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병원의 별난 이야기들>
1.
아직 다들 일어나지도 않은 주말 아침 6시 좀 넘은 시간,
옆 병실 간병인과 우리 병실 간병인의 대화,
"oo엄마! 그 집은 지붕개량 언제 해?"
"칼라도 바꾸고 수리도 좀 해야하는데 같이 할까?"
"글쎄, 하긴 해야 하는데 환자 혼자 두고 가야해서..."
면소재지에 집이 있는 분들이 여럿 있어서 그런가보다 했다.
그런데 또 다른 아주머니의 말,
"염색할려구?"
"좀 자르기도하고 해야 하는데..."
"두 환자 같이 놀라고 한 방에 모아놓고 갔다 올까?"
'지붕개량' - 그게 미용실 가는 것?
자리를 비우는 시간동안 환자를 어떻게 할 지 의논하는 이야기...
2.
지난 봄에 연달아 우리 병실의 환자가 두 명이나 퇴원했다.
"으잉? 이 병실 왜 이렇게 비었어?"
옆 병실 간병인이 와서 썰렁한 침대를 보고 하는 말,
"졸업하고 강남 갔어!"
"벌써 그렇게 되었나!"
"해마다 3월이면 가잖아!"
겨울이면 입원했다가 봄이면 퇴원해서 집으로 가는 재활환자들,
교통사고나 뇌질환 환자들을 '철새'라고 부른다.
겨울에는 바깥 활동을 못해 병원에서 재할하고,
봄 여름 가을은 산에도 가고 공원을 다니며 걷고 운동하는 사람들,
그 중에는 일년중 120일, 180일 제한적으로 입원보상금을 타기 위해
병원 입원을 반복하는 '보험철새'도 있다.
옆 침대 새댁도 뇌경색으로 하루당 8만원씩 120일, 4개월을 받는다.
살아 있는 평생동안...
전에는 하루 16만원씩 6개월을 받는 분도 있었다.
자신이 보험모집인이었다는 그 아주머니,
가족들이 퇴원을 말려서 한참을 더 있다가 나갔다.
하긴 한달이면 480만원이나 들어오는데 그럴만도 하겠다.
우리는 왜 그런 준비도 못했을까?
하기는 아프지 않으면 돈 저축하는 삶은 안살겠다고 생각했으니 자업자득이다.
3.
아침 연속극을 보면서 여기저기서 버럭! 따지는 소리가 나온다.
"아니, 저게 무슨 말도 안되는 거짓말이야?"
"누가 아니래, 무슨 뇌출혈이 저렇게 금방 일어나고 걸어다녀?
게다가 스리퍼를 신고다니다니? 신발이 벗겨져서 얼마나 힘든데..."
"그리고 죽을 고비를 넘기고 대수술을 받았다면서 밥 호스도 코에 안달고,
욕창방지 체위변경도 안하나봐?"
약을 툭툭 털어 먹는 환자를 보면서 또 한마디!
다들 그렇게 전문가 수준이 되어 상식 밖의 다른 모습에 한마디씩 한다.
드라마는 드라마 일뿐, 흥분하지 맙시다! ㅎㅎ
4.
"당 없지요?"
자전거 돌리는 치료를 받는 중에 옆 코끼리를 타시는 분이
쿠키 하나를 건네면서 집사람에게 물어본 말,
‘여당 야당 어디를 지지하는거냐고 묻는건가?’ 그러나 이어진 말에 곧 알아차렸다.
당파싸움하는 꼴사나운 그 정치 당이 아니라는걸! 당뇨가 없냐고 묻는 말이었다.
여긴 당뇨 환자들이 꽤 많아 함부로 단 과자를 주지 않고 서로 확인한다.
"전 당 없어요!"
그렇게 받아먹는 아내에게 곁에 있던 내가 중얼거렸다.
"어쩐지, 처녀 때부터 도대체 달콤한 느낌이 통 없더라니만..."
"으잉? 뭔 말이야? "
"아니, 괜찮아! 달콤한 여자 좋아하다가 신세 망친 사람도 여럿 봤어,
달콤한 거 없는 당신도 괜찮아! 심심하게 오~래 살지 뭐!ㅎㅎ"
당뇨의 금식, 절식, 주사 맞는 사람들 보면 무지 불편하다.
치료도 효과가 떨어지고 합병증도 너무 무섭다.
'당' 없이 사는 생활도 평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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