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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다는 것

희망으로 2021. 7. 26. 09:59

<살아 있다는 것...>

 

우리가 머무는 병실 바로 옆 병실의 간병인 아주머니가 뇌출혈로 쓰러져 수액과 소변백 산소통을 줄줄 달고 큰 병원 응급실로 실려갔습니다

 

쓰러지기 불과 십분전까지도 환자들을 돌보며 움직이던 분이 완전히 의식을 잃고 목에서 꾸르륵 꾸르륵 거품같은 소리를 내며 구급대에 실려가는 모습이 아직도 마음이 무겁고 두근거립니다

 

병실과 많은 환자 보호자들이 놀라고 수군거리며 어수선합니다. 사람의 생명은 불과 5분후도 모른다는 말이 너무도 생생하게 실감이 납니다. 부디 수술이 잘되고 다시 회복할 수 있기를 빌어보지만 아무도 장담을 못합니다.

 

요즘 한국의 요양병원 실태가 대부분 그렇듯 여기 병원도 간병인들이 대부분 조선족분들입니다 이 소식을 듣고 망연자실해질 가족들을 떠올리니 더 안쓰럽습니다. 얼마나 놀라고 가슴 아플까요? 돈을 벌겠다고 가족들과 헤어져 멀리까지 와서 지내다 이런 일을 만났으니... 멀리 중국에 있을 가족들이 연락을 받고 와도 손을 쓸수도 없고 하염없을 수밖에 없으니.

 

이후의 많은 날들에 몰아칠 상황과 감당할 무게를 생각하다보니 참 허무합니다. 그리고 종일 우울해지고 며칠째 달고 지내는 몸살이 더 심해지는 느낌입니다. 

 

생명이 뭘까요? 산다는 일정이 무엇을 위해 어디로 가는 의무방어 같은 것인가요? 나에게 선택의 자유를 준다면 아예 생을 시작도 안하고 싶은 마음이 종종 듭니다. 이런 날에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어느 날 나도 아내도 슬픈 모습만 남기고 이별할 순간이 자꾸 눈앞에 어른거려서...

 

202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