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끄적/길을 가는 사람...

잘 안되는 것들

희망으로 2021. 8. 29. 09:19

 

‘잘 안되는 것들…’

 

“칵칵! 욱…”

 

아내가 갑자기 말도 잘 못하면서 손으로 가슴을 쥐어짭니다

하루 4번이나 먹는 약이라 점심약도 습관처럼 삼키다…

또 사레가 걸려 약이 기도로 넘어갔습니다 ㅠ 

6알중 4알은 꺼내졌고 2알은 흔적을 못찾겠습니다 ㅠ

비상이 걸렸습니다. 급하게 간호사실로 도움을 청했습니다.

간호팀장님은 석션을 들고 와서 기도에 호스를 넣고 빼냈습니다

혹시 남아있거나 이미 녹아서 넘어가는 약의 잔량을…

곧 이어 원장님이 와서 점검을 하고 가고 

이동 엑스레이가 와서 폐 사진을 찍을 예정입니다 

 

나도 모르게 화를 내고 말았습니다.

“또 신경 안쓰고 다른 데 보다가 그랬지? 

한 번 걸리면 무지 고생하고 며칠 애먹으면서 왜 정신 안차려!”

지난 번에 너무 고생하고 힘들었던 기억이 나서 정말 속상했습니다

눈물 콧물 흘리고 웩!웩! 토하거나 침을 흘리며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은

지켜보는 사람도 정말 할짓이 못됩니다.

 

‘…&@*=#’ 

 

아내는 목이 쉰 사람처럼 뭐라뭐라 말이 안들리는 목소리로

나에게 원망스럽다고 하다가 눈물을 주룩 흘립니다

자기도 아프고 겁나는데 내가 몰아부치는 야단이 서러웠나봅니다

“사람이 다 죽지만… 그래도 아프지말고 죽어야지!

이렇게 괴롭게 통증을 겪으면서 사는건 정말 못할일이잖아 ㅠ”

 

요즘은 종종 제어가 안되어 기도로 물이나 음식이 잘 넘어갑니다

아… 차라리 잠든 밤에 그냥 숨이 멈추는 복을 주셨으면 정말 고맙겠습니다

이럴 때는 그만 사는 것도 안 슬플것 같습니다.

아내를 울리고 미안하니 더 그런 생각이 듭니다

마음에 상처를 겹겹 쌓아가며 사는 것은 제가 바라는 사랑이 아닙니다

폐가 따갑고 쓰린 중인데 야단친 내가 얼마나 서운할까요? 

 

조금 통증이 가라않은 상태로 지쳐 잠이 드는 아내를 보면서

사람이 일생을 사는 게 정말 만만치 않다는 진실을 확인합니다

세상에 태어난 날을 생일이라고 감사하지만 

세상을 마치고 떠나는 날은 더 크게 감사하여 

엎드려 절이라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 길고 긴 투병의 새월을 살고 있을 많은 환자들과 가족들의

생존과 감정들이 가슴속 깊이 파고들어옵니다. 

단 하루도 고요히 바람잘 날이 없습니다

그 지겨우면서도 복잡한 생을 향한 애증이…

 

오늘도 한가지를 확인합니다

아이들이 실수로 다치거나 병이 나서 아플 때

혹은 중요한 것을 도둑맞거나 잃어버렸을 때 

사실 당사자인 본인들이 가장 마음이 안좋은데 

종종 우리는 야단을 치고나 화를 냅니다.

그 사실을 누가 가르쳐주어서 알았고 인정했지요.

난 안그래야지! 단단히 마음 먹었는데… 늘 잘 안됩니다.

안그래도 힘든 사람을 공박하고 무안을 주기 일쑤였지요.

오늘 또 그러고 말았습니다.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