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나누기…이 마음도’
어제는 오전에 아내가 배가 아프다고 말을 하더니
미처 화장실에 앉히기도 전에 옷에 쏟아졌습니다
어쩌면 말을 하기도 전에 이미 나왔는지도 모릅니다
느낌이나 신경감각이 없어서 그랬는지도…
한바탕 뒷처리를 하느라 씨름하고
아내는 오후 내내 울상이 되어 잠이 드는지
깨는지도 모르게 자책하며 우울하게 하루를 보냈습니다
‘미안해’와 ‘고마워’를 교대로 하는 그 심정이 오죽할까?
듣는 나도 안쓰럽습니다.
이른 새벽 배가 다시 아프다는 아내의 말에
또 철렁 가슴이,내려앉습니다.
배탈 설사가 계속되는 것은 몸을 못 움직이는 환자에게는
치명적인 합병증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조심스럽게,기다리면서… 그만 캄캄한 새벽에
나는 수렁에 빠져드는 이전의 감정을 되풀이합니다
공황장애 우울증이 심해지던 이전 날의 초기 증상을.
마음이 약해지면 사방팔방 구석구석에서 튀어나옵니다
마음 건강할 평소에는 사소하던 많은 일들조차
불편하고 견디기 힘든 가시와 같고 쉽게 화를 부르고
괴로운 일들로 바뀌어 마치 나쁜 적처럼 몰려옵니다
’이러다 아내가 세상을 떠나면 난 이 캄캄한 새벽을
혼자 뒤척이며 보내겠지? 아무도 말을 주고 받지 뭇하며…
온갖 슬픔과 두려움과 외로움을 교대로, 혹은 섞어가며’
가슴이 답답해지고 울컥 서러움이 올라옵니다
아무도 곁에 없고 여태 훈련해온 온갖 묵상과 기도도
맥을 못추고 혼란스러운 감정의 쓰나미앞에 무용지물이
되는 비참한 상황에 빠지고 맙니다.
‘차라리 잠에 빠져 그대로 죽고 싶다…’
그 달콤해보이는 도피와 유혹의 충동이 자꾸 떠오릅니다
혼자 몰려오는 이 새벽의 적막함과 짓누르는 고립감을
털어내기가 정말 괴롭습니다.
낮에는 사람들과 말이라도 나누고 연락하여 풀다가도
누구에게도 말 건넬 수 없는 밤이 오면 너무 힘들어집니다
밤의 공포, 혼자 지내는 날에 견딜 그 고문같은 시간은
나중에는 낮에도 견딜 수 없게 몰아갑니다.
그런 속수무책 무기력해진 두 번의 정신과 치료 경험이
어떤 때는 더 무서워집니다. 그냥 상상이 아니라
현실로 마주쳤다는 기억이 생생히 남아 있어서.
하소연하듯 털어 놓으면서 새벽이 끝나고
아침이 밝아오고 아침 밥을 준비하고 또 뭔가 일이라도 하며
하루를 시작하고 싶어 이 마음을 올립니다
이 시간을 견디고 무게를 조금이라도 줄이려고…
압력솥의 압력을 줄이면 덜 위험하겠지요?
김을 빼는 용도로 이렇게 털어 놓습니다.
나 좀 편해지자고 이른 아침 주일에 남의 기쁨을
해칠지도 모르는 어둡고 무겁고 피하고 싶은 서늘한 이야기를.
주일이니… 봉사하는셈치고 들어주시기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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