 한쪽에 어머니는 좌판을 펴고
봄이면 나물종류를 다듬고
여름 가을 겨울 계절마다
온갖 채소류 반찬거리를 다듬고 만들어 팔았다
종일 무릎쑤시고 허리 아픈걸 참고
밤 늦어 학생들 미어터지는 버스에 눈치보며
광주리 서너개 끌어 안고 집으로 돌아오셨다.
아버지는 늦었다 배고프다 닥달을 하시며 기다리는 집으로
어쩌다 명절 전날 동행하여 귀가를 하러가면
온 시장 사람들 다 불러 인사시키고
번듯한 옷차림으로 민망해지는 내 속도 모르고
아들이라고 웃기도하고 수줍기도 하며 신이 나셨다
땀 냄새는 기본이고
겨울이면 꽁꽁 얼어붙은 손과 발을 기다리는건
부엌 꺼져가는 연탄불에 얼어붙은 물동이들
밥상 한 번 차리고는 쓰러지는 몸뚱이 사람
그곳에는 폼나는 집도 정원도 없고
지독한 땀 냄새나는 사람만 달랑 있었다.
시장 바닥 길 한쪽 좌판 행렬엔
폭포도 유람선도 없고 쫒고 쫒기는 생존만 있고...
그곳엔 시도 없었다.
잘 입은 아들도 부끄러움일 뿐이고
사람도 없었다.
단지 어머니만
일평생을 참기만 하다 가신 어머니만 있었다
삼년도 아니고
삼개월도 아니고
삼주 밖에 안된
영원히 헤어진 어머니의 그림자만 있었다.
'이것저것 끄적 > 길을 가는 사람...'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탈색의 새벽 (0) | 2011.04.27 |
---|---|
봄비에 벗꽃이 날리고 (0) | 2011.04.22 |
하루 여행 (0) | 2011.04.15 |
새는 앞으로만 간다 (0) | 2011.04.07 |
KTX를 타고 우주로 (0) | 2011.04.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