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걸린 사람에게...이 말을 해? 말어?>
현대는 우울증이 무슨 대중상품처럼 흔하고
심하고 약한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대부분의 사람에게 있기도 하다.
자살자의 이유로 빠지지 않는 것도 우울증이 들어 간다.
그 출발점은 가난 질병 사업실패 실연 이별 등등 많지만
대부분 우울증을 거쳐 비슷한 경로를 지나 중병이나
심각해지면 죽음에 이르기도 한다.
촤근 영국 일간지 데일리 메일의 기사 중에 이런 글을 보았다.
우울증을 앓는 사람에게 해서는 안 되는 다섯 가지 말을 소개했다.
정신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 무슨 일이든 다 이유가 있다
- 침착하게 계속해라
- 당신을 죽이지 않는 것은 당신을 더 강하게 만든다
- 극복해라
- 시간이 모든 상처를 치유한다
물론 이 다섯가지가 절대적이지도 않고
무슨 깊은 연구를 통한 학문적 결과는 아닐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두 번이나 석달씩 우울증 치료를 받아본 경험자로 수긍이 가는 게 있다.
그 생각을 하나씩 말해보고 싶다.
주위에 우울증으로 많이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참고하면 좋겠다.
첫째는 이유가 있다고 슬픔이나 분노나 좌절감이 없어지는 게 아니다는 것이다.
그걸 인정한다고, 안다고해서 그 결과로 오는 무게가 줄어들지 않는다.
어떤 점에서는 차라리 “네가 겪는 일이 왜 생기는지 이유를 모르겠어” 라고
말해주는 편이 더 위로가 되기도하고 맘이 편해지기도 한다.
둘째는 침착하게 계속하라지만 이미 침착할 수 없어 우울증에 걸린 사람에게
그 말은 마치 쏟아진 물을 쏟지 않으면 된다고 말하는 것과 다를 게 없는 말이다.
슬픔에 빠져 아무 것도 할 의욕이 없어지는 사람에게 슬퍼하지마!
두려움에 불안해져 안절부절하는 사람에게 불안해 하지마!
분노로 감정 이성이 무너지는 사람에게 화내지말고 가라앉혀서!
그런 말은 즉석에 바로 실현이 될 가능성이 없는 말들이다.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가능하고 그게 더 좋은 상태로 가는 맞는 말이지만
그럴 수 있다면 안그랬을거고 이미 그럴 수 없는 단계로 떨어졌는데...
차라리 신경안정제 한 알이나 그 효과를 비슷하게 볼 수 있는 물이나 차 한 잔,
아니면 손이나 잡아주거나 가까운 사이라면 꼭 안아주는 것이 훨씬 낫다.
셋째는 죽을 지경인데 견뎌내면 그 상태가 더 강하게 해줄지는 모르지만
그 과정을 못 이기고 숨이 넘어 갈 때까지 그 논리만 앞세워 주장하면 안된다
그럼 결국은 죽는 불행에 마주친다. 죽을 때까지 가보라는 잔인함과 같다.
사람은 강하게 되는 것이 반드시 유익하거나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
사람의 생명은 모든 곤경에서 벗어나고 줄어드는 보호와 배려를 받아야 한다.
강해지거나 성공하거나 법칙을 증명하기 위해 모델이 될 필요가 없다.
그러니... 죽을만큼 너무 힘들게 참지마! 포기하거나 피해도 안부끄러워!
라고 말해주고 그런 마음으로 대해주는 편이 훨씬 아픈 사람에겐 유익하다.
넷째는 극복해라! 이 말은 특히나 조심스럽게 해야 한다.
모든 사람이 무슨 보험회사의 유능한 영업사원도 아니고 하면 된다!
교육을 받는 다단계 회사의 피교육생도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이 자기에게 닥친 모든 경우를 극복할 수 있다면 세상이 뭐가 될까?
신은 설 자리가 없고 국가도 복지도 부모도 굳이 꼭 있을 이유가 없다.
