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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개를 불쌍히 여겨주소서’
십년도 더 된 안좋은 기억이 있습니다
잊고 지내다가도 비슷한 상황이나
누군가 그 이름을 기억나게하면 속이 부글 거리게 됩니다
지금도 이 글을 쓰면서 그때 감정이 또 떠올리며
미꾸라지가 흙탕물을 흔들어놓듯 탁해짐을 느낍니다
오랜 아내 투병생활을 말하다 미움도 더러 받습니다
직접하는 분도 있고 돌려서 말하는 분도 있습니다
‘병든게 무슨 벼슬이냐?’ 라는 감정으로 그럽니다
한 이야기 또 하고 기분 좋은 내용도 아닌 우중충한
사연과 감정을 표현하다보니 지겨울 법 할겁니다
그러나 그때 일을 기억할 때마다 먼저 드는 제 감정은
‘그럼… 목사는 무슨 벼슬이냐?’ 하는 나쁜 반발심입니다
그 목사님은 아마도 자신이 언제 그랬냐고 할겁니다
본인은 거룩하고 주의 종으로 깨달은 사람으로
미숙하고 낮은 신앙수준을 지적하는 당연한 일이라고…
그러나 받는 이쪽에서는 그렇게 안되고 상처로 남았으니
훈장질이고 목사질이 되고 말았습니다
명예훼손과 성희롱의 기준은 한 사람이 아니고
당한 쪽의 사람 감정이 기준입니다. 법이든 도덕이든.
물론 내가 훌륭한 성품의 소유자가 아님도 인정합니다
신앙수준이 경건하고 겸손했다면 안생길 일입니다
설사 그랬더라도 지적받으면 감사히 고쳤을 겁니다
부처님 성품이었다면 그런 꼬투리도 안잡혔을거고
상대가 개로도 안보였을테니 이렇게 오래 가지도 않겠지요
자주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성품좋은 장로님을 떠올리면 한없이 평화롭고
부모님 형님을 대하듯 위로의 마음을 가지게 되는데
고약한(내 기준)목사님을 생각하면 마음에 평안이 사라집니다
평신도가 목사님을 하나님의 대리자처럼 모시는 것은
그의 삶과 사랑이 존경스럽기 때문에 우러나오는 것입니다
자신을 종이라면서 황제나 성인대접 받으려는 분이 있다면
정말 모순된 태도입니다. 더 나가 남의 가슴에
이렇듯 십년넘도록 잊지도 못하는 못을 박는 일입니다
형제에게 상처를 주어 실족시키면 연자맷돌을 달아
바다에 던진다는 무시한 경고도 하셨는데…
그러나 이 글을 쓰기로 마음 먹은 것은
그 목사님 때문이 아닙니다
십중팔구가 아니라 십중십, 그분은 기억도 안할겁니다
그런적이 없거나 제가 나쁘고 모자라다고 할겁니다
문제는 천국 못갈 그 개가 되어 가진 미움의 대가를
제가 받고 산다는 딱한 결과를 고백하려는 겁니다
왜 못과 가시를 박은 사람은 단잠을 자는데
찔린 나는 십년 넘도록 떠올릴때마다 아프고 피흘려야 하나요?
그래서 주님께 기도를 올립니다
‘주님, 주인의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를 먹는 개처럼
주님의 말씀으로 자유를 얻고 해방되게 해주세요!
개에서 벗어나 부처보다 너그러운 평온을 누리게 해주세요’
그리고 혹 나처럼 어리석게 오래 묵은 미움으로 괴로운 분은
부디 상대를 자꾸 기억에서 불러내어 시달리는 불행에서
탈출하시게 되기를 비는 마음으로 이 고백을 올립니다
벼슬질 하는 목사나 훈계질 하는 욥의 친구를 어떻게 할지는
순전히 하나님의 몫입니다.
자유와 평화를 누리는 돌아온 탕자의 복을 받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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