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도 한 분, 땅에도 단 한사람’
위로는 단 한 분,
하나님 한 분이면 되었다
세상 사람은 다 모르는
온갖 모자람 지나침 죄와 흉도
단 한 분에게만 보이고
단 한분에게만 용서받으면…
땅에는 단 한 사람
남편인 나 한 사람이면 되었다
아픈 몸 때문에 일어나는
온갖 부끄러움 미안함 필요한 일도
단 한사람 나에게만 보이고
단 한 사람 나에게만 신세지고
단 한 사람 나에게만 고마우면…
때도 시도 없는 말 아닌 말
눈빛과 표정과 숨소리로 아내는 내게 말했다
부모 형제 자식에게도 못하고
단 한 사람 나에게 매달렸다
조절 안되는 대소변으로 민망한 뒷처리도
밥도 물도 혼자서는 못먹는 어이없는 순간도
슬프고 억울해서 꺽꺽 울어댈때도
곁에는 나 한사람만 있어주기를
아내는 염치없어서 차마 부끄러워
남은 이 땅의 생명 다하도록
나에게 곁을 지켜달라고 빌고 빌었다
그러니 어떻게 외면할까?
그 자리 바꿔 생각해보면 나도 그럴걸
숱한 수치도 신세도 사랑도
단 한사람이면 족하고
둘도 셋도 감당시키는 건 잔인한 일
하여 난 스스로 발에 족쇄채우고
출입문에 대못박고
이번 생은 그 단 한사람으로
살다 가기로 밤마다 돌아 누워 각오 한다
하늘에는 하나님 단 한분
땅에서는 배우자 단 한사람이면
온갖 수치와 불행과 죄와 사랑도
나누고 하소연하기 알맞다
주는 쪽과 받는 쪽이 셈으로 따져보자는
할말없는 일만 안생기면
- 중증 환자로 세상 살아간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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