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신경안정제 진통제 소화제...아내>
늦은 시간 불꺼진 병실, 지친 하루 모두 자려는데... 또 소리가 들린다.
코를 심하게 고는 할머니 때문에 며칠이나 잠을 못자 쌓인 짜증이 터졌다.
더구나 이 할머니는 밤에는 코골이로 잠을 못자게 하고
낮에는 맨정신으로 종일 이를 빠드득 빠드득 갈아 댄다. 미치게...
사람들이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자기도 모르겠는데 안고쳐진다고 말한다.
남은 밤낮으로 쉬지도 자지도 못해 신경이 날카로운데 본인은 잘도 잔다.
밤은 그렇다치고 낮에라도 신경써서 이를 안갈아주면 얼마나 좋을까?
덜 미안하고 덜 노력하는 무심함에 미룬 마름과 분노가 어지간히 쌓였다.
그러던 참이니 나도 모르게 울화통이 터지고 배려고 뭐고 참을 수가 없었다.
“에이! 씨x...!”
크게 지르는 소리가 다른 사람들 잠까지 깨울 정도로 나가버렸다.
아내는 바로 울상이 되어 나를 바라보며 호소했다.
“제발...나는 당신이 화내면 무서워 ㅠ”
울컥 했다가도 아내의 겁먹은 얼굴과 자기 때문이라는 듯
우울하고 미안해진 슬픈 목소리를 들으면 철렁한다.
“아, 미안해... 나도 모르게 ㅠ”
난 또 그러고 말았다. 안그래야지 다짐하고 참다가도 그만 터진다.
아내는 그럴 때마다 늘 나의 분노와 좌절과 고통에 바로 듣는 비상약이 된다.
30년이나 사용해도 아무 부작용 없는 신경안정제고 진통제며 소화제다.
그런데... 내게는 없으면 큰일나는 명약이고 필수약이지만
아내는 그렇게 계속 공급하면서 쓴 만큼 수명이 줄어들고 있다.
나는 나쁜 곤충이다. 벼룩의 간을 빼먹는...
그것도 아픈 벼룩의 간을 ㅠㅠ
미안하고 마음이 찢어지게 아프다.
제발 아내 마음을 안아프게 해주고 싶은데 잘 안된다.
이놈의 울컥 불뚝 급한 성격은 누가 좀 사갔으면 좋겠다.
팔이나 다리 하나를 짤라 얹어주고라도 치우고 싶다.
사랑하는 내 진심과 타고난 다혈질 못된 성질머리는 별개인가보다.
어쩌면 하늘의 천사도 혹시 그러지 않을까?. 부디 그랬으면...
그러면 내가 덜 미안해질텐데 ㅠ
아...정말 별의별 사람을 다 거치며 살아야하는 병원생활이 힘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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