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 할 수 있을까? 이래도?’
“집사님, 따님 계좌번호 좀 알려주세요!”
며칠 전 문자 메시지가 왔습니다.
멀리 여수에 사시는 전도사님이 보낸 문자입니다.
내용인즉 가정예배를 드리면서 모아진 헌금을
한달에 한번 밖으로 내보내기로 결정했는데
우리 가정이 생각났답니다.
많지 않은 돈이라 딸의 학비와 용돈에 보탰으면 좋겠다고…
그리고 어저께 돈이 입금되었습니다.
가정예배때 모여진 헌금 사진도 보내주셨습니다
4명의 자녀들의 손을 통해 내민 장면이 떠오릅니다
이 전도사님은 7년전에 처음 저에게 메시지를 보내왔습니다
아마 제 책 ‘그러니 그대 쓰러지지말아’ 간병기를 보시고
응원의 마음을 보내고 싶으셨던 것 같습니다. 힘내라면서!
그런데… 지금 이분의 아내가 힘겨운 항암 투병중입니다.
2년전 발견된 3기 암을 힘겹게 투병해오다가
최근 다시 뼈로 전이된 암으로 많이 힘겹게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아, 니들도 알고 있어야 할 것 같다.
엄마는 짧으면 6개월, 길어도 1년을 넘기기 힘들것 같아…
이런 거 알고 함께 서로 도우며 잘지내보자”
이 말을 어린 자녀들에게 꺼내기 얼마나 힘들었을까?
내용이나 감정이나 무섭게 바닥으로 깔렸을 침묵의 무게가
상상되어 내 가슴을 먹먹하게 합니다
이제는 도리어 우리가 이 전도사님 가정과 가족들을 위로해야 할
순서가 온 것 같은데 입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차를 운전하다 울음이 터지고 아이들을 야단치다 통곡하고
동갑내기에 학교동기인 아내없이 살 날이 두려워 또 울고…
나도 많이 겪고 지금도 넘기며 사는 심정이라 공감합니다
전도사님 아내분도 나중을 위해 남긴다며 일기에 쓰셨습니다.
혹 자기가 없을 날에 여린 남편 혼자 아이들을 챙길 순간들과
지난 1년 투병기간 떨어져 지낸 아이들에게 또 상처를 줄 생각이
목을 메이게 하고 가슴이 아프다며…
‘내가 이 땅에 태어나 사는 것
어린 아이 시절과 지금까지
숨을 쉬며 살며 꿈을 꾸는 삶
당연한 것 아니라 은혜였소’
손경민 목사님의 찬양곡 ‘은혜’의 가사입니다
‘눈물날일 많지만 기도할 수 있는 것
억울한 일 많으나 주를 위해 참는 것
비록 짧은작은 삶 주 뜻대로 사는 것
이것이 나의 삼에 행복이라오’
손경민 목사님의 또 다른 찬양 곡, ‘행복’의 가사입니다
갈 수만 있다면, 형편과 상황이 허락만 한다면
한 번은 직접 찾아가 가족들을 만나 응원하고 싶습니다
무슨 말을 해야할지 생각하며 숲길을 걸으며 듣는 데
내내 이 찬양곡의 가사들이 가슴을 파고 듭니다.
자꾸만 먹먹해지는 여러 단어들이 몰려오고 사라지고…
“두 분의 두려움 슬픔 조금은 공감합니다
저희도 내일을 알 수 없는 날들을 살아오면서 날마다
느끼고 감수하며 산 감정들이라…
그래서 그저 하루 하루, 24시간씩을 감사하며 살 뿐입니다”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겠네 정리하는데…
기어코 또 다른 찬양곡 가사가 나를 놀래키며 울립니다
마치 내 마음 깊은 숨결까지 다 알고 계신다는 신호처럼!
참… 잔인하신 하나님입니다.
차마 이 노래를 그 전도사님 부부에게 드릴 수 없습니다
당사자는 한 발 떨어진 사람들의 심정과 또 다른 무게가 있기에…
그러나 그럼에도 제게는 이 ‘감사’의 노래가 와닿습니다
어느 날 어느 순간은 분명 동의하고 아멘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숨을 쉬는 것 감사
나를 구원하신 것 감사
내 뜻대로 안돼도
주가 인도하신 것 모든 것 감사
내게 주신 모든 것 감사
때론 가져 가심도 감사
내게 고난 주셔서
주 뜻을 알게 하신 것 모든 것 감사
주님 감사해요 주님 감사해요
내가 여기까지 온 것도 은혜입니다
주님 감사해요 주님 감사해요
나를 사랑하신 주 사랑 감사합니다’
우리는 많은 것들이 깨어지기 전까지는 오히려 모릅니다
내게 주신 모든 것들이 감사요 은혜요 선물이라는 사실을!
잃고 상실할 때쯤에야 그것을 알아차리고 늦은 후회를 합니다
그러나 한편 하나님의 배려입니다.
우리가 모를 때도 평안히 살고 누리며 지내게 하심은!
언젠가 닥칠 고난을 늘 바닥에 의식하며 사는 것은
또 다른 무거운 형벌 같기에…
이래도 저래도 감사속에 살게 하시는 하나님의 선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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