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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기도 11 - 세상의 끝은 하나님의 시작

희망으로 2022. 6. 25. 00:15

그저 기도 11 - 세상의 끝은 하나님의 시작

직장을 잃고 새 직장은 구하지 못한 채 두어달이 지나갈 총각시절, 먹을 것도 지갑도 바닥난 채 속수무책 이었습니다. 제대로 끼니를 먹지 못한 지 3일째인가? 이른 새벽 산을 올라 갔다가 오후에 자취방으로 돌아왔는데… 제법 큰 종이 봉투에 쌀이 담겨 방에 놓여져 있었습니다.

머나먼 객지에서 고립무원 생계가 바닥난 상황이 마치 세상의 끝 어디쯤에 도착한 심정이었습니다. 땅끝만 아니라 생존도 끝을 보는 것 같은 막막함. 그때 아무에게도 구차한 사정도 않고 도움 요청도 안했는데 놓여진 그 쌀봉투는 마치 하나님의 메시지 같았습니다.

‘세상이 끝나는 곳에서 하나님은 시작하신다!’ 라는 메시지…

그리고 그때로부터 거의 30여년 가까이 지난 어느날, 아내는 거의 사형선고에 가까운 희귀난치병 진단을 받고 헤어날 길이 안보여 그냥 죽음을 기다리던 중, 집으로 들이닥친 형제들의 지원금과 빨리 병원으로 가라는 나무람을 들으며 다시 이전에 들은 목소리 비슷한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사람의 능력이 바닥날 때 하나님은 일하기 시작하신다!’ 는 음성을…

그 무기력하고 좌절감에 주저 앉아 손가락 하나도 움직일 힘이 없다고 완전한 패배를 인정할때만 겪을 수 있는 신비한 경험입니다. 일부러 시험해보기는 엄두가 나지 않는 절벽의 앞, 바람 한점에도 휘청거리는 아찔함을 느끼는 벼랑의 끝에 서야만 들리는 음성입니다.

만약 도움이 산 너머에서 오나 안오나 시험해보다가는 그대로 벼랑에서 천길 아래로 떨어져 죽을 수도 있어서 테스트 같은 건 꿈도 못꿉니다. 그리고 일생동안 그런 경험 한 번도 할 필요없이 살다 가는 건 어쩌면 더 큰 행운이고 모든 이들의 소원일지 모릅니다. 그게 뭐 좋은 거라고 일부러 경험해보겠습니까.

정해진 뽑기로 선택이 된 것인지 아니면 지은 죄가 많아서 당하는 벌칙 같은 건지 모르지만 원치 않게 그 상황에 몰립니다.

그런데… 거기가 끝이 아니고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것을 체험하면 마치 죽었다 깨어난 심정입니다. 다시 살게 된 두번째 목숨같고 부활한 생명을 덤으로 사는 감동이 들기도 합니다. 워낙 못난 성품이라 오래는 못가지만…

그런 경험을 한 번, 두 번 하고나면 비슷한 순간이 와도 조금은 위로가 됩니다. 나의 힘은 끝나지만 하나님의 일이 시작될지도 모른다! 난 죽을 수도 있지만 하나님의 생명은 시작될지도 모른다! 그런 기대가 한가닥 들기 때믄입니다. 막막해도 슬픔은 덜합니다. 이전 그 경험이 없을 때 비하면 그렇습니다.

그래서 절대 절명의 고통이 눈앞에 닥치면 저절로 기도가 나옵니다. ‘하나님, 혹시 여기가 제 생의 마지막이 되더라도 내 영혼은 시작점이 되게 해주세요. 그리고 남은 가족들이 너무 슬프지 않고 세상의 끝에서. 시작하는 하나님과 함께 일상을 계속 살게 해주세요!’ 라고.

모든 고난에는 하나님의 비밀이 있었다는 사실을 잘 안믿기지만 많은 어려움을 견디는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덜 억울하고 덜 불쌍하지요. 하나님이 안계시면 세상에 가장 불쌍한 사람이 기독교인라는 누군가의 말이 기억나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