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가지 마음때문에 기도를 못할 때…’
종종 마음이 두가지라 충돌되어
말문이 막혀 기도를 못할 때가 있다
환자들이 당연히 가지고 사는 모습
심한 통증 혹은 처참한 상황이 있다
가진 질병의 종류에 따라 속수무책인
그 무너진 기본이하의 순간은 괴롭다
너무 아파서… 혹은 너무 힘이 없어서
보이게 되는 사람이하의 연약한 상황은
환자 본인이 가장 민망하고 슬프고
그 곁을 지켜애하는 보호자 가족도 힘들다
아내도 십여년 넘게 그런 상황이 많았다
하지만 아내는 그 수치를 다시 삼키며 산다
마치 구토를 다시 목 안으로 넘기듯하며
나는 그 세부적인 고통을 아이들에게도 말 안했다
환자도 인권이 있고 엄마로 체면도 있기 때문에
이제 점점 약해지는 몸의 버티는 힘을 느낀다
배변장애가 심한 아내는 종종 기운이 딸려
채 일을 마치지 못하고 중간에 실려 나온다
닦지도 못하고 잔변이 새 나오기도하지만
졸도를 하면 더 나쁜 상황이 되기에
여러번 실신한채로 침대로 끌려 오기도 했다
어제도 속이 채 편해지지 못한채
급히 휠체어에 태워져 침대로 눕혔다
그렇게 안나와 장갑을 끼고 빼내던 변이
그제서야 누워 있을 때 삐져 나와 옷을 버린다
설사같이 물변이 나오면 부랴 매트를 깔고
이미버린 옷은 벗기고 기다린다
침대에 방수시트와 얇은 담요가 깔렸지만
환자용 작은 매트를 또 깔아야 뒷처리가 쉽다
짜증을 안내야 하는데…
자꾸 짜증이 난다.
내 말투와 얼굴을 몰래 몰래 살피는 아내
이럴때는 아내가 정신이 멀쩡한게 부담스럽다
속으로 울고 가끔은 겉으로 통곡하기도 한다
그래서 다른 핑계를 대며 화를 내기도 한다
이래서야 아들 결혼식에 멀쩡히 갈 수 있을까?
이제 그만 잠자다가 조용히 갈 수는 없을까?
갑자기 혼자가 되면 나는 버티고 살 수 있을까?
두 마음이 서로 충돌하면서 기도가 안된다
낫게 해달라거나 견딜 수 있게 해달라고도 못하고
그냥 데려가주시라고도 말도 못하고…
자식들과 친구 이웃들에게도 말 못하고
혼자 안고 가던 내 속이 가끔은 미치게 괴롭다
비 한방울 내리지 않는 날에도 쏟아지는
물속에 있는 기분이 든다
화가나는지 슬픈지 좌절을하는지 구분이 안간다
이렇게 새벽까지 뒤척이며 뒷풀이를 하다보면
왜 길게 떨치지 못하는 우울증약을 먹는지
이해가 가기도 한다
숱한 고마운 산넘어 오는 도움에도 불구하고
뻔뻔하게 쓰라린 절망 몇가닥을 붙잡고 말이다
이 마음을 밖으로 내놓고
들어주는 이들이 고맙고 가뭄의 단비같다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내 타는 목마름의 그늘같다
이 감사의 이유가 또 하늘에서 오는 은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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