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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기도 52 - 같은 구속, 다른 자유

희망으로 2022. 12. 2. 00:12

그저 기도 52 - 같은 구속, 다른 자유

아직도 잘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같은 부모, 같은 환경에서 자란 형제인데도
성장하면서 다른 영향을 받고 다르게 가는 모습입니다
가난이나 험한 불행을 같이 겪어도 어떤 형제는
그 역경을 극복하고 오히려 더 단단하고 따뜻해져
비슷한 처지의사람들을 돕고 공감하는 삶을 사는데
같은 과거를 경유하고서도 전혀 다른 모습으로
어른이 되어 철저하게 자기만 챙기고 남을 불신하며
세상을 비관적으로 보거나 냉정한 사람으로 변합니다

왜 그런 갈림길이 생기는걸까요?
같은 유전자 같은 환경을 가지고도
전혀 다르게 살아가게 되는 것이 궁금해집니다
이런 이야기도 생각납니다
같은 물을 마시고도 소는 우유를 만들어내고
뱀은 독을 만든다는 이야기

오랜 시간 누가 선물해준 어항의 구피 물고기를 키우며
자주 들여다보면서 비슷한 의문이 생겼습니다
십수년이 넘도록 병원의 침대 하나에 아내를 누이고
나는 좁은 보조침대에서 살면서 한 평의 감옥이라고
스스로를 달래도 보고 답답해 하기도 했습니다
문득 헤엄치다가 바로 유리 어항의 벽에 막혀
계속 빙빙 돌아야하는 물고기가 나와 닮았다 싶었습니다
원해도 탈출을 하지 못하고 계속 좁은 공간에서 사는
불행한 처지가 비슷하다 느꼈습니다

그런데… 동시에 다른 느낌도 알았습니다
물고기가 표정을 지을 수 있을까요?
당연히 없겠지요. 웃거나 기쁘고 슬픈 표정이라니
말도 안된다는 것을 나도 알면서도 그런 착각을 합니다
두 세놈이 서로 술레잡기를 하듯 잡으러 생생 달리면
앞에 놈이 안 잡히려고 더빠른 속도로 헤엄쳐 도망갑니다
아무래도 저 놈들이 서로 놀이를 하고 있습니다
하루종일 하는 거라고는 물과 밥을 먹고 똥싸고 자고
그것밖에 안하니… 심심하기도 할겁니다
그래서 분명 술레잡기 놀이를 하는 게 분명해보입니다
자꾸 보니… 내 뺀놈이 안잡혔다고 으시대며 웃기도 합니다
못 잡은 놈은 못 잡았다고 화가 나서 씩씩 거립니다
잠시 후 이놈 저놈 모두 조용히 수초 잎에 숨어 잠듭니다
참 잘 지냅니다 같이 갇힌 처지라던 나와 비교도 안되게…

작은 공간 갇힌 생존이지만 참 자유롭게 보였습니다
적응하고 오래 살아 남는 걸 보면서 부럽기도 했습니다
물고기 밥을 주고 물을 갈아주고 빛도 가려주어야
겨우 살아가는 남의 손에 생명이 달린 놈들이데도
전혀 상관없다는 듯 하루 하루를 놀며 보냅니다
실재로 관리가 부실할 때 무더기로 죽어 나가기도 합니다
물이 오염되거나 모이가 부실하거나 큰 놈에게 먹히거나
그러나 그딴 게 무슨 상관이냐는 듯 산 놈은 살고 그럽니다
그보다 높은 영성을 가진 인간인 나보다 자유롭습니다
최소한이나마 주어진 생존의 필수 항목을 감사히 받고
몸은 갇혀도 영혼은 어떻게 못한다는 악한 기운을
뿌리치지 못해 늘 전전긍긍 씨름하고 울고 불고 합니다
안쓰러운 인간입니다.

오래전 예수님의 제자들은 갇힌 옥방에서도 찬송을 부르고
기쁘게 감사하며 기도하고 감옥지기를 전도도 했다는데
같은 예수를 따른다면서도 그 기운은 너무 작습니다.
미약합니다. 그래서 미안합니다
내 속에서 샘솟는 불행의 감정을 바꾸고 싶습니다
샘솟는 기쁨과 감사와 자유로!






작은 유리 어항 속을 들여보다가
갑자기 처지가 공감되어 울컥 하였습니다
우리가 갇힌 공간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그러나 좀 더 지켜보다가 아주 다른 점도 보았습니다
얼마나 활기차게 먹이를 뒤지고 다니는지,
동무와 술레잡기 도망가기 노는 모습이 재미난지.
어쩌면 유리어항이 그들을 가둔 벽이 아니라
그들을 보호하는 울타리며 안전지대일지 모른다는.
평생을 나보나 나은 사람 넉넉한 사람을 기준으로
언제나 나의 가난과 모자란 점에 괴롭던 나와는
많이 다르게 사는 물고기들이 훌륭해보였습니다
나도 조금 가진 것도 기쁘게 받아들이고
작아도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서 하루를 살았다면
더 웃으며 뿌듯하게 살 수 있었을텐데…
부자는 가진 소유의 크기가 아님을 또 새깁니다
작은 일에 충성한 종이 큰 칭찬을 받은 것을 알면서도
늘 말로만 아멘했다는 습관성 신앙을 반성합니다
불행은 밖이 아니라 내 속에서 싹트는 것임을
하루도 잊지 않고 기억하며 살기를 빕니다.
그런 복을 주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