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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의 기다림...누군들 없을까?

희망으로 2021. 7. 26. 10:06

<13년의 기다림... 누군들 없을까?>

 

5월 9일, 이제 한달정도 남았다.

이날은 사랑하는 막내딸의 생일이다.

그리고... 동시에 아내의 진단서에 공식으로 적힌 희귀난치병 발병일이다. 

2008년 5월 9일.

고통스러운 질병이 시작된 지 13년이 되는 날.

혹시 이 해에 긴 인내와 기다림이 끝이 날까?

숫자에 기대어 가져보는 희망

성경에서 13년의 기다림을 끝낸 몇사람처럼...

 

아브라함.

 

아브라함은 침묵의 13년을 보냈다.

 창세기 16장의 끝인 16절은 이렇다.

[하갈이 아브람에게 이스마엘을 낳았을 때에 아브람이 팔십육 세였더라]

 그리고 다음 17장 1절에서는 이렇게 이어졌다.

[아브람이 구십구 세 때에 여호와께서 아브람에게 나타나서...]

김희보 신학교수는 ‘아브라함의 시련’중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스마엘을 낳은 후 13년 동안의 아브라함의 역사는 알 길이 없다. 진실로 침묵의 13년이다. 이 기간 동안, 하나님께서는 아브라함과의 교통을 끊었던 때요, 하나님의 특별한 은총을 거두셨던 기간 이라고 말하는 학자들도 있다.(A.W.Pink)”

어쩌면 아브라함도 이 침묵의 13년이 많이 힘들었을 거다. 

하루도 조용히 보내는 날이 없는 본처와 첩 사이의 갈등에 시달리고, 

또 한편으로는 하늘에서 아무 명령도 내려 오지 않는 13년.

그 긴 세월을 견디며 아브라함이 99세가 되고 사라는 아이를 잉태했다.

이삭을 놀리는 이스마엘을 내보내면서 아브라함은 다시 제 자리에 돌아왔다.

어찌되었던지...잘 견뎠다. 힘들고 지루한 갈등의 시절 13년을.

 

요셉.

 

또 다른 13년의 억울한 날들을 변치 않고 신뢰하나로 버틴 사람이 있다.

꿈 이야기 하나를 말했다가 자유를 잃고 13년을 보낸 요셉이다.

그 꿈을 꾼 때가 BC1729년경, 요셉의 17세 때 였다.

쌓인 편애에 괘씸죄가 추가되어 형들은 미운 요셉을 죽이려다가

대신 이스마엘 상인들에게 은 20개에 팔았다.

상인들은 요셉을 이집트 왕의 시위대장 보디발에게 팔았고

보디발은 요셉을 신임하여 재산 관리를 요셉에게 다 맡겼다.

그러다 보디발 부인의 유혹을 받은 요셉은 그것을 물리친다.

결국 요셉은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히게 되었다.

세상에 이런 억울하고 말 안되는 경우가 어디 있을까? 

그러나 꿈 해몽을 통해 흉년을 잘 해결한 요셉에게 

왕은 인장 반지를 빼어 주고 애굽의 총리로 임명 하였다.

17세에 꿈을 꾸고 30세에 그 꿈이 이루어졌다.

13년이라는 긴 시간 끝에 찾아온 가족과의 재회였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애굽에서 10년의 종살이와 3년의 감옥살이, 

총 13년 동안 온갖 모함과 수모, 고초를 겪은 요셉의 심정은?

우리 가족에게도 13년의 세월이 끝나면 웃는 날이 올까? 

 

다윗.

 

BC1020년 전, 사무엘은 양치기 소년 다윗을 이스라엘의 왕으로 세웠다. 

하나님은 사울을 버리시고 대신 다윗을 이스라엘의 2대 왕으로 세웠다.

 사울왕은 하나님을 거스른 자기의 잘못은 반성하지 않았고

오히려 기름 부음 받은 다윗을 13년간 지독히도 괴롭혔다.

 적장 골리앗을 쓰러뜨려 국민의 영웅이 된 다윗을 사울 왕은 시기했다.

사울왕은 다윗을 여러 번 죽이려 했으나 정말 다행히도

요나단과 사울 왕의 딸인 아내의 도움과 하나님의 가호로 살아났다.

 다윗은 아둘람 굴에 숨기도 하고,

동굴과 밤이슬을 맞으며 노숙풍잔 하면서 보냈다.

그 13년은 참 힘든 여정이었을 거다.

한 때는 사울왕을 죽일 기회도 왔지만 

그때마다 흔적만 남기고 포기하는 순종의 길을 걸었다.

얼마나 억울했을까? 

오직 진심을 다하여 섬기고 때론 목숨을 다하여 전쟁도 치렀는데

오히려 사울왕의 핍박을 피하여 광야로 풍잔노숙 도망다닌 13년 동안

그 배신의 세월을 보낸 다윗의 심정은.

그에 비하면 아무 공적도 없이 같은 13년을 보낸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처지인데도 그가 받은 보상이 자꾸 떠오른다.

우리 가정도 좀 잘 풀어주셨으면...

 

바울.

 

[낙향한 사울은 딱히 할 일 없는 실패자와 다름없었습니다. 그런 무의미한 날들이 무려 13년이나 계속되었습니다. 고향 사람들이 보기에 사울은 더 이상 촉망받던 예전의 사울이 아니었습니다. 유대교를 배신하고 할 일 없는 실패자일 뿐이었습니다. 그런 상황 속에서 하루하루 새날을 맞는다는 것 자체가 죽음보다 더 큰 고통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울은 13년이란 그 기나긴 세월의 터널을 추호의 흔들림도 없이 꿋꿋하게 나아갔습니다. - 이재철목사님의 ‘사도행전속으로’ 중 다소에 보내니라 편에서]

 

얼마나 외로웠을까? 

바울은 정말 하나님을 위해 부지런히 신성모독자들을 잡으러 다녔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착오였음을 예수를 만나고 알게된 충격으로 고향 다소로 내려갔다.

그 후 잊혀지고 쓸모없어져 죽은 사람처럼 살아야했던 바울의 13년 세월이란...

그럼에도 그는 자신을 돌아보고 일상을 훈련처럼 살아냈다.

그 이전의 높은 이상과 든든한 배경, 하고 싶은 야심들을 접고 사는 세월이란

자칫 좌절과 허무한 자책의 삶이 될 수도 있었는데 불구하고.

마음을 바꾸는 회심이든 일상의 길을 바꾸는 회개든 변화는 쉽지 않다

더구나 스스로 선택해서 돌리는 변화가 아닌 바깥에서 돌린 길을 따른다는 것은...

바울처럼 남은 생을 달려갈 수 있다면 준비기간이 된 13년은 소중하겠다.

 

13년의 세월...

어쩌면 아무 변화도 없이 또 앞으로 달력을 넘기는 삶이 될지도 모른다

그럼 또 어쩌나? 생명이 머무는한 그냥 앞으로 걸어가는 날을 살아야지

모세는 왕자의 자리를 떠나 모래사막에서 40년을 양을 치며 살았다

이스라엘백성은 애굽탈출 후 40년을 광야에서 보냈다.

기대하는 13년의 숫자를 지나 다음 프로젝트 40년이 주어질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기대를 걸어 본다.

뭔가 남거나 변화가 오거나 작은 소득이라고 위로처럼 내려오기를...

 

“하나님, 우리 가정에 주신 훈련을 잘 마치게 도와주세요! 

오늘이나 언제가 될 마지막 날까지 희망을 잃지 않고 가도록... 아멘!”

 

 

2021.0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