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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기도 30 - 잘 살 기회는 많지만 잘 죽을 기회는 한번뿐
잘 살기 위한 모든 노력은 연습이다.
사는 기회는 오늘 내일,그 다음날도 오고
그리고 그 다음 날의 다음 날도 또 온다.
이 모든 날에 고민하며 수고하고
때로는 다시 고쳐서 또 시도를 해보는 것은
모두 잘 죽기 위한 훈련이다.
왜 잘 죽어야 할까?
사는 동안은 계속 고치고 바꿀 기회가 주어지지만
잘 죽는 것은 한 번 밖에 오지않는 기회다.
두 번, 세 번 다시 죽어보았다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
그 한 번뿐인 기회를 연습이나 준비가 모자라 망치면
다시는 기회를 얻지도 못하고 고칠 수도 없다.
시간 장소 상황은 그 이후는 영원히 고정된 채 간다
자랑스러우면 자랑스러운데로
부끄러우면 부끄러운데로
갚을 죄를 지어 벌을 받는다면 벌 받는 상태로 영원히!
그래서 한 번 뿐인 죽음의 순간에 잘 죽어야 하고
그 죽음이라는 단 한번의 시험을 잘 치르기 위해
수험생의 기간인 살아있을 동안 계속 연습을 해야 한다
옳은 길을 찾는 공부와 죄를 더하지 않는 수련과
온전한 사랑을 베풀 두 마음 아닌 정직한 일상
그리고 정말 마주치고 싶지 않은 과정인
긴 고난과 긴 침묵은 가장 어려운 훈련이다.
대개 그 코스에서 낙오를 한다.
좌절과 원망으로 배신과 미움을 쏟아내기도 한다
몸이 치매로 사랑하는 가족을 아프게 하듯
영혼과 마음의 배신은 신뢰를 깨고 아픈 상처를 남긴다
행여 정신을 놓치고 내 배우자와 아이들에게
헛소리 폭행 폭언을 퍼붓는 치매만은 안걸리게 빌듯
기껏 오랜 시간 믿는다며 온 길을 뒤엎는 배신의 고백을
하지 않을 수 있기를, 필요하면 행운이라도 얻기를 빈다.
그래서 단 한 번 잘 죽기 위한 지루하고 긴 수도생활
마침내 일상의 끝날, 긴 하나님의 침묵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날 비는 것은 잘 죽고 싶다는 소망일거다.
그러기 위해 오늘도 신발끈을 조여매고 훈련에 임한다
사방이 벽에 막히고 하늘마저 침묵하고 있는 날에도
비 내리고 바람불며 벌판에 홀로 선 심정일때도
벙어리로 견딘 사가랴와 13년을 침묵속에 보낸 바울과
골고다 언덕으로 십자가 메고 올라가는 예수님의 경우를
위로삼으며 하루를 살기로 작정한다
세상이라는 수도원에 일상이라는 훈련을 하는
연습생이자 수도자의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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