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끄적/길을 가는 사람...

결혼하라는거야? 말라는거야?

희망으로 2022. 8. 18. 16:30




나는 이전에 이 말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다.
“결혼을 하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라며.

[처녀에 대하여는 내가 주께 받은 계명이 없으되 주의 자비하심을 받아서 충성스러운 자가 된 내가 의견을 말하노니 내 생각에는 이것이 좋으니 곧 임박한 환난으로 말미암아 사람이 그냥 지내는 것이 좋으니라 – 고린도전서 7장25~26절]

지금이 임박한 환난의 때일까? 아닐까?
내 사는 처지를 돌아보니 임박한 환난의 시절이 맞는 거 같다.
아니다. 아주 어릴 때로 돌아가 더듬어보아도 그랬던 것 같다.
지난 시간들 사는 내내가 임박한 환난의 상황 같았다.
어쩌면... 세상이 시작되던 순간부터였는지도 모른다.
태초 이후로 늘 환난이 임박한 세상인 채로 오늘까지 온 것은 아닐까?

난 감당을 못하겠다. 점점 그런 생각이 짙어진다.
나 한 몸도 원하는 대로 조절이 안 되어 늘 힘겨워하며 산다.
감정이든 몸의 상태든 그랬다.
두 번이나 심각한 우울증과 공황장애로 치료를 받았고 자주 슬프고 괴로웠다
몸의 질병은 수시로 옮겨가며 경고등을 켜고 달려와 간신히 버티고 지키곤 했다.
어느 시절 임박하지 않은 환난이라며 맘 놓고 깊이 잠들지 못했다.
그런데... 이렇게 나 하나도 잘추스리지 못하는데 다른 사람을 어찌 도울까?

요즘 아내는 점점 우울증이 심해진다
시장을 다녀오거나 걷기 운동을 나갔다 오면 호흡훈련을 위해 마련한
마이크를 잡고 울면서 노래를 부르고 있어 난감하고 무거워진다
드라마를 보다가도 감정이입이 심해져 지난 시절을 꺼내며 통곡한다.
행복한 장면은 달라서 비교하며 울고 슬픈 장면에는 나도 그렇다 공감하며 운다.
어떻게 하라고... 나는 아무 방법이 없다.

이미 결혼한 나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나는 이런 날에는 설거지 그릇이 담긴 싱크대로 걸어 간다
물을 손에 적시며 설거지를 하면 마음이 평안해진다
나만의 우울증은 길을 나서 걷기를 3시간 4시간 지칠때까지 한다
또 가사가 없는 경음악이나 알아듣지 못하는 외국노래를 듣는다
어떻게하든 내 마음의 그늘과 무게를 털어내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한다
하지만… 내가 아닌 남, 아내의 우울함은 내 맘대로 안된다
기껏 눈물을 닦아주거나 뭐 먹을래? 속상하지? 그게 전부다
곁에 머물면서 고스란히 같이 겪는 시간은 많이 힘들다
무기력함을 자근자근 느끼며 그냥 견딘다는 것이…

사람은 살면서 질병에 걸리거나 사고, 이별을 겪지만
그것 자체가 불행은 아닌 것 같다.
진짜 괴롭고 힘든 고통은 그때부터 시작되는 것 같다.
그 기억과 감정, 상황을 감당하며 살아야 하는
그 과정들이 진짜 불행이고 고통이며 더 길고 무거운 후유증이기 때문이다
누구를 만나고 사랑하고 결혼하여 산다는 것
자녀를 낳고 가정을 이루어 사는 것이 그리 힘든 대가들을 가져올지 몰랐다
요즘은 내 아이들이 결혼을 하지 않으면 기꺼이 그것도 축복을 해줄 심정이다
순전히 내가 감당 못하는 무게를 체험하기 때문에 생긴 변화들이다
과연 언제까지 감당하고 어디까지 내가 이겨낼 수 있을까?

사도 바울은 또 말한다.

[네가 아내에게 매였느냐 놓이기를 구하지 말며 아내에게서 놓였느냐 아내를 구하지 말라 그러나 장가가도 죄짓는 것이 아니요 처녀가 시집가도 죄짓는 것이 아니로되 이런 이들은 육신에 고난이 있으리니 나는 너희를 아끼노라 – 고린도전서 7장 27~28절]

아멘! 공감합니다! 라는 말이 속에서 저절로 솟구친다.
예전에는 실감 못했다.
내 한계와 내 성품을 고려하였더라면 이 감당 못할 만남을 피했을 거다
사실 결혼 전 총각시절 내내 그런 결심을 하며 만남을 뿌리치며 살았다
그러다 아내를 만나는 순간 눈이 멀어 운명의 코스를 받아들였지만...
나는 내 아이들이 결혼에 대해 어떤 결정을 하든지 응원하려고 한다
한편 이것이 왜 아이들에게만 적용되는 기준일까 싶기도 하다
사도바울은 우리의 연약함과 이후 마주칠 괴로움을 미리 본 것 같다
그러니 이렇게 말을 맺은 것 같다.
이 말을 자꾸 되새겨본다.

[그러므로 결혼하는 자도 잘하거니와 결혼하지 아니하는 자는 더 잘하는 것이니라 아내는 그 남편이 살아 있는 동안에 매여 있다가 남편이 죽으면 자유로워 자기 뜻대로 시집갈 것이나 주 안에서만 할 것이니라 그러나 내 뜻에는 그냥 지내는 것이 더욱 복이 있으리로다 나도 또한 하나님의 영을 받은 줄로 생각하노라 – 고린도전서 7장38~40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