스스로 언제나 극복할 수 없기에 많은 돕는 존재와 종교와 국가와 이웃들이
늘 소중하고 세상은 그렇게 서로 받기도 하고 주기도 하면서 유지된다.
숟가락 하나 들 맘도 없어지고 밥 먹고 견딜 이유도 사라진 때가 있었다.
아내가 중환자실에 있고 하루 두 번 짧게 만나면 종일 서성거려야 하던 시절,
문병 온 분들 중에 힘내면 된다! 밥먹으면 기운난다! 몰아세우는 분들앞에
나는 속으로 더 작아지고 더 무력해지던 기억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극복할 방법이나 수단, 힘이 내 손을 벗어나고 캄캄한데
어떻게 힘을 내고 밥이 먹히고 극복을 하라는것인지 먼 구름 같았던 느낌이...
그때 도움된 말은 ‘나라면 못 견딜거 같다’ ‘지금도 잘하고 있어!’
또 ‘니가 슈퍼맨은 아니잖아...’ 그런 강요아닌 동조의 말이었다.
그렇다고 그 말을 들으면서 그냥 멈추자 무너지자 그런 생각은 안했다.
다섯째, 시간이 모든 상처를 치유한다.
모든 사람에게 모든 경우에 이 말이 다 맞지는 않는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와는 분명 다른 의미를 가지기 때문이다.
시간이 갈수록 더 무거워지고 더 못견디고 더 악화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 경우에 시간만 지나면 다 해결될것처럼 들리는 이 말은 위험하기도 하다.
희망고문으로 더 좌절하기도 하고, 잘못된 방치를 가져오게도 한다.
우울증이 깊어지면 빨리 치료를 받고 약도 먹고 적극적으로 도움도 청해야지
방에서 벽에 걸린 시계만 들여다보며 버티다가 치료시기를 놓칠 수 있다.
더 이상 상담이나 약만으로 회복할 수 없는 극단적 상태로 빠지기도 한다.
안으로 깊어지는 구덩이는 어둠이 더 짙고 바깥으로 표현은 더 줄어 든다.
얼핏 나아지는 것처럼 보여 방치하고 무심해지면 상황은 최악이 된다.
나는 스스로 시간이 갈수록 더 힘든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고 각오를 했다.
우리 가족 모두가 노력을 하지만 더 두꺼운 벽을 만나 포기할 수도 있고
우리 힘으로 해결못해 나중에 빚덩이나 망가진 건강으로 끝이 올 수도 있다고
늘 예상했고 미리 마음으로 받아들일 연습을 하면서 살았다.
그래서 말버릇처럼 나는 나중에 더 견딜 힘도 없을 때 나 좀 만나주라!
밥도 한끼 사주고 몇 시간이라도 말도 좀 들어주고
어쩌면 장례도 좀 치러줄 일이 생길 수도 있을거다 그때 도와줘.
그렇게 친한 사람 몇에게는 수시로 부탁을 했다.
기꺼이 그렇게 해주겠다고 대갑을 해준 그들이 참 고마웠다.
그 말이 오히려 바로 효과가 나서 그 시절을 견딜 힘이 되었으니까.
결코 시간이 모든 것을 자동으로 해결하거나
마음이든 현실이든 상처를 치료하고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우울증에 힘겨워 하는 사람을 만나면 그 말을 한 번 더 생각해보고
표정과 의미를 조심해서 해주기를 부탁한다.
이 다섯가지 조심해야할 말에도 불구하고 외면하는 선택보다는
가까이 다가가서 손이라도 잡는 쪽을 부디 선택해주기를 빈다.
어저께도 유명한 개그우먼이 자살을 했고 뉴스를 타고 흐른다.
마음 아프고 반복하는 세상살이에 뭐가 교과서처럼 딱 부러지는 대책이 있을까?
그저 하늘이 내려주는 마음씀씀이 담긴 한마디!
‘내가 너와 언제나 함께 하겠다’ 성경의 모든 바탕에 흐르는 그 기운이 고맙다.
그 마음을 담아서 하는 모든 위로와 동행은 정말 귀한 구조활동이다.
2020.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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