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의 100승을 한 아내>
“으으으아아아악! 제발...!”
휴... 몇 번이나 소리를 지를뻔한걸 참아냈다.
우리 병실의 한 분이 밤마다 코를 골아서 잠을 설친다.
어느 날은 한 밤중 12시에서 새벽 2-3시까지 못자기도 하고
오늘은 새벽 4시부터 코고는 소리에 깨어 꼬박 아침을 맞았다 ㅠ
사람들의 불평 비난이 돌아가며 나온다.
아... 그 잠못자는 고문, 심한 코골이란 정말 대책이 없다.
그걸 무슨 선과 악의 문제로 본인에게 따질 대상도 아니니
아침이 오고 막상 얼굴을 보면 말을 못하고 그저 한숨만 나올 뿐이다.
“여보, 고마워요! 당신 덕분에 30년 정말 잘지냈어요!”
“???”
“당신이 코를 골지 않아서 밤마다 편히 잘 잤다는 사실을 미처 몰랐어요
이제 날마다 확인을 하니 당신이 더없이 고맙고 나의 행운이며 복입니다!”
아내는 그제서야 무슨 소리인지 눈치를 채고 의문의 1승에 웃었다.
그런데... 아내는 의문의 1승만 한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
어제밤에는 앞자리 스무살 여자아이가 난동을 피웠다.
발로 침대를 차고 머리를 쥐어박으며 괴성을 지르고 쌍욕을 했다.
차마 옮기기도 가슴 두근거릴 욕을 엄마에게도 연신 내뱉었다.
감정조절이 안되면 분노폭발해서 병실과 5층을 뒤집어 놓는다.
“그러게 죽게 내버려두지 왜 살려서 이 지랄이야!”
“자살하고 싶다구! 엉엉엉! 씨발 지랄 썅년....”
달래러 온 간호사에게 엄마를 ‘저 년이...’ 라며 험한 표현으로 욕을 했다.
병실의 다른 분들의 가슴이 떨려 한참 힘들었다고 아침에 말들 한다.
“울 나눔이를 ㅇㅇ이 같이 상처입고 험하지 않게 키워줘서 정말 고마워!”
의문의 2승을 기꺼이 아내에게 고백했다.
그러다보니 어디 그뿐이 아니었다.
옥상에서 운동하는 동안 수차례 들락거리며 담배 피우러 오는
아주머니 간병사들을 볼때마다 느끼는 위생, 불성실, 환자에 끼칠 냄새 등
편하지 않은 느낌들이 떠올라 아내가 담배를 피지 않는 것도 많이 고마웠다.
‘그래, 아예 이 참에 의문의 3승도 인정할게! ㅎㅎ’
하나씩 떠올리다보니 아내는 의문의 1승씩 보탤 것이 너무 많았다.
평생 욕이라고 할만한 단어를 입에서 내뱉는 것을 한번도 들은 적이 없다는 것,
그 영향이 육아를 하는 동안 우리 아이들에게 얼마나 좋은 환경이 되었을지!
환자들이 자기가 아픈 사람이라는 이유로 혹시 남에게 혐오감을 줄 수도 있는
사소한 무례를 아내는 의식이 없는 경우 아니면 안하려 애쓴다.
훌러덩 옷 갈아입는 거, 양치거품을 입에 물고 히히덕 거리는 거 등등
정말 작은 것들부터 남 없는 자리에서 험담안하기 등 큰 일까지
(험담은 본인이 있는 자리에서도 잘 못한다. 그러니... 그냥 소심한건가?)
우리는 그냥 흘려버리며 작고 큰 장점들을 많이 인정하지 않고 산다.
배우자나 자녀, 혹은 친구 이웃들에 대해서.
다른 사람에게서 불편하고 속상한 일들을 겪을 때마다
내 곁의 사람이 안그런다는, 그래서 고마웠다는 걸 알면 참 놀란다.
이렇게 많은 장점이 있었고 이렇게 고마운 걸 모르고 살았다니!
의문의1패를 겪는 사람들도 많다.
남들의 이야기에 느닷없이 호출되고 비교를 당하면서 패하는 경우다.
우리는 그걸 의문의 1패를 당했다! 고 말한다.
그 기분이 썩 좋지는 않은 현상은 사용하지말고 의문의 1승 올려주기를 하자.
사랑하는 아내나 가족들만이 아니라 주변의 아는 사람 모두에게
좋은 점에 촛점을 맞추고 좋지 않은 일반적 현상에 비교해서 칭찬하는 식으로.
가능하면 누구 이름을 지명해서 하지말고 그런 현상과 비교해서 하는 게 좋다.
남 끌어내리고 비난하고 밟고 올라가는 게 목적이 아니고 그건 맘 안편니까!
또 다른 의문의 1승을 찾는다.
발견하는 즉시 아내에게 엄지손가락 척! 해주고 하나를 보태야지!
오늘 하루 병으로 인한 통증과 무거운 마음을 걷어내는데 효과도 좋을 거다.
안 아픈 사람들도 더 행복해질 수 있다면 왜 마다할까?
우리 모두 시자~~~~악!
2020.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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