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끄적/길을 가는 사람...

겨울의 문앞에서 묻습니다

희망으로 2022. 11. 7. 12:44



(11.7)

‘겨울의 문앞에서 묻습니다’

아침 날씨가 차가워졌지만 길을 나섰습니다
걷기를 마치고 커피 한잔을 보온병에 사러 간 곳에서
창밖의 풍경을 보다가 문득 눈에 들어왔습니다
하나의 나무에서 시간의 차이를 보았습니다
위는 이미 겨울나라에 발을 들여놓은 듯 늙어가고
중간은 아직 젊었노라 색을 보이고
마치 나이든 사람의 머리숱이 위에서부터 줄어들듯…

온갖 일들이 다 일어나는 이 땅에서
온갖 이유로, 온갖 다른 배경으로 인하여
천차만별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떠올랐습니다
누구는 남이 힘든 이유가 더 풍족해지는 기회가 되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남의 고난이 자신에게 닥친 작은 불평도
꾹꾹 누르고 겸손케하고 감사를 깨달으며 살아갑니다.
하나의 나무에도 시간과 공기의 다름이
색색으로 수명을 다르게하는 자연법칙처럼 말입니다

십수년 지낸 병원생활에서도 참 많이 보았습니다
어떤 이는 늘 불평의 이유를 굳이 찾아내어 화를 내고
어떤 이는 희망도 없는 더 심한 상태도 불구하고
오히려 덜한 다른 환자의 등을 두드리고 웃으며 격려하는 모습을…
장애나 좌절의 등급은 결코 보이는 기준으로 매길 수 없나봅니다.
종종 교도소 벽같은 절망감에서 나를 견디게 한 것은
넉넉한 사람들의 건강과 풍요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더 아프고 더 가난한 이들의 미소와 마음이었습니다

진정 우리들의 천국은 어디에 있나요?
살얼음같은 일상과 일생을 간당간당 견디게하는
그 천국은 궁전안에 있나요?
죽음 뒤에만 갈 수 있는 하늘 그 위에 있나요?
그 천국이 이 땅이나 각자 가정 같은 장소가 아니라면…
우리들의 천국은 언제쯤 오나요?
해마다 반복되는 12월 성탄절에만 오나요?
온갖 상처와 고통, 이별의 기억을 이겨낼 때 쯤에만
그런 단계에서만 주어지는 종료 후 보상같은건가요?

때때로 우리들 세상은 사막과 같고
우리의 일상은 그 사막을 해매는 조난자와 비슷합니다
그럼에도… 조난자들도 여러 모습입니다
하나의 나무에서 시간을 달리 보이는 낙엽처럼
이미 주저 앉아 꼼짝도 않고 좌절하는 사람도 있고
빤히 내다보이는 헤매다 쓰러질 전망에도 불구하고
한걸음 한걸음 걷는 사람도 있습니다
보이는 비극속에서 보이지 않는 의욕을 주고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소망과 감사입니다.
그리움과 바라는 것이 있는 사람은 소망을 품고
내게 없는 것보다 남은 것을 보는 사람은 감사를 품습니다
그 소망과 감사가 이 사막에서도 발을 내딛게 합니다
그리하여 하루 또 하루 걸어갑니다
어느 노랫말처럼 ‘From day to day!’
하루에서 또 하루로!
소망을 가진 사람의 밝은 얼굴이 우리 모두의 행운이고
감사를 수시로 달고 사는 일상 그 자체가 기적입니다!

겨울을 눈앞에 두고 나무 한그루에서 묻습니다
내 형편과 처지가 어떠하든지 보기 좋은 나무처럼
나도 살아 있는 사람 나무가 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