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끄적/길을 가는 사람...

세월호, 이태원… 때론 생존이 성공보다 더 대견하다

희망으로 2022. 11. 5. 14:35




’때로는 생존이 성공보다 대견하다‘

영하에 가깝게 뚝 떨어진 차가운 날씨가 그늘진 곳을 더 춥게 느끼게 만든다.
아침 걷기운동을 하고 돌아오는 몸이 좀 굳어지고 어깨를 웅크리게하는데…
갑자기 뭉클 따스한 기분이 들게하는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고맙게도 집으로 향한 도로 양쪽으로 노란 국화들이 생생하게 보였다
‘아, 추운 날에는 노오란 꽃도 온기가 되는구나!’
누군가 이렇게 수고한 분들에게 보내는 감사의 마음도 솟아났다.
겨울 북풍한설 눈속에 피는 꽃들을 본 적이 있다
그 경이롭고 안쓰러우면서도 마치 질긴 생명력을 실감하게 하는 감동!
그래서 종종 겨울꽃들은 생존과 인내, 응원의 의미가 되나보다

곤궁한 처지에 몰린 사람이 살아서 남는다는 것은
든든한 배경에 둘러쌓여 지내며 화려한 성공을 거둔 사람보다 더 어렵다
그래서 마치 겨울 눈속에 피운 꽃처럼 우리에게 감동을 준다
시시각각 몰려오는 위기와 극한 심정으로 하루씩 생존을 이어가는 것은
그야말로 죽기살기로 목숨걸고 이룬 결실이기 때문이다
좋은 가정에서 충분한 지원을 받으며 더 높은 자리로 가고
더 많은 것을 얻어내며 이룬 화려한 성공도 박수받을 일이지만
고난중 생존은 몇배 몇십배는 치열하고 힘들기에 더 대견하다
어쩌면 그래서 더 아름답다. 겨울 북풍한설에 핀 꽃처럼!

마흔의 끄트머리에서 발병한 아내의 희귀난치병으로
그 후 15년 지나 육십의 초반이 되도록 나는 내 인생이 사라졌다
처음에는 컴캄한 폭풍의 계절이다가 다음은 메마른 사막의 세월이었다
계속 이어지는 지루하고 병실에 갇힌 채 발목잡힌 자유없는 일상은
어쩌면 겨울, 겨울, 그리고 또 겨울만 이어지는 반복 계절같았다
무엇을 이루어내는 꿈이나 욕심으르품는 건 언감생심 말할것도 없고
그냥 살아서 버티는 것도 위태로운 날들의 연속이었다
바깥의 막막한 처지와 안으로 쉴새없이 꿈틀대는 우울증 분노…
다른 많은 사람들은 그 사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있었다

그러나 어느날부터 조금씩 살아있음 자체가 고맙기 시작했다
내 아이들이 예상보다 빗나가지 않고 열심히 살아주었고
아는 분 모르는 분들의 도움이 끝없이 이어져 위기와 고개를 넘어갔다
나의 개인적인 모든 꿈은 사라지고 다시 세울수도 없는 상태지만
이렇게 살아있다는 그 하나도 감사하게 되는 전혀 예상못한 변화다
아이들에 대한 기대치와 순전히 내  기준이 달라서 생기던 실망들이
나와 아이들 사이에 틈을 만들고 갈등이 생길뻔 하다가 어느날 반성했다
세월호 침몰과 이태원 참사로 아까운 아이들이 희생되었을 때
나는 철렁 내려앉는 심정으로 아이들에게 반성하며 내심 빌었다
‘그저 살아만 있어줘! 아무 것도 강요하지 않을게…’

하나님이 말하셨다 간절한 마음으로 피흘리는 우리를 보면서
[너는 피투성이라도 살아 있으라 다시 이르기를
너는 피투성이라도 살아 있으라 하고 - 에스겔 16:6]
그러니 그저 생존한다는 그 하나만으로도 하나님은 기뻐하실지 모른다
또 우리의 생존은 하나님의 명령을 따른 믿음의 승리요 값진 순종일수도 있다.
그러니… 고난 속 생존은 때론 성공이나 화려한 믿음보다 대견하고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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