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끄적/길을 가는 사람...

하늘에도 단 한분, 땅에서도 단 한사람

희망으로 2022. 2. 19. 07:53

 

 

‘하늘에도 한 분, 땅에도 단 한사람’

 

위로는 단 한 분,

하나님 한 분이면 되었다

세상 사람은 다 모르는 

온갖 모자람 지나침 죄와 흉도

단 한 분에게만 보이고

단 한분에게만 용서받으면…

 

땅에는 단 한 사람

남편인 나 한 사람이면 되었다

아픈 몸 때문에 일어나는

온갖 부끄러움 미안함 필요한 일도

단 한사람 나에게만 보이고

단 한 사람 나에게만 신세지고

단 한 사람 나에게만 고마우면…

 

때도 시도 없는 말 아닌 말

눈빛과 표정과 숨소리로 아내는 내게 말했다

부모 형제 자식에게도 못하고

단 한 사람 나에게 매달렸다

조절 안되는 대소변으로 민망한 뒷처리도

밥도 물도 혼자서는 못먹는 어이없는 순간도

슬프고 억울해서 꺽꺽 울어댈때도

곁에는 나 한사람만 있어주기를

아내는 염치없어서 차마 부끄러워

남은 이 땅의 생명 다하도록 

나에게 곁을 지켜달라고 빌고 빌었다

 

그러니 어떻게 외면할까?

그 자리 바꿔 생각해보면 나도 그럴걸

숱한 수치도 신세도 사랑도 

단 한사람이면 족하고 

둘도 셋도 감당시키는 건 잔인한 일

하여 난 스스로 발에 족쇄채우고 

출입문에 대못박고 

이번 생은 그 단 한사람으로

살다 가기로 밤마다 돌아 누워 각오 한다

 

하늘에는 하나님 단 한분

땅에서는 배우자 단 한사람이면

온갖 수치와 불행과 죄와 사랑도

나누고 하소연하기 알맞다

주는 쪽과 받는 쪽이 셈으로 따져보자는

할말없는 일만 안생기면

 

- 중증 환자로 세상 살아간다는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