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끄적/길을 가는 사람...

내 안에서 불쌍한 사람을 보았습니다

희망으로 2020. 10. 1. 09:24

<내 안에서 불쌍한 사람을 보았습니다>

 

열흘쯤 전에 우리 병실에 새 환자가 한명 들어왔습니다.

이제 스무살 막 넘은 여학생이 뇌수술을 하고 빡빡머리로.

병실로 들어오는 순간 맘이 너무 불편했습니다.

눈은 위로 올라가고 흰자위가 가득 보이며 온몸이 그야말로 꿈틀거리는...

하루 이틀 지나면서 딸을 돌보는 엄마에게 들은 이야기는 더 맘 아팠습니다.

4층 베란다에서 전화를 통화하다 손에서 놓친 핸드폰을 잡으려고 

순간적으로 급하게 몸이 따라 기울다가 아래로 추락했답니다.

그런데 정말 빨리 신고하고 구급차를 불러 수술해서 기적에 가깝게

생명은 건졌습니다. 놔가 정말 많이 다치고 피가 고여 위험했답니다.

의식없이 중환자실에서 오래 보내고 55일만에 재활병원으로 왔습니다. 

휠체어 한번 태운적도 없고 (아예 휠체어가 없이 왔을 정도니...)

씻기거나 침대에서 내려 본 적도 없는 상태였습니다. 

그러니 딱하고 무척 힘들어보였습니다. 환자나 아이엄마나...

그런데... 재활한지 열흘쯤 되어가니 너무도 빠르게 달라집니다.

손으로 변을 만져서 하루에도 서너번씩 엄마와 우리 모두를 당황케하고

헛소리에 고집에 뒤척여 떨어질뻔 하고 긴장시키던 아이가

오늘 아침에는 화장실 가고 싶다고 말을 처음으로 했습니다.

급히 휠체어에 태우고 화장실을 다녀온 엄마가 신났습니다.

말한것도 놀라운 변화인데 무사히 일을 보고 왔습니다.

그러니 얼마나 반갑고 들떠겠습니까! 온 방의 사람들도 축하하고.

 

아... 그런데 정말 깜짝 놀라고 슬픈 일이 내 안에서 일어났습니다.

정말 안쓰럽고 내 막내딸보다 두어살 적은 그 아이 앞날이 걱정되었는데

그래서 축하에 축하를 더해도 모자랄 일인데 이상한 일입니다.

급속도로 나아지는 변화를 눈으로 보면서 내 속이 불편한 무엇이

느껴졌습니다. ‘아내는 12년이 넘도록 애쓰는데 달팽이 속도도 안나오는데...’

정말 산더미 같이 무겁던 중증상태의 이 아이는 열흘만에 달라졌습니다.

화장실 배변 문제가 갑자기 하늘에서 뚝! 금덩이가 떨어지듯 풀리다니...

아마 그런 감정이 캄캄한 내 바닥 어디선가 꿈틀거리나 봅니다.

마치 에덴동산에서 나무를 칭칭감고 하와를 유혹하던 뱀을 보는 느낌으로.

슬프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내 안에 이런 감정이 있다니,

시샘하고 원망의 감정으로 불편해하는 이런 성품이 있었다니!

처음에는 악마를 발견한 섬뜩한 기분이었습니다.

그러면서 많은 성에 안차는 신앙인들의 태도를 비난했습니다.

위선이다 복만 주문하는 싸구려 믿음이다 성공만 목매는 미신이다

온갖 신랄한 지적을 하며 선을 긋기도 했습니다.

내 안에 남의 불행과 경사에도 선한 마음으로 대하지 못하는 

나쁜 성품과 태도를 품고 있으면서 말입니다. 

인정하고나니 미움보다 슬퍼집니다. 이런 존재가 사람이라니...

누가 누구를 탓할 자격이 있다고 그걸 모르고 사니 딱합니다.

내 눈의 대들보는 안보고 남의 눈에 티만 본다고 꾸짖은 예수님의 말은

남들에게 하는 말인줄 알았습니다. ‘거봐! 그러지 말라잖아!’ 그러며...

그게 나인줄 오늘 디게 쎈 망치로 맞았습니다.

내 안에 불쌍한 사람을 너무도 생생하게 보았습니다.

어쩌면 좋지요? 지난 날 쏟아놓은 말은 어떻게 거두고 

앞으로는 무슨 말을 삼가하고 어떻게 남들을 대하며 살아야할지

갑자기 길을 잃은 미아가 된 심정입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