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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가장 힘든 순간이 가장 안전할 때라

희망으로 2020. 10. 1. 09:20

<나의 가장 힘든 순간이 가장 안전할 때라>

 

10대의 초반 시절, 아버지는 사업실패로 시골로 다시 내려 가버렸다. 나는 망한 채 다시 친구들을 보고 싶지 않아 그대로 남았고 서울의 한복판 충무로에 있는 신문사지국에서 먹고 살았다. 소위 직업배달, 당시 내가 배달하는 신문부수가 350부, 등짐처럼 줄로 묶어서 메면 엉덩이부분에서 어깨까지 등짝을 꽉 채우는 부피였다. 새벽 2시 좀 넘어서부터 신문을 받아 광고지를 넣고 정리하고 챙기면 3시 반에서 4시, 이 때 부터 거의 오전 9시까지 그 350부를 전부 배달하는 직업적인 신문배달이었다. 방 두 군데서 거의 20명이 쪼그리고 칼잠을 자고 몇 명은 근처 집에서 아르바이트로 오는 학생들도 있었다. 

 

그렇게 신문을 배달하고는 어떤 이는 오전 반, 대부분은 오후반 검정고시나 재수 학원을 나가며 사는 생활 이었다. 그러나 너무 힘에 부치는 생활에서 공부하기란 각오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았고 정작 시험 날 아파서 펑크를 내고 말았다. 1년에 한 번밖에 없는 검정고시 시험을... 난 오랜 생활 너무 지치고 좌절하여 결국 1년 가까이 애쓰고 살던 그 시절을 명예롭지 못하게 자살이라는 길을 선택했다. 당시 나는 교회도 몰랐고 예수는 더더욱 모르고 살던 때였다.

 

그 일이 있고나서 먹고 살기위해 급히 찾아 옮긴 직장에서 예수를 만났다. 칸막이로 된 소위 룸싸롱이라는 지하술집이었다. 그 일이 없었고 그런대로 풀려나갔다면 아마도 지금과는 또 다른 어떤 모습으로 인생길을 걸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 어떤 길도 지금보다 다행한 선택은 아니었을 거다. 이유는 단지 하나, 그 지옥과 같은 곳에서 하나님나라와 예수님을 만났기 때문이다. 그 뒤로도 세상을 혼자 헤쳐 나가는 생활은 만만치 않았다. 변변한 학력도, 유력한 빽줄도 없고, 돈은 더 없는 처지의 생활이란 마치 망망 바다에 한 조각 돗단배로 표류중인 상태나 다름없었다. 그러니 일자리도 뜨내기처럼 옮겨야 했고, 굶기를 수시로 하고, 행여 아프기라도 하는 때는 그야말로 고아원의 고아만도 못한 위태로운 시절이었다.

 

어린 나이에 혼자서 십여년을 넘게 서울의 생존전쟁터에서 살아간다는 게  얼마나 자주 외롭고 쓸쓸하며 두려웠는지 모른다. 명절이나 연말,  꽃피는 봄, 비 쏟아지는 여름날, 단풍잎이 쌓이는 가을밤, 눈 오는 겨울, 어느 한 순간도 홀로 지내는 객지생활의 고단함을 파고 들지 않는 것이 없었다. 어느 날은 밤새 고독을 달래지 못하고 엉엉울다가 산으로 미친 듯 올라갔다. 달빛아래 몸부림치며 딩굴다가 잠들고, 새벽 여명에 문득 보니 남의 무덤 너른 풀밭이라 놀라기도 했다. 그러나 그 때마다 예수님은 내 곁에 오셨다. “주님도 때로는 울기도 하셨네 살던지 죽던지 뜻대로 하소서” 그 찬송을 수없이 부르는 사이 주님은 나의 외로움 한가운데 머물러 나를 달래셨다. 부모도 형제도, 같은 교회의 성도들도 모두 잠들고 아무도 와줄 수 없는 그 순간의 깊은 외로운 자리에 예수님은 와주시고 머물러 주신 것이다. 

 

그 외에도 억울할 때, 슬프고 못견딜 때, 아프고 난감할 때, 모든 최악이라고 스스로 좌절하였던 순간마다 예수님은 여러 가지 모습으로, 말씀으로 내 곁에 계셨다. 언제나 나의 전부인 존재로! 그러니 나의 가장 힘든 순간들이야 말로 나의 가장 큰 선물들을 받은 대박의 순간이었다. 그리고 가장 안전한 순간이었다. 오직 그의 이름을 부르며 죽자 살자 매달리는 것 밖에 다른 것을 할 수가 없으니...이제 마지막 남은 한 번의 반전은 예수 없이 사는 사람들이 가장 고통스럽고 두려울 순간, 곧 임종의 순간이다. 그 순간 나는 가장 큰 위로와 소망으로 기뻐할 것이다. 분명히 대박이 날것이다. 눈물과 고통, 이별과 외로움이 영원히 없는 새 세상으로 들어가는 순간이 될테니 말이다.      

 

오늘도 오시는 주님! 비록 만나기 직전에는 견딜 수 없도록 힘들어지는 게 정말 피하고 싶지만, 그럼에도 그럴수록 더 깊이까지 들어오셔서 오직 유일한 전부가 되어주시는 당신이 고맙습니다. 그리고 환영합니다! 나의 가장 힘든 순간을 가장 안전하고 평안케 해주시는 분, 그래서 나의 가장 어려운 순간이 가장 복된 시간이 되게 하시는 기적을 늘 경험합니다.  나의 임마누엘! 나의 그리스도! 예수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