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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었지만...하는 고백, '사랑 받았노라!'

희망으로 2021. 7. 26. 09:48

<힘들었지만... 하는 고백, ‘사랑받았노라!’>

 

하나님은 우리를 사랑하실까?

그렇다면 그 사랑의 방식은 어떤 모습일까?

최고의 것으로 넘치도록 끝없이 무한히 주시는 방식일까?

그러면 얼마나 멋지고 풍요롭고 환상적 결말일까

하지만 불행하게도... 내가 살면서 느낀 것은 달랐다.

하나님은 나를 사랑하신다고 돌고돌아 믿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부족하게, 낮은 자리로, 끝이 있는 방식으로 주셨다

공개적으로 일용할 양식을 날마다 기도하라고 말하셨다

하루먹을 양식만 주시고 그 이상을 바라지도 말라 근심도 말라셨다

아직도 적응이 안되는 가난, 무명, 낮은 자리를 돌며 사는 동안

정말 하나님은 나를 사랑하기는 하는걸까? 의문이 종종 들었다

때로는 슬픔과 자괴감을 넘어 나를 부끄럽게도 만드셨다

잘난 척 시건방은 저리가고 큰소리조차 못치게 하셨다 

오히려 어느 자리에 머물더라도 감지덕지 고마운 마음을 가지게 하셨다

 

그럼에도... 나는 하나님이 나를 사랑하심을 인정하게 되었다

단지 하나님의 방식으로 내가 원하는 것을 안주실 뿐이라는 사실도.

그것을 어찌하지 못하고 오래걸려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몇가지가 있다

나를 측은히 여기시며 마지막 손길을 언제나 내밀어셨다는 사실이다

때때로 불안하여 잠을 못이루는 밤을 지나면 새벽을 보게하시고 

겨울이 길어도 포기하지 않고 기다리면 영락없이 봄을 주셨다

형편없이 초라하게 늙어가며 많은 것을 상실해가는 삶에 

자녀를 주셔서 수시로 기쁨을 맛보며 감사를 잊지 않게 하셨다

가장 큰 선물은... 끝이 있는 수명을 주신 것이다.

어떤 괴로움과 절망에도 죽지도 않는 생명이라면 얼마나 지독한 지옥일까? 

온갖 미움과 배신의 기억, 좌절과 이별을 일상으로 천면 만년을 산다면?

그건 정말 상상도 하기 싫은 저주가 아니던가? 

그게 지옥이 아니라면 무엇이 지옥일까?

모든 시간과 모든 장소 모든 인생의 끝에 소멸과 죽음을 준비해주신

그 배려는 하나님이 우리를 많이 사랑하시는 결정적 증거다.

지옥에서 구원해주시는 가장 큰 사랑의 선물...

 

나는 오래 걸려 알게 된 이 사실과 평가를 또 한 번 경험했다

얼마 전 아픈 피난살이중에도 못버리고 끌고 다니던 기록물 물건을

모두 버리고 폐기하는 과정에 막내 딸아이의 초등학교 일기장을 보았다.

엄마가 아프기 시작해서 병원을 떠돌던 시절, 

막내아이는 당시 초등학교 6학년이었다.

담임선생님과 주고 받은 2년치의 연필일기 노트였다

마치 지나간 흑백영화를 스크린으로 다시보듯 회상이 되었다.

엄마 아빠를 그리워하는 그 중의 한 페이지에는 눈물이 핑 돌았다.

보일러도 고장난 컨테이너 방에서 혼자 자고 학교를 다니던 시절

아이가 종종 겪고 느꼈을 외로움과 숱한 부모가 필요했을 순간들이

딸아이를 얼마나 더 어두운 구석으로 몰았을까 가슴이 저려왔다.

‘뭐 사줄까?’ 묻는 말에 가끔 전화기를 통해 들려오던 아이의 대답.

‘엄마 아빠가 보고싶다. 아무 필요한거 없어. 언제 돌아와?’

그 심정이 일기장에 적혀있었고 선생님은 옆에 위로하는 답을 달았다.

 

(사진1 - ‘나도 아직은 엄마 아빠가 필요한데... 

나 왜이렇게 불쌍하지? 딸을 불쌍하게 만들다니... 능력자시로군!’ )

 

또 다른 페이지에는 불평을 하면서도 이렇게 적어놓았다.

(사진2 - ‘참고로 아빠는 한번도 나를 때린 적이 없다!’

선생님이 옆에다 ‘그리 보이셔...’ 라고 적어주셨다)

 

나는 막내딸 위로 두 아들을 키우면서 이런 기준을 세웠다.

회초리 체벌은 10살까지만 하고 이후는 매는 안대기로 정했었다 

그것도 아이들 스스로 회초리 몇대를 맞을지 정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지나고보니 별 소득도 없고 미안하고 자책만 남았다. 

그 경험을 통해 막내딸은 일체 체벌을 안했다.

대신 두시간 세시간 아이가 인정할 때까지 말로 설득했다 토론에 가까운!

그렇게 자란 아이들이 속으로 담은 기억과 감정을 확신은 할 수없지만 

겉으로는 부모에게 (주로 아버지인 나에게)원망은 없다고 말해준다 고맙게도...

그렇게 세명의 아이들은 우리에게 한 맺힌 원망이나 미움이 없다(고 말해주었다)

자기 길을 알아서 잘 가주고 큰 걱정이나 속상할 일탈을 하지 않았다.

애당초 목표한 그림과는 다른 열배는 망한 부모가 되어 버렸는데도 ㅠ

그거 쉽지 않다. 그래서 나의 아픈 아내는 늘 미안해서 종종 운다.

그 당연한 역할을 제대로 못해내고 있다는 자책때문에...

 

우리는 모두 어느 날에는 반드시 맞이할 것이다.

어떤 길을 걸어왔던지 한사람도 예외없이 마지막 날, 마지막 자리를.

과정과 결과가 어떤 모습이든지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으로

우리를 사랑하는지 안하는지 판단을 성급하게 하면 안된다

나는 그다지 완벽한 기준도 방법도 아니었지만

아이들을 향한 사랑의 마음은 정직하게 가지고 있었다.

그나마 계획대로 못해주었고 최소한의 돌봄도 아내의 희귀난치병으로

가정과 살림은 엉망이 되어 방치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내가 아이들을 외면하거나 짐스러워하며 포기하지 않았다

아이들도 남들이 받는 기본적 양육도 못받고 망한 가정을 경험했지만

우리를 원망하지 않고 부모의 진심을 인정해주었다

틈나는대로, 할수있는 형편안에서 최선을 다해 아이들을 응원했다

그걸 알아주는 아이들이 눈물겹게 고마웠다.

자기들이 바라는 것은 다 이루어지지도 않고 빗나갔음에도 불구하고...

나도 같은 맥락으로 하나님을 이해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내 방식, 내 기대와 다른 하나님의 사랑방식을 인정하기로

나를 향한 그 진심을 고마워하고 언제나 최선의 준비를 해주실

하나님이라는 것을! 내 아이들이 믿어준 그 시선으로...

 

 

*사진1은 초등학교6학년 때 혼자 살면서 쓴 딸아이 일기

 

 

사진2는 맨 아랫줄이 잘 안보이지만...그 내용은

‘참고로 아빠는 한번도 나를 때린 적이 없다고!’라는 증언

 

2021.0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