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끄적/작은 기도

그저 기도 64 - 산을 없애지 못하여 넘습니다

희망으로 2022. 12. 13. 23:49



'산을 없애지 못하여 넘습니다'

산을 갈때마다 자주 느끼는 것 하나
산을 넘으면 또 산이 있고 그 넘어 또 산
금방 오를 것 같은 정상은 또 저만큼 멀더라는…
우리나라 산의 특징은 우리네 삶과 무지 닮았습니다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날이 없다고
옛 어른들이 자주 말할 때는
그냥 자녀들 많이 키우면서 습관처럼 하는
고단함에 대한 푸념이려니 흘려 들었습니다
그런데 내가 나이 들어가며 뒤를 보니 딱 그랬습니다
어느 하루도 종일 편하기만 한 날이 없었습니다
가족중 누가 아프거나 궂은 일이 교대로 오고
마음이 편치 않아 굳은 얼굴과 찬바람을 일으켜
나쁜 바이러스처럼 안좋은 기운을 옮기곤 했습니다

그럼에도 참 꿋꿋하게 우리는 살아갑니다
마치 천직인 직장을 다니는 사람처럼 무던히
날마다 일어나 아침부터 저녁까지 살아내곤 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대견하고 성실한 사람도
그런 나날을 맞이하기를 원하는 사람은 없을겁니다
다만 눈뜨면 삶이 아침처럼 다가오니 살 뿐입니다

앞에 놓인 산을 없앨 수 없다면, 또 피하지도 못한다면
넘어갈 수 있는 체력과 용기라도 주시길 구합니다
애당초 세상에 올 때 불어 넣어주신 생기같은
순종과 인내의 본능을 깨워주시길 빕니다!
든든한 갑옷이라도 입어야 유리 파편처럼 날려오는
날카로운 세상길을 끝까지 걸어갈